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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언니, 귀숙 공방 또 언제 오픈해요?" 같이 운동하는 동생들이 이렇게 물어오면 나는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번엔 뭘 가르쳐 줄까? 언제 할까? 휙~휙~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집 근처 학교 강당에서 운동을 시작하면서 동네 동생들과 친해졌다. 저녁마다 같이 운동하고 시원한 맥주도 한 잔씩 하면서 이런저런 속 이야기도 나누는 그야말로 이웃사촌이 됐다. 누구는 마사지 팩이 많다고, 누구는 파김치가 맛있다며 나눠주고 친정과 시댁에서 가져온 콩과 김치도 기꺼이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나도 뭔가 주고 싶어졌다. 곰곰이 생각하니 내가 줄 수 있는 건 '만들기 재능'이었다.

나는 꼼지락꼼지락 만들기를 좋아한다. TV를 보다가도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도 오호! 이거 정말 괜찮은데? 어떻게 만들지? 하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든 만들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공방에 다닌 적도 없고 자격증도 없지만 오랜 시간 잡다한 호기심으로 요것조것 경험하다 보니 '만들기 재능'이 쌓였다.

교사시절 내 재능을 펼칠 기회가 생겼다. 평생교육 업무를 맡았는데 학부모교육 연간 예산이 50만 원이었다. 공예강사를 알아보니 1회 강사비와 재료비로도 빠듯했다. 그래서 직접 가르치기로 했다. 생각은 단순했다. 단 한 번 행사로 50만 원을 쓰는 건 너무 아깝다. 그러니 그 돈으로 재료를 사서 내가 가르치면 훨씬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해 학부모공예 교실 20시간을 혼자 운영했다. 리본으로 핀, 머리끈, 헤어밴드, 코사지를 만들었고 실크스카프 염색, 수건리폼까지 했다. 학부모님들은 한 주도 빠지지 않으셨고 무엇보다 즐겁게 행복하게 참여하셨다. 매주 혼자 배우가며 가르치느라 힘들었지만 나는 보람있었고 '가르치는 방법'을 배웠다.

그동안 쌓은 재능을 동생들에게 나누기로 하고 클럽 밴드에 누구나 올 수 있도록 '귀숙 공방 오픈'을 알렸다. 1차 공방에는 3명의 회원이 왔다. 리본공예로 머리핀과 머리끈을 몇 개씩 만들었다.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이 작품을 보더니 아쉽다 했다. 나는 '귀숙 공방 2차 오픈'을 공지했다. 이번에는 벙거지모자 만들기였다. 5명이 와서 하루종일 남편 것까지 만들어 갔다. 직접 모자를 만들었다는 뿌듯함에 한껏 들떠 집에 가더니 둘이 모자를 쓰고 커플사진을 찍어 모임방에 올리며 즐거워들 했다. 그 인연으로 우리는 등산을 함께 하고 제주도 여행도 함께 하는 사이가 됐다. 색깔은 다르지만 모양이 똑같은 모자를 쓰고 말이다. 그렇게 3차, 4차 공방까지 열었다. 선보넷 인형도 만들고 메신저 백도 만들었다. 재능나눔으로 공방을 오픈하는 일은 물건을 나누는 것보다 몇 배나 힘들었지만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나에겐 또 '가르치는 재능'이 쌓였다.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할 시간을 엿보는데 그게 쉽지 않다. 꽉 짜여진 교육과정 속에 교장까지 나서서 일을 만들면 얼마나 힘들까 싶어 자제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때가 기회다 싶으면 틈새 공방을 열곤 했다. 아이들과 장화에 그림그리기, 코바늘 꽃뜨기, 가죽팔찌 만들기를 했고 학부모, 선생님들과는 부엉이 코사지, 가방만들기 등을 했다. 평범한 장화가 나만의 명품이 됐다 하며 좋아하고 "남들은 부엉이를 만들었는데 내 건 날다람쥐가 같아요."라면서도 재미있다 했다. 학교에서는 나눔보다는 가까이 다가가 함께 하며 '마음이 쌓이는 시간'이 되었다.

코로나로 요즘은 공방은 엄두도 못 낸다. 아쉬움에 짬이 나면 '홀로 공방'을 열곤 한다. 혼자는 재미가 없다. 언제 다시 모여 함께 할 수 있으려나 목이 빠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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