•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학교 주변 교통이 복잡하고 위험하다 보니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가정이 많다. 특히 학기 초에는 주차장이 정말 어수선하다. 저학년 학부모들은 차를 세워놓고 아이 손을 잡고 교실까지 간다거나 아이가 눈앞에서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다 차를 출발하는 사람도 많다. 되도록 아이들이 혼자 교실로 가게 해달라는 부탁을 해도 잘 안된다. 통로를 가로막고 차를 세워놓는 사람이 있는 날이면 주차장은 전쟁터 같다.

입학식 다음 날, 아침 교통지도를 하며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차에서 방금 내린 한 아이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머뭇거리고 있었다. 새 책가방을 멘 것을 보니 1학년이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불어 추운데 빨리 교실로 들어가지 왜 저렇게 두리번거리나 궁금했다.

"얘야, 추워. 얼른 교실로 들어가자."하고 다가갔다. 아이는 나를 보더니 울먹이며 말했다.

"교장 선생님, 저 길을 잃은 것 같아요." 학교에서 길을 잃었단다.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등교하는 아이들이 중앙현관을 향해 쭉 걸어가고 있는데 이 아이는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무릎을 굽히고 학교 건물을 바라봤다. 학생이 뒤섞여 정신없는 넓은 운동장, 거대한 학교 건물을 키 작은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무척 거대하게 느껴졌다. 주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다 처음 학교에 온 학생에게는 무척 낯선 풍경일 수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입학식에는 부모의 손을 붙잡고 강당으로 바로 올라갔다가 담임선생님들이 교실로 인솔했으니 교실로 가는 동선도 달라졌다. 길을 잃었다는 아이의 말에 공감이 갔다.

"1학년 몇 반이니? 교장 선생님이 도와줄게." 지나가는 3학년 학생을 불러 손을 잡고 교실로 데려다주게 했다. 아이는 이제야 안심한 듯 쭐레쭐레 언니를 따라갔다.

요즘 아이들이 아무리 똑똑하고 영리하다 하더라도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두렵고, 낯선 공간에 가면 어리둥절할 거다. 그래서인지 입학생 중 몇몇은 부모와 떨어지기 싫다고 운동장이나 현관에서 엉엉 소리내어 울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은 새로운 공간에 금방 적응한다는 것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차에서 내리면 뒤도 안 돌아보고 교실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면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가장 큰 일이고 보람된 일이라고 한다. 길을 잃은 아이의 경우처럼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도움을 요청하고 교실까지 잘 찾아간 아이를 칭찬하고 격려하면 되는 일이다. 또 그런 일이 발생할까 봐 몇 날이고 아이들 바래다주기 시작하면 의존적인 아이가 되기에 십상이다.

오늘 길을 잃은 아이는 내일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혼자 잘도 갈 거다. 부모가 한 번 더 믿어주고 격려해주면 말이다. 다만 부모도 학교도 아이들의 시선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하여야 함을 인지할 수 있는 날이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모든 일을 배려하라는 말을 많이 하면서도 이렇게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부족했음을 느끼곤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