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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대학시절이었다. 어느 날 같은 과 친구에게 오빠의 죽음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군의관으로 군대 생활을 하던 오빠가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는데 갑자기 사망했다는 것이다. 사망 원인이 불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자세한 설명도 없었고 군에 해명을 요구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슬픔에 가득 찬 친구를 옆에서 바라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오빠의 장례식을 치르고 온 친구는 오랫동안 슬퍼했다. 매일 같이 울고 다녔다. 강의를 듣다가도 갑자기 울었고 밥을 먹다가도 눈물을 흘렸으며 길을 가다가도 갑자기 주저앉아 흐느꼈다. 나와 주변 친구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사무치면 그럴까 싶어 안타까웠고 옆에서 친구의 눈치를 봤다.

처음엔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해서 어색하고 멋쩍었는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친구를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는 그 아이만 나타나면 분위기가 숙연해지고 조심스러워지는 상황이 반복되자 견디기가 힘들어졌다. 친구들은 너무 오랫동안 슬퍼하는 친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너무 과하게 슬퍼한다고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6개월 이상 그렇게 울고 다녔다. 다행히 신이 사람에게 망각이라는 선물을 준 덕분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아이의 울음도 잦아들었고 나는 지금까지 잊고 있었다.

얼마 전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겪게 되면서 잊고 있던 그 일이 다시 소환되었다. 내 조카 정훈이가 세상을 떠났다. 서른이라는 어린 나이에 암이 발병했다. 수술하고 잘 치료해서 완치 판정을 받으러 간 날 또 다른 암을 발견했다. 10여 년을 의연히 버텨왔는데 하늘이 데려가 버렸다.

'조카를 잃었다.' 이 짧은 문장을 쓰는데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번쩍 전율이 흐르고 손끝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벌써 두 달 보름이 지났는데도 금방이라도 흐를 것처럼 눈물이 고이고 가슴이 뻥 뚫린 사람 같아진다. 언니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그 누구보다도 의지가 강하고 끝까지 온 마음을 다해 병간호하던 큰언니가 몸부림치며 슬퍼하는 모습이 나에게 전이된 것 같다.

일상생활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을 그대로 하다가도 톡 하고 건드리면 터지는 봉숭아 씨앗 주머니처럼 슬픔의 주머니를 톡톡 터트리는 것 같다. 어떨 땐 같이 했던 추억의 시간이 그렇게 만들고, 조카 또래 나이의 사람만 봐도 그렇다. 드라마의 슬픈 장면은 그냥 넘길 수 없다.

친구 오빠의 죽음은 온전히 나의 일이 될 수 없었고 남의 일이라서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가족의 일이 되니 과한 슬픔의 표현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 되었다. 대학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아마도 똑같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고 옆에서 그냥 서성일 것 같다. 다만 가족을 잃은 슬픔은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끌어안고 가는 것이고 묻어두었다가도 언제든지 꺼내어 마주하며 충분히 슬퍼해도 된다는 것을 알기에 더 오래 함께 슬퍼하며 지켜봐 줄 것 같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늘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언니의 시간에 끼어들어 이런저런 이야기 들어주기, 안부 물어주기, 맛있는 것 챙겨주기 등을 하려고 노력한다. 말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냥 누군가가 옆에서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백옥같았던 조카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정훈아!' 한 번 읊조려보고 검지 손가락으로 눈가의 눈물을 살짝 찍어내는 일이 언제까지가 될지 나도 모르는 일이다. 아주 많이 오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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