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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2015년 영화 『내부자들』이 흥행한 이후로 일상생활에서 참 많이도 들었던 말이다. 그 당시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식의 단어 배열을 뒤바꿔 재미를 유발시키는 개그코드가 유행하기도 했었다. 배우 이병헌의 애드리브였다는 후문도 있지만 몰디브도 모히또도 듣기만 하면 웃음을 자아내게 했고 지금도 이 말을 들으면 여운 짙은 영화의 주제와 무관하게 웃음코드로 재미있어 한다.

몇 년을 두고 자주 듣던 말이었지만 나에게 모히또는 그냥 영화의 대사일 뿐이고 몰디브는 에머랄드빛 해변이 아름다운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곳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모히또를 맛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몇 해 전 친척 조카가 작업공간을 고쳐서 아트카페를 열었다고 했을 때 일산까지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꽤 유명한 조각가 부부인 그녀의 작업실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한적한 작업실은 지역 사람들을 위한 카페이면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지만 두 부부의 조각가로서의 삶의 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조카의 작품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다 잡았다고들 한다. 빈말이 아닌 것이 서울의 지하철이나 거리, 유명 건물에도 설치되어 있다. 울산 언니가 이사한 아파트에서도, 청주의 새 아파트에서도 작품을 마주쳤으니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가족의 일상이야기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밝고 활기차게 표현하고 있는 그녀의 작품은 누가 보아도 좋아할 만한 톡톡 튀는 작품이다.

사실 내게 예술비평가들의 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린시절 아래윗집에 살며 같이 놀이를 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알고 있는 이의 작품이기에 정이 가고 볼 때마다 뿌듯해지는 것이다.

카페 1, 2층을 다 돌아보고 커피를 주문했다. 언제나처럼 아메리카노다.

"커피는 아무데서나 마실 수 있으니 모히또 한 잔 마셔봐."

모히또? 영화에 나오는 대사, 몰디브에나 가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것 아냐? 지금까지 이런 생각 탓에 한 번도 먹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카페 메뉴판에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다.

어떤 것일까? 유리잔을 받아들고 처음 생각한 단어는 '청량감'이었다. 5월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담고 있는 비주얼이라고나 할까. 투명한 연두빛에 초록의 조각들이 떠 있고 라임 조각으로 멋을 더했다.

어떤 맛일까? 톡! 쏘는 새콤, 달콤, 상큼한 처음 맛보는 새로운 맛의 세계였다. 와! 모히또 한 잔에 반해버렸다. 모히또 시럽에 애플민트와 라임을 섞어 진토닉과 탄산수를 넣었다고 한다. 미각으로 이렇게 충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모히또 잔을 들고 주변을 돌아보는데 그제서야 조카사위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철학적이고 무거운 주제로 작업을 하던 그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내놓고 있었다. 숲을 주제로 치유와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단다. 작품의 주된 색채가 연두빛 모히또 색이었다. 두 조각가의 작품으로 채워진 감성적 공간과 너무나 잘 어울렸던 청량하고 상큼한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느낀 멋과 맛을 좋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어서 학교에 모히또를 준비했다. 간간히 학교 숲을 보러 손님들이 방문한다. 학교 숲은 시간의 깊이를 더하며 아름다운 한 폭의 작품이 되어가고 있다. 손님들은 숲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세심한 손길에 감동하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초록교육 이야기를 마음에 품는다. 코스의 마지막은 학교에서 키운 애플민트 잎을 띄운 모히또 한 잔이다. 그가 누구든 상큼한 그 맛에 반해 싱그러운 숲에서의 하루가 더 오래 더 즐거운 기억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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