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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 교장

전화위복(轉禍爲福).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 흔히 쓰는 이 사자성어를 굳이 들먹이는 이유는 몇 번의 짙은 여운을 주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힘든 것이 학교에서 추진하는 행사였다. 특히 아이들에게 평생 한 번밖에 없는 입학식이나 졸업식을 비대면이라니! 부모님을 초대하지 못한다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 앞에 고민이 깊었다. 10명의 졸업생을 위해 어떻게든 부모님과 함께하는 졸업식을 하고 싶었다. 혹여나 기대했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단호한 결정이 필요했다. 최종적으로 부모님은 초대하고 외부손님은 모시지 않기로 했다. 졸업식 전날, 지역인사와 기관장님들께 안내장을 발송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지만 실수는 만회해야 한다. 우편물을 보내기는 이미 늦었으니 담당선생님이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학교장인 내가 수습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면장, 이장협의회장, 노인회장을 비롯해 크고 작은 단체장들 순으로 일일이 전화를 드렸다. 초대하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을 전하면서 코로나로 만나지 못하는 동안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 학교 이야기, 마을 이야기, 어려운 점, 학교자랑 등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잘하고 있다고 칭찬도 들었고 학교와 지역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알려주셔서 새겨들었다.

졸업식 날 오후, 한숨 돌리고 있는데 팔순의 풍물회 회장님이 학교를 방문하셨다. 불쑥 하얀 봉투를 주시며 어제 통화하고 나서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싶어 가져오셨단다. 극구 사양했는데도 입학장학금으로 쓰라며 던지듯 건네고 가셨다. 전화 통화 이후로 기관단체장님들과 동문님들이 학교의 어려운 점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결해주시는 계기가 됐다. 실수를 수습하려 전화드렸는데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전화위복이다.

새로 옮긴 학교는 사방에 도로가 있어 교통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녹색학부모회, 배움터지킴이, 모범운전자 분들이 아침 등교시간 교통안전을 위해 봉사해주신다. 며칠 전 담당교사가 녹색학부모회에 겨우 7명이 신청서를 내셨다며 구성이 안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로나 거리두기의 후유증인가 보다. 어려운 일일수록 서로 북돋우며 힘을 내야 하는 법인데 거리두기는 봉사하는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게 한 것 같다.

새로운 조직구성은 뒤로하고 작년 한 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애써 주신 회원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연일 확진자가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니 만날 수는 없고 또 한 번 전화를 걸기로 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 걸어 나를 설명해야 하고 똑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 맞나 싶어 주춤했지만 용기를 냈다.

20명의 학부모님께 전화를 하는 동안 또 한 번 전화위복을 경험했다. 아직도 그때 느꼈던 진한 감동에 뭉클해진다.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다 하니 어떤 분은 8년째, 다른 분은 5년째 봉사했다고 하셨다. 최장은 큰 애부터 무려 11년간 수고해주신 분이다. 직장에서 잠시 자리를 비우고 나와 아이들을 위해 봉사해주신 분도 계셨다. 내 아이 일이니 당연히 할 일이라 하셨다. 바쁜 아침에 아이들 챙겨 학교 보내기도 힘든데 11년을 교통 봉사한 것이 어찌 당연한 일일까? 감동적인 일이다. 감사한 일이다. 전화를 걸지 않았으면 절대 알 수 없었던 일이었다.

전화위복을 다시 정의해본다. "전화를 걸면 그 스토리를 알게 되고 공감하게 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음. 덤으로 좋은 결과가 따라오기도 함."

녹색학부모회는 교장의 전화를 받고 올해도 계속하겠다 해주시는 분도 생기고 다른 친구도 권유해주셔서 다행히 작년 수준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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