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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 교장

작년 겨울 산악회를 따라 무등산으로 산행 가는 길이었다.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을 다녀온 후 간단한 아침을 먹고 버스에 돌아왔다. 버스가 출발하자 옆자리에 앉은 산행 친구가 핸드폰 메시지를 검색했다.

'어라, 내 핸드폰은 어디 있지?' 아무리 찾아도 없다. 들고 나간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다음을 모르겠다. 잃어버렸나? 요즘 들어 깜빡깜빡할 때가 많았었는데 화장실에 놓고 왔나? 내 머릿속이 동그라미 하나를 도려낸 듯 뻥 뚫려버렸다.

어떡하지· 우선 옆 친구 전화로 휴게소 안내센터에 분실물을 습득했는지 물어봤다. 일말의 기대를 했으나 없단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편은 혹시나 누가 주워 갖고 있을까 봐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마음을 가다듬고 휴게소에서의 순간순간을 더듬어 보았지만 떨어뜨린 느낌도 없고 놓고 온 기억도 전혀 없었다.

잃어버렸다고 확정한 순간, 뭐부터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팽팽 돌렸다. 그래 카드 분실신고를 해야지. 매일 쓰는 카드 한 장만 끼워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분실신고를 하고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맥없이 앉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남편 전화로 전화 거는 일만 반복했다. 영영 못 찾으면 가장 난감하거나 안타까운 게 뭘까 생각해 보았다. 전화번호, 몇 년간의 사진들, 일정표, 메모 등등 많기도 하다. 그나마 전화번호는 주소록 앱으로 내보내기 해 놓았었다. 다행이다. 일정표와 메모도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래, 사진이 문제다. 딸들과의 제주도 가족여행, 학교에서 찍어놓은 각종 꽃과 아이들의 모습, 소소하게 찍어둔 친구들과의 사진들을 모두 날려버렸다고 생각하니 상실감이 너무나 컸다. 클라우드로 자동 업로드 기능을 해제해버린 것이 후회되었다. 최근 몇 년간 컴퓨터에 파일을 옮겨놓지도 인화하지도 않았다.

내 인생에서 3년 6개월의 추억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니 온몸의 기운이 빠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살아온 기록과 정보가 송두리째 리셋된 것 같았다. 차에서 잠도 오지 않았다. 내 손안의 핸드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사진도 동영상도 쉽게 찍을 수 있었던 만큼 사라지는 것도 이렇게 한순간이다.

다음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다녀오니 어찌 빙긋이 웃는 남편의 표정이 수상했다. "연락 왔어요?" 물으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내민다.

"당신 나가고 찾아보니 옆자리 친구의 옷 아래에 깔려 있었어."

무음으로 설정해놓아서 그렇게 전화했었어도 아무런 진동도 없었던 거였다. 1시간의 해프닝은 잃어버릴 뻔한 추억을 다시 찾은 것으로 끝났다.

해마다 학교 앨범을 한 권씩 만들어 두었던 시절이 있었다. 잘 나온 사진, 꼭 필요한 사진을 인화하여 학교 앨범으로 만들어 두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학교의 역사였던 만큼 꼭 필요한 일이어서 연례행사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어떤가? 혹시 나의 잃어버렸던 추억과 같이 쉽게 찍을 수 있고 쉽게 얻을 수 있는 만큼 쉽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최근 학교 앨범을 정리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보다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교적 최근 사진도 없는 것이 많았다. 학교 홈페이지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사진들도 어느 순간 도메인이 바뀌면서 찾을 수 없게 되기도 했다. 컴퓨터를 바꾸면서 백업하는 과정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나의 추억이나 학교의 역사나 쉽게 가질 수 있었던 만큼 정리하는 것을 미루거나 저장하는 것을 미루면 어느 순간 훅 날아가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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