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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지난 1월, 제98회 졸업식을 했다. 그야말로 빛났던 하루였다. 졸업생도 재학생도 울다가 웃다가 또 울었고 학부모님들도 선생님들도 눈시울이 글썽했다. 참석했던 내빈들은 길었는데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참 따뜻하고 감동적인 졸업식이었다고 했다.

선생님들과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진짜 주인공이 되는 빛나는 졸업식을 해보자고 계획했다. 졸업식이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교장이 자꾸 재촉하거나 보고를 강요하면 일이 더 힘들까봐 말없이 기다렸지만 내심 걱정이 되었다. 가장 고생하는 6학년 혜정선생님이 교무실에서 웃으며 "우리 어차피 잘할 거잖아."라고 했을 때부터는 걱정을 모두 내려놓았다.

작년까지 식장이 좁아서 5학년만 참석했었는데 올해는 1~4학년들도 꼭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OK다. 아무리 식장이 좁다지만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해 주고 싶다는데 반대할 수 있는가. 계획을 바꾸면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일이 있게 마련이다. 원탁에 가족이 함께 앉기로 했던 것도 포기해야 했고 집중력이 짧은 어린 학생들이 긴 시간을 어떻게 잘 버틸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했다. 결론은 기특하게도 격식을 갖춘 행사에 너무나 의젓하게 잘 참여하였고 졸업식을 빛내 주었다.

난 졸업장을 보면 아이들의 6년이 고스란히 담겨진 것 같아 마음이 찡해지곤 한다. 첫 순서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아이의 눈을 보며 졸업장을 주었다. 다정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 없는 말을 했다. '현준아, 수고했어. 이 졸업장에 담긴 너의 시간이 너를 어디서든 빛나게 할 것을 믿어.' 말로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게 악수로 때론 따뜻한 포옹으로 온 마음을 전했다.

선생님들은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상장 수여를 할 때는 옆으로 서게 해서 학부모님들이 교장 얼굴이 아니라 학생들의 표정까지 살필 수 있게 했다. 9명의 졸업상품을 각자에게 꼭 필요한 것을 물어 모두 다른 것으로 준비했고, 졸업앨범을 나만의 앨범으로 졸업생들과 함께 만든 6학년 선생님의 아이디어와 정성이 빛났다.

7분이 넘는 졸업영상 속에는 입학부터 6년간 얼마나 다양하고 재미있게 지내왔는지 어떻게 성장했는지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선생님 몰래 졸업생들이 만든 동영상 선물은 담임이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게 했고 우리도 자꾸만 눈에 손이 갔다. 5학년들이 기발하게 준비한 "흔들어주세요" 들썩들썩 신나는 축하댄스는 모두를 울다가 웃게 만들었다.

하이라이트는 졸업노래였다. BTS의 "봄날"을 개사한 6학년 공모작이란다. 6년간 함께 한 친구들과의 우정과 졸업의 아쉬움을 노래와 랩으로 담았는데 모두를 가슴 찡하게 만들었다. 언제 배웠는지 전교생이 모두 알고 함께 불렀다. 교가를 끝으로 졸업식이 끝났을 때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듯, 꿈길을 지나온 듯 다들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이들이 빛나는 졸업식을 만들어보자고 했던 계획은 성공했다. 아이들이 만들었다. 모든 계획과 과정에 좀 더디더라도 어설프더라도 아이들의 생각과 선택, 결정을 담았던 것이 성공요인이다. 졸업식 내내 보여준 아이들의 밝고 환한 미소도 빼놓을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결 고운 천으로 소중한 것을 닦듯 아이들의 시간을 정성스럽게 닦아온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 손길의 힘이기도 하다.

모두 끝나고 보니 졸업은 6년간 교육의 힘으로 정성스럽게 빚은 빛 조각들을 하늘 위로 쏘아 올리는 날 같다. 여기저기 학교에서 쏘아올린 빛들이 모이면 우리의 미래도 더 밝아질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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