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6.1℃
  • 맑음강릉 7.7℃
  • 맑음서울 7.4℃
  • 맑음충주 7.4℃
  • 맑음서산 8.3℃
  • 맑음청주 8.8℃
  • 맑음대전 10.1℃
  • 맑음추풍령 8.6℃
  • 맑음대구 12.0℃
  • 맑음울산 11.9℃
  • 맑음광주 11.2℃
  • 연무부산 12.6℃
  • 맑음고창 8.6℃
  • 맑음홍성(예) 7.7℃
  • 맑음제주 13.0℃
  • 맑음고산 11.0℃
  • 맑음강화 4.8℃
  • 맑음제천 6.9℃
  • 맑음보은 9.5℃
  • 맑음천안 8.5℃
  • 맑음보령 9.2℃
  • 맑음부여 9.6℃
  • 맑음금산 8.9℃
  • 맑음강진군 12.7℃
  • 맑음경주시 11.9℃
  • 맑음거제 11.9℃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사람을 잘 기억해야 성공한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난 성공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생체시계와 기억 능력은 줄어들며 뇌의 작동속도 또한 느려진다더니 요즘 나의 상태다. 분명 아는 사람인데 이름과 호칭이 생각나지 않아 순간 당황하는 일이 많아지는 요즘 닭발 모임에서 위로를 받았다.

닭발 모임은 작년 연말 산악회 파랑새 총무님의 저녁 초대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선약이 있어 저녁 식사 후 뒤늦게 합류했다. 함께 참석한 등대님과 남편은 닭발을 맛보라고 권했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라 거절하는데도 꼭 먹이고야 말겠다는 표정으로 닭발 접시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마지못해 뼈 있는 닭발 한 개를 입에 넣은 순간 나도 모르게 밥상을 당겨 앉았다. 너무 맵지도 달지도 않은 양념, 호로록 혀끝과 앞니로 뼈를 발라내 씹었을 때의 쫄깃한 식감이 기가 막혔다.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먹은 사람은 없다던 그 맛이었다. 어느새 내 앞접시에는 잔뼈들이 가득 쌓였다.

얼마 전 삼천포 산행 후에 다시 총무님의 닭발이 화제에 올랐다. 바닷가 공원에서 몇몇 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입맛을 다시며 맛의 환희가 다시금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파랑새님, 닭발 또 먹고 싶어요." 안 먹어 본 사람은 궁금해서, 먹어본 사람은 잊을 수가 없어서 연호했다. "닭발! 닭발!" 총무님은 "내가 한 닭발 해요."라며 성화에 못 이기는 척하면서 기꺼이 수락했다.

닭발 모임 날, 총무님은 한껏 솜씨를 발휘해서 주요리 양념 닭발을 비롯하여 호박전, 미역국에 따뜻한 밥까지 준비했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7명의 여자만 다시 모였다. 산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퇴근 후 집에서 만나니 정말 새로웠다. 늘 등산복 차림으로만 만나다가 옷도 헤어스타일도 대화의 주제도 달라지니 처음 만나는 것 같았다. 늘 조용히 웃기만 하던 동년배 민비는 의외로 수다쟁이였고, 늘 주변을 배려하는 막내 샹그릴라는 애교쟁이기도 했다. 분위기를 이끄는 이슬 언니는 술자리에서도 여전히 재미있었다.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산행의 선두를 놓치지 않는 울트라언니는 동생들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다정한 큰언니 같았다. 한참을 웃고 떠들다 문득 우리 몇몇은 서로 이름도 직업도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린 여러 해 동안 수없이 많은 산을 함께 오른 사람들이다. 높은 산 너럭바위에서 점심을 같이 먹기도 했고 멋진 풍경에서는 어깨동무하고 사진을 찍었는데도 말이다. 산악회에서는 별명으로 서로를 호칭한다. 금지된 일도 아닌데 그 사람의 이름이나 직업을 굳이 묻지 않는다. 이름도 모르지만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를 돕는다. 산길을 잘 읽는 사람은 앞서서 이끌고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와서 인생 사진을 찍어준다. 어떤 이는 가녀린 몸이지만 과일이며 커피며 간식을 무겁게 챙겨와 휴식 시간을 달콤하게 해준다. 음식 잘하는 언니는 맛깔스러운 반찬을 챙겨와 먹여주고, 자기는 마시지도 않으면서 꽁꽁 얼린 맥주를 가져와 주변을 행복하게 해주는 이도 있다. 발걸음이 빨라 앞서가다가도 험한 바위 앞에서는 꼭 기다렸다가 끌어올려 주는 사람도 있고 발을 내딛기 무서운 미끄러운 바위에서는 심지어 허벅지나 어깨를 내어주며 디딤돌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 모든 일에 이름과 직업도 지위의 높낮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나이와 성별을 따지지 않아도 되었고 그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나누며 산행 친구가 되었다.

서로를 안다는 것이 뭘까? 이름과 직책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쌓은 촘촘한 시간의 기억이라 말하고 싶다. 자꾸 바뀌는 호칭 한 번 기억 못 한 것이 뭐 그리 대수람! 자신을 위로하고 나니 파랑새님의 닭발이 또 먹고 싶어진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도민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은행으로"

[충북일보] "올해도 금융지원 본연의 역할은 물론 지역금융 전문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임세빈(55) NH농협은행 충북본부장은 취임 2년차를 맞은 소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일반 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농민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책임을 지고 있다. 100%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은행으로의 기업가치를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임 본부장은 "금융의 측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인정받는 리딩뱅크 운영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농협의 기본 가치인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지역사회 공헌과 농산물 소비촉진 등 공익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할 수 있는 허브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농협은행의 목표는 '금융을 고객 성장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칙을 재정립하고 고객 신뢰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임 본부장은 은행의 중점 추진사업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먼저 고객과의 동반 성장을 실현한다.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둘째, 규정과 원칙을 확립해 고객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