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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 교장

교실 수업에 들어가 보면 아이들 연필 잡는 법이나 글씨 쓰는 자세, 필순이 중구난방이라 놀랄 때가 있다. 초임 시절 1, 2학년을 맡았을 땐 한두 명의 아이만 있었던 일이다. 아무리 가르쳐도 고쳐지지 않아 애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너무 일찍 연필을 잡게 해서 그렇다. 요즘 아이들은 고집이 너무 세다 등 다양한 얘기를 하는 데 정말 그럴까? 고학년 아이들의 맞춤법과 띄어쓰기, 글씨체를 보면 또 한 번 놀란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과정을 점프한 교실 수업 방법이 하나의 원인은 아닐까 싶다. 처음 교실에 컴퓨터를 설치하던 날이 생각난다. 공문서를 손으로 직접 작성하다가 타자기로 타닥타닥 작성하던 때였고 시각적 매체로 OHP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나름 교육 공학적인 교실이라고 했던 시절이었다.

교실의 교단 선진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아이들과의 교수 학습 방법도 획기적으로 변했다. 다양한 정보기술 장치와 소프트웨어가 보급되었고 학급에서 사용되는 수업 기자재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놀랄 만큼 발전된 교실환경과 수업 매체는 세계적인 수준이라 자부했고 다른 나라 교육 현장을 방문해 보고 실제를 확인했다.

그즈음 선생님들의 수업 공개 행사에 가 보면 정말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TV 화면에서 뿅~뿅~ 소리가 나오고 학습 목표도 클릭 한 번으로 쫙~ 학습 내용도 클릭 한 번으로 툭~ 튀어나왔다. 손으로 학습지 만들고 실물 자료 사방으로 찾아다니고, 연구수업 준비하느라 전지 펼쳐놓고 밤늦게까지 그림 그리던 나의 예전 수업과는 비교도 안 되게 확 달라진 모습이었다. 선생님의 수고는 인터넷 검색 몇 번으로 교수, 학습 자료를 금방 찾아낼 수 있는 편리함이 덜어줬다.

이런 획기적인 수업 방법의 변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고도화된 기술이 수업에 들어오면서 교실에서는 뭔가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것이 순서와 반복 그리고 연습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깨달았다. 초등학생일수록, 저학년일수록 올바른 순서를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따라 하는 연습의 과정에서 쌓이고 정착되는 학습의 과정이 필요한데 그게 생략되고 줄어들었다.

1학년 아이에게 한글의 첫걸음으로 연필 잡는 법, 자음과 모음의 필순 하나하나 정성껏 가르쳤었다. 문제는 한 번에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수없이 따라 쓰게 하고 받아쓰기를 했다. 매일 하교 전에 받아쓰기 다 메기고 틀린 글자 고쳐서 보내느라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꼈다면 요즘 선생님들은 믿을까 모르겠다. 칠판 글씨 하나도 정자로 한 자씩 정성껏 써 내려갔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글씨를 보고 배우고 따라 쓰면서 반복과 연습의 과정을 갖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이미 써놓는 학습 목표를 짠~ 하고 보여주는 것, 발표 자료에서 문장이 한 번에 쫙~ 제시하는 교사의 기술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의 시각을 자극했지만, 노작의 시간이 사라진 것이다.

더욱이 2015 교육과정에서 받아쓰기의 축소도 한몫을 담당했다. 받아쓰기는 단어나 문장을 듣고 따라 쓰면서 쓰기의 정확성과 유창성을 연습하는 과정이고, 한글 학습 초기 단계인 1학년에서 받아쓰기를 하면서 연필 잡는 법, 필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연습하고 교정하는 법인데 그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좀 더 확대하면 꼭 한글만이 아니다. 올바른 학습 내용과 태도, 생활 방법도 마찬가지다. 가르치기만 하고 올바른 순서와 반복, 연습의 기회를 주어 내면화와 정착이 될 수 있도록 함에도 너무 성급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 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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