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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힙합 음악이 10대들을 열광시키던 시절 나는 참 곤혹스러웠다. 빠르기만 하고 높낮이도 없는 듯한 중얼거림을 노래라고 했다. 웅얼웅얼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몇 마디는 욕이었다. 절대 음악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았다.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패션이었다. 질질 끌리는 바지를 입고 몸이 두 개나 들어갈 법한 셔츠에 거추장스러운 치장까지 주렁주렁 달았다. 껄렁껄렁한 걸음걸이에 문신까지 한 불량스러운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저게 무슨 음악이야? 귀를 닫아버린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힙합의 선구자 '서태지와 아이들'은 금세 그들의 우상이 되었다. 초등학생들도 어느새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고 바지를 질질 끌고 다녔으며 중얼중얼 랩을 외우고 다녔다. 수학여행, 수련활동 장기자랑 시간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네들의 음악을 들어야 했다. 알아들을 수 없으니 고문이었다.

"얘들아, 이제 좀 다른 노래 부르면 안 될까?"

안될 말이었다. 나에겐 가까이 갈 수 없는 너무나도 먼 그대였지만 아이들에겐 이미 문화였고 물결이었다.

긴 세월이 지났다. 잠시 유행처럼 지나갈 것 같았던 힙합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에 큰 획을 그었지만 나는 여전히 관심 밖이었다. 몇 해 전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쇼미더머니'를 보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랬다.

여느 음악 경연 프로그램과는 다른 예선전이었다. 넓은 강당에 수만 명의 참가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심사위원인 유명 래퍼가 한 줄씩 맡아 참가자 앞으로 가면 순서대로 그동안 연습한 랩을 선보였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한 참가자가 미처 한 소절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심사위원은 땡~을 외쳤다. 내가 들어도 실력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더 들을 가치도 없다 여겼을 거다. 자막에는 '죽음의 조', '낙엽처럼 줄줄이 떨어진다.'고 표현했고 그 줄은 팍팍 줄어들었다.

이상하게도 바로 옆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쌈디라는 래퍼가 심사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전 시즌에서 프로그램 자체를 비방했던 사람이 왜 나왔냐고 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랬던 그가 심사위원으로 나왔다.

다른 심사위원들이 추풍낙엽 같이 참가자들을 떨어뜨리던 그 시각 그는 한 명의 노래를 끝까지 듣고 있었다. 잘 안 되는 부분은 다시 부르게 하며 조언했다. 당락을 결정하기 위해 랩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존중과 배려하는 그의 태도를 보고 비판하는 말도 싹 사라졌다.

1년에 한 번 있는 힙합인들의 꿈의 무대에서 단 한 줄도 못 부르고 떨어진 사람들은 얼마나 허탈할까?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도 모르고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반면 끝까지 들어주고 원포인트 레슨까지 해주는 그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는 정겹기까지 했다. 탈락한 참가자들도 기꺼이 수긍했고 다음을 기약하는 그들의 표정엔 희망이 빛났다.

내가 힙합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였다. 자막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귀 기울이니 들리기 시작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정련된 아름다운 노랫말이 주는 여운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듣는 사람들도 비트에 몸을 실어 어깨를 들썩이며 공감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절대 좋아할 수 없을 거라 했는데 관심을 가지니 들렸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니 공감이 갔다. 요즈음은 내수 출신 래퍼 원슈타인의 '적외선 카메라'에 빠졌다. 절대는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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