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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9월 말인데도 한낮엔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는 이상한 계절을 경험하고 있다. 출근하자마자 선생님들이 휴게실 한쪽 탕비실에서 분주하다. 수업 시간 전에 짬을 내어 휴게실을 들렀다가 종종걸음으로 교실로 향한다. 손에는 커다란 텀블러에 커피나 차, 물을 가득 담았고 그 위에 얼음을 가득 채웠다.

선생님들이 옹기종기 모이는 이곳은 "동광 카페"이다. 지난 겨울 휴게공간이 없는 선생님들을 위해 방송실을 업무지원실로 바꾸고 기존의 교무실 공간을 아늑한 쉼터이자 연수, 협의회, 자투리 시간으로 활용하는 보금자리로 바꿨다. 리모델링할 때 선생님들의 요청 사항 중에 첫째가 제빙기 교체였다. 기존에도 사용하고 있는 제빙기가 있었는데 규모가 있는 학교이다 보니 아침 피크 타임에는 늘 모자랐다. 교감 선생님의 제안으로 직수로 연결되는 중형 제빙기를 설치했더니 선생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즐거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교장선생님, 이것 덕분에 무더운 여름을 견딜 수 있었어요. 눈치를 안 보고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이런 학교 많지 않아요."

모든 선생님이 가득가득 얼음을 채워가도 우리 학교 제빙기는 화수분처럼 또르르또르륵 얼음을 채워놓는다. 이것이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많은 교직원을 행복하게 했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말이었다.

어느 사무실이든 커피나 차를 마시는 공간에는 얼음이 필요하다. 교육청에서 근무할 때는 출근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밤새 냉동실에서 꽁꽁 언 얼음을 꺼내고 다시 물을 부어놓는 일이었다. 제빙기가 없었을뿐더러 살 수 있는 예산도 없었다. 시간 날 때마다 얼음을 얼려놓는 일이 번거롭고 힘들기도 했지만, 항상 모자라서 아쉬웠다. 갑작스럽게 손님이 왔을 때나 아이스 음료를 만들 때는 무척이나 난감했던 기억이 있기에 제빙기가 선생님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선생님들이 다음으로 요구한 것이 커피머신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떡볶이나 라면으로 점심을 먹더라도 카페에서 커피나 음료 한 잔씩 사서 들고 다니는 것이 이상해 보였었다. 지금은 그들만의 문화가 아니라 우리 또래 사람들에게도 흔한 일이다. 식사 후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맛있으면 더 일할 맛이 난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하곤 한다. 학교 급식을 하는 우리들로서는 밖에 나갈 수가 없으니 자체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좋은 커피머신 두 대를 설치하고 활용 중이다. 우리 학교 직원들은 친목회비를 좋은 커피 마시는 데 다 쓰는 것 같다는 생각될 만큼 성업 중이다.

"커피는 동광이지!"라든가 "방학 동안 학교 커피 마시고 싶어서 혼났어요.", "동광 커피가 그리웠어요." 개학 후 자주 듣는 말이다. 커피 한 잔이 학교를 오고 싶게 만든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얼음과 커피처럼 사소한 것이지만 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것이 풍부해야 하고, 자주 쓰는 것이 편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선생님들이 일상에서 가장 불편한 것,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듣고 해결해 준 게 다인데 행복하다 하신다. 그러고 보니 교사가 오고 싶은 학교, 일할 맛 나는 학교로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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