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6.1℃
  • 맑음강릉 7.7℃
  • 맑음서울 7.4℃
  • 맑음충주 7.4℃
  • 맑음서산 8.3℃
  • 맑음청주 8.8℃
  • 맑음대전 10.1℃
  • 맑음추풍령 8.6℃
  • 맑음대구 12.0℃
  • 맑음울산 11.9℃
  • 맑음광주 11.2℃
  • 연무부산 12.6℃
  • 맑음고창 8.6℃
  • 맑음홍성(예) 7.7℃
  • 맑음제주 13.0℃
  • 맑음고산 11.0℃
  • 맑음강화 4.8℃
  • 맑음제천 6.9℃
  • 맑음보은 9.5℃
  • 맑음천안 8.5℃
  • 맑음보령 9.2℃
  • 맑음부여 9.6℃
  • 맑음금산 8.9℃
  • 맑음강진군 12.7℃
  • 맑음경주시 11.9℃
  • 맑음거제 11.9℃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3.12.06 15:35:47
  • 최종수정2023.12.06 15:35:46

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오랜만에 보석함을 열었다. 낡은 쌍가락지 한 쌍이 다정하다. 시어머니의 유품이다. 시부모님과 11년을 같이 살았고 89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어머니는 내게 든든한 지원군이셨다. 딸 둘 출산 후 5주간이나 며느리 손에 물 한 방울 닿지 않게 살뜰히 보살펴 주셨고, 아기 울음소리에 눈을 뜨면 어느새 어머니가 젖병을 흔들고 계셨다. 감사한 마음에 목걸이 하나 해드렸더니 내가 무슨 목걸이가 필요하냐고 하시며 끝내 며느리 것으로 바꿔오신 오로지 주시기만 하신 분이었다.

어머니가 지닌 유일한 귀금속이 어머니의 주름진 손처럼 닳고 닳아 실금이 가고 가늘어진 금가락지 한 쌍이었다. 어머니가 반지를 끝까지 끼고 계셨다면 내 것이 되지는 못했을 거다. 동서들도 있고 손위 시누도 셋이니 막내며느리인 내 차지가 될 리 만무했다. 그 쌍가락지가 내 손에 들어온 건 순전히 안전상의 이유였다. 연세가 들수록 살이 빠지시더니 여든 살이 되셨을 즈음에는 헐렁거린다고 가락지 두 개를 무명실로 두껍게 동여매어 끼고 계셨다. 손에 물 마를 날 없으셨던 어머니의 가락지에 감긴 무명실은 늘 얼룩지고 더러워져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어느 날 어머니가 쌍가락지를 나에게 건네셨다. "며늘아가, 고생했다. 이것 하나는 꼭 너에게 주고 싶구나!" 뭐 이런 말이라도 하셨다면 훨씬 그럴 듯하겠지만 울어머니는 그럴 분이 아니셨다. 부끄러움이 많으셨던 어머니, 육남매 낳아 기르셨고 아들 둘을 교사로 키워내셨지만, 집에 손님이라도 오면 어느새 방으로 숨으셨다. 불평을 늘어놓는 법도 없으셨지만, 입에 발린 칭찬 한마디도 없으신 담백한 분이셨다. 그런 어머니가 가늘어진 손에서 반지가 쑥 빠져버려서 잃어버릴 뻔하자,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우니 네가 가지고 있으라며 맡기신 것이다. 반지를 다시 돌려드리지 못했다. 사그라드는 꽃처럼 점점 왜소해지던 어머니의 손가락엔 아무리 무명실을 감아도 더는 반지를 낄 수가 없었다.

우리 며느리 예쁘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으셨어도 넘치는 사랑을 다 느낄 수 있었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들어가면 깜깜한 거실에서 TV를 보시다가 "이제 오니? 밥은?"이라고 물어보시고는 무심하게 방으로 들어가시던 어머니의 뒷모습에서 걱정과 염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의 의사결정을 존중해주셨고 시아버님 말이라면 토 다는 법이 없었다. 어머니의 모든 일상은 오로지 가족에게만 향해 있었다. 손녀들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세상에 저렇게도 예쁠까 싶도록 온갖 정성을 다하셨다. 딸아이가 "할머니, 물!"이라고 하면 코를 골며 주무시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 나가셨다. "할머니 주무시는데 엄마한테 달라고 해야지."라고 했더니 "나 안 잤다."라며 말이다.

어머니의 쌍가락지는 어머니와의 추억을 소환하는 스위치다. 요즘처럼 추웠던 날, 퇴근하는 며느리에게 "춥다. 아랫목에 누워라." 하시며 이불을 당기시고 베개를 쓱 밀어주시던 그 날로 데려다 준다. 아직은 어머니의 손가락에 쌍가락지가 끼워져 있던 그 시절이 무척 그리운 오늘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도민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은행으로"

[충북일보] "올해도 금융지원 본연의 역할은 물론 지역금융 전문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임세빈(55) NH농협은행 충북본부장은 취임 2년차를 맞은 소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일반 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농민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책임을 지고 있다. 100%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은행으로의 기업가치를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임 본부장은 "금융의 측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인정받는 리딩뱅크 운영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농협의 기본 가치인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지역사회 공헌과 농산물 소비촉진 등 공익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할 수 있는 허브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농협은행의 목표는 '금융을 고객 성장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칙을 재정립하고 고객 신뢰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임 본부장은 은행의 중점 추진사업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먼저 고객과의 동반 성장을 실현한다.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둘째, 규정과 원칙을 확립해 고객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