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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5.28 16:13:04
  • 최종수정2020.05.28 16:13:04

김귀숙

관기초 교장

"제○회 설악국제 트래킹(걷기)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달마봉 단, 1일 개방" 이 한 줄이 우리를 유혹했다. 신흥사 뒤 달마봉은 평소에 개방하지 않기 때문에 등산해 볼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신흥사를 구경하고 느릿느릿 걸어서 트래킹 코스에 접어들었다. 트래킹(걷기)라고 씌어 있어서 그런지 연로하신 어르신들과 등산초보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6월의 숲길을 가볍게 걷다가 점심을 먹었다. 막 정리하려는데 일기예보대로 비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출발하니 제법 어려운 코스들이 나타났다. 바위를 오르는 곳에는 행사 도우미가 기다리다 손 내밀어 끌어올려 주었다. '철저히 준비하셨군!' 하는 마음으로 진행하는데 오르막에서 사람들의 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급경사라 그런 줄 알았는데 잠시 후 아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외길이라 뒤에도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고 앞은 움직이지 않으니 금방 사람들로 가득 찼다. 무슨 일인지 물어도 아무도 대답해주지 못했다. 다들 몰랐다.

설상가상으로 빗줄기가 굵어졌다. 우산을 쓴 사람, 비옷을 입은 사람들 틈에 껴서 오르막 바윗길에 불편하게 서서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비가 잦아들며 안개가 온 산을 뒤덮었다. 우리는 앞도 뒤도 아래도 보이지 않는 산길에 갇히고 말았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앞서 간 사람들에게 연유를 물어보려고 전화를 걸었다. 불가능지역이란다. 이게 무슨 일이람!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이 막혔다. 진퇴양난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2시간이 흘렀다. 최첨단 기계를 갖고 있지만 사용할 수 없는 장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 갇혀 있는데 점점 어두워진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졌다. 산 속이니 안내방송 따위는 기대도 못했다.

그렇게 또 몇 걸음 밀려 걸어가니 높지는 않지만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코스가 나타났다. 산꾼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코스였지만 어르신들이나 무서움 많은 사람들에겐 시간이 걸릴만한 곳이었다. 행사요원도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거기를 지나니 그야말로 뻥 뚫렸다. 달리다시피 걸었고 정작 달마봉은 안개 속에 가려 보지도 못했다. 몇몇 곳은 이정표가 제대로 붙어 있지 않아 헤매기도 했지만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일행을 만나러 본부석을 지나는데 고성이 오갔다. 도대체 이렇게 큰 행사를 준비하면서 뭘 했냐· 어두워지고 있는데 산 속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할 거냐· 참가비를 돌려 달라! 관계자들이 소리 지르는 참가자들 속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그 날을 생각하면 상상력이라는 것이 꼭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유추해내는 것도 상상력이다.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사전 답사과정에서 놓친 것이 있었다. 적은 인원이 움직일 때와 수천 명이 움직일 때가 다르며, 아무 것도 아닌 것도 초보에게는 큰 일이 될 수도 있음을 미리 생각해 냈어야 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위험지역에 도우미가 있었지만 정작 생각지도 못한 곳에 복병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다. 상상력이 더 필요했다.

지난 27일, 3개월 만에 전면등교를 실시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우리는 잘 버텨왔다. 이제 아이들 모두와 함께 겪어야 한다. 긴장된다. 매일매일 우리들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무사히 등교수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무엇을 더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지 생각을 모으고 준비하고 있다.

혹시 모를 복병이 있으면 큰일이다. 놓친 것이 없는지 우리 모두의 상상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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