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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11.11 17:24:46
  • 최종수정2020.11.11 17:24:46

김귀숙

관기초 교장

네잎클로버의 행운은 단순히 미신일까? 종교도 없고 점집을 찾거나 토정비결을 본 적도 없는 나다. 이상하게도 네잎클로버의 행운은 부적처럼 믿게 된다. 계기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네잎클로버를 무척이나 찾고 싶었다. 시골에 살아서 주변에 클로버가 지천인데 네 잎은 한 번도 찾지 못했다. 보물찾기에서 빈손으로 돌아올 때처럼 늘 허전했다.

괴산의 작은 학교에 근무했던 2000년, 내 평생 처음으로 네잎클로버를 발견했다. 아이들이 사는 마을을 찾아다니며 자연환경, 문화재를 탐구하는 마을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마을회관에 짐을 풀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며 구석구석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찾아 나섰다. 신나게 뛰어가는 아이들 뒤를 따르며 밭둑을 바라보는데 수많은 잎들 중에 네잎클로버가 한 개가 나를 향해 손짓했다. 그렇게 찾아도 안보이니 아예 없는 것이라 잊고 지냈었는데 내 눈 앞에 클로즈업되어 나타난 것이다.

네잎클로버를 손에 들고 혹시나 찢어질까 짓무를까 소중히 교무수첩에 끼워 말리며 '어떤 행운이 올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 해 1개월 해외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부족한 실력인데도 합격했을 때 네잎클로버가 가져다 준 행운 같았다.

음성으로 통근하던 어느 날, 카풀 차를 기다리며 주차장 주변에 돋아난 클로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혹시나 기대하며 보는데 어라! 네잎클로버 한 개가 보였다. 손을 뻗었는데 그 옆에도 그 옆에도 네 잎이다. 잠시 만에 한 움큼이나 땄다. 이 행운을 다 어떻게 하나 고민이 될 정도였다. 곱게 말린 후 한지 위에 올려 코팅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내가 믿고 있는 행운의 징표라 정말 기쁜 마음으로 나눠주었는데 어떤 행운이 돌아갔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 후로도 네잎클로버는 잊을 만하면 나타나서 내게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학교 화단에서도 산행 길에서도 네잎클로버를 만났고 그렇게 내 삶에는 좋은 일이 참 많았다.

아이티대지진이 있었던 해였다. 아이티의 참상을 지켜보며 눈물 흘렸던 그 해 뉴질랜드 어학연수를 가게 됐다. 문득 뉴질랜드도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네잎클로버가 필요해!'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출발 전 날, 교무부장님이 사주신 점심을 먹고 나오며 마지막 기회라도 되듯 간절하게 음식점 밖 화단을 내다보고 있었다. 풀들 사이를 비집고 네잎클로버가 나를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혹시나 놓칠까봐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갔다.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안전하게 뉴질랜드를 다녀왔다. 얼마 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강도 7.6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불과 몇 주 전에 내가 스쳐간 곳에 뒤따라 생겨난 재난이라니! 네잎클로버가 나를 지켜준 것처럼 여겨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얼마 전 퇴근 무렵 안전문자가 계속 울렸다. "청주시 ○번 확진자, 마로면 ○○식당을 다녀가서 밀접접촉자 검사 중~" 바로 우리 학교 앞이다. 띠링띠링 또 안전문자다. "태풍 하이선, 한반도 관통 예정, 초강력"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긴 장마를 겨우 버텼는데 연이어 오는 태풍들에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다행히 올해도 네잎클로버를 몇 개 따둔 덕분인지 마로면 코로나 밀접 접촉자는 전원 음성이었고, 태풍 하이선도 학교에 피해 없이 동해로 빠져나갔다.

지금도 어디서든 네잎클로버를 찾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내 힘으로 안 되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힘든 일 앞에서 속수무책일 때 그렇게라도 믿고 싶었고 용케 잘 견뎌왔기 때문일 거다.

오늘 딱 네잎클로버가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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