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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며칠 전 월출산을 갈 기회가 생겼다. 오랜만의 일이었다. 우리나라 산 중에 "악"자를 품은 산은 대부분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월악산, 설악산 등이 그렇다. 남도의 월출산은 "악"자도 없는데 바위산으로 단연 으뜸이라고들 하더니 정말 그랬다. 월출산은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멋진 경치로 눈을 사로잡았지만 정말 험했다.

산행의 묘미는 기대하지도 못한 멋진 풍경이 나타나기도 하고 형형색색 피어난 꽃과 나무로 감동을 줄 때이다. 이번 산행에는 진달래가 그랬다. 아직 쌀쌀한 날씨라 기대하지 않았던 진달래가 산행의 초입에서부터 지천으로 피어서 산꾼들을 맞이해주었다. 나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처음부터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같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산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라고 하듯 서서히 바위가 나타나면서부터는 달라졌다. 흔들거리는 돌멩이도 밟아야 했고 돌이끼 낀 바위 위를 걸어야 했다. 발을 헛디딜까 조심하느라 열심히 발만 보았다. 바짝 긴장하며 조심조심 나아가야 했으며 가끔 미끄러운 길에 움찔했다. 오르고 또 올라서 능선 하나를 지나고 다시 내려가 또 다른 바위산을 올라갔다.

거친 바위를 오를 땐 손을 둘 데가 없어 당황하기도 했고 발을 디딜 곳이 없어 아찔하기도 했다. 산행 친구가 내려준 밧줄에 몸을 의지하기도 하고 길이 잘 보이지 않아 헤매기도 했다. 산세가 험하고 바위도 많았으며 비가 온 뒤라 미끄러운 길도 있었기에 바짝 긴장하고 산을 올랐다. 앞만 바라보기도 바빠 옆도 뒤도 곁눈질할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는데 앞서 걷던 남편이 멈춰 서서 말했다.

"뒤 좀 돌아다 봐. 우리가 온 길이 저렇게 멋지네."

뒤따라오는 사람에게 길을 내주고 잠시 멈춰 서서 숨을 내쉬며 뒤돌아봤다. "우왕! 멋지다."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내가 지금까지 디딘 발자국들을 따라오며 바위가 하나씩 위로 불쑥불쑥 솟아난 것처럼 울퉁불퉁 바위산이 뒤따라오고 있었다.

몸을 완전히 돌려 남편과 함께 뒤를 보고 섰다. 모두 우리가 쉬지 않고 내디딘 길이며 숨이 멎도록 힘들었어도 참고 걸어온 길이었다. 온 몸을 던져 올라온 바위였으며 덜덜 떨면서도 한 걸음씩 나아온 길이었다. 아래만 보고 걸을 땐 그냥 돌덩이이고 나뭇가지이며 나무뿌리였는데 멀리 와서 뒤돌아보니 그림이 되고 풍경이 되어 있었다. 눈앞이 너무 힘들어서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어도 나의 길은 어느새 하나의 풍경이 되어가고 있었다.

옆에 서 있는 남편의 눈이 유난히 촉촉해 보인 것은 감상에 젖은 내 마음 탓일 거다. 남편은 얼마 전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학교라는 산에서 앞만 보고 걸어온 남편이 이제 지금까지 걸어온 학교라는 먼 길을 뒤 돌아보고 흐뭇해 했으면 좋겠다.

가르치는 일에 늘 최선을 다했던 남편이었다. 한여름 민소매만 입고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교재연구를 하던 남편의 모습에서 교사의 책임감을 보았었다. 제주도 수학여행에 한라산 등반을 일정에 넣어 운영하는 열정에 감탄하기도 했었다. 어느 제자는 명절마다 찾아와서 선생님의 이정표 대로 따라 걷는 길이 재미있다고 고백했다. 졸업하고 취직하고 어느 땐 신붓감을 데려오더니 이젠 두 아이와 함께 손잡고 찾아와서 우리의 길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준다.

학생들과 함께했던 나날은 그저 하찮은 일상 같았어도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누군가에게 닿아 따듯한 온기를 내뿜고 있을 거다. 때로 거칠고 힘들었던 일들은 바위산의 돌멩이처럼 묵묵히 견디는 인내로 어딘가 위로의 말로 남았을 거라 믿는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되고 역사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함께 서서 뒤돌아본 풍경이 더 애틋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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