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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우와!"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되면 그 순간은 기억에서 잘 잊히지 않는다. 아름다운 풍경, 감동의 선물, 멋진 이야기 등 다양한 곳에서 이런 감탄사 한 번 쯤은 내뱉어봤을 거다.

우리 삶은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연속이지만 뇌리에 남아있는 기억들은 카메라 셔터로 눌러놓은 한 장의 사진으로 고정되어 기록되는 것 같다. 나는 대학친구들과 함께 보았던 지리산 천왕봉의 해돋이 장면,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만든 카네이션을 몰래 숨겨놓았다가 어버이날 아침 꺼내 달아주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한참을 감동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 철학자들은 끝없이 논쟁해왔지만 지금은 살아온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는 것에 힘이 실린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미적 감수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겠다 싶은 일이 생겼다.

장학사 시절, 같은 팀 주무관님과 학교방문을 가고 있었다. 늦가을 시골길을 달려가는데 그날따라 은행잎 가로수가 유난히도 예뻤다. 적당히 내려앉은 가을햇살에 빛나는 은행잎이 차가 지나는 내내 반짝거리고 있었다. 바닥에 소복이 떨어져 노란 연못을 만들어 놓은 나무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우와!"라는 말을 연신 해댔다. 혼자 풍경에 취해 운전하고 있는 주무관님을 배려하지 않은 것 같아 미안했다.

"주무관님, 오늘 은행잎 진~짜 예쁘죠?" 했더니

"아니요. 안 예쁜데요." 라고 말했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저 예쁜 은행잎이 예쁘지 않다니. 노란색을 싫어하나? 은행나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나?'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주무관님의 다음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저는 꽃도 단풍도 왜 예쁘다는 지 모르겠어요."

"네? 그럼 주무관님이 예쁘게 느껴지는 건 뭔가요?"

"그런 게 없어요." 단호히 말했다.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미의 기준이 다를 수 있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하지만 세상에 예쁜 것도 아름다운 것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타고난 성격이나 감성이 다르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것이 전혀 없다는 말에는 할 말을 잃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정말 예쁜 장면을 많이 만나게 된다. 어느 날 나보다 연배가 많은 산행친구가 전에는 이런 게 예쁜 줄 몰랐는데 산에 다니면서 많이 보고 듣다보니 점점 더 예뻐지더라고 했다. 옆에서 또 한 분이 자기도 그랬다고 했다. 그때 확신했다. 미적 감수성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많이 보고 많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물을 보거나 대화할 때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고 호들갑을 떨며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경험도 더 재미있게 실감나게 살아있는 듯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하진 않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이왕이면 자신의 감흥을 더 잘 표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싶어 늘 강조했다.

1학기에 예정됐던 제주도 수학여행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날마다 떠나는 수학여행'으로 전환했다. 체험을 떠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교장선생님이 현장학습 갈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뭘까?" 아이들이 합창하듯 "리액션요~"라고 대답했다. 너무 과하게 강조했나 보다. 안전이 처음이고 둘째는 잘 보고 듣고 잘 표현하라고 했는데 말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재미있는 것은 "우와! 재미있다", 예쁜 것을 보면 "우와! 예쁘다", 감사한 일에는 "우와! 고맙습니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부터 "우와! 오늘 구름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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