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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아이들이 교무실 앞을 기웃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이게 무슨 냄새예요· 고소한 냄새가 나요." 선생님들이 웃으며 대답한다. "빵 굽는 냄새지~~"

제빵기를 학교에 가져갔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간식 만들어주기 위해 샀던 제빵기인데 언제부턴가 손에서 멀어졌다. 교육청에서 근무할 때 몇 번 직원들 간식으로 만들어 줬더니 다들 좋아했던 생각이 나서 학교에 갖다놓았다. 식빵용 가루믹스를 사고 우유와 집에 배달시켜 먹는 친환경 계란도 기꺼이 협찬했다. 처음 제빵기를 본 선생님들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우르르 몰려들어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 했다.

작동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용기에 물이나 우유 200ml 정도 넣고, 계란 1개, 가루와 이스트를 넣고 "식빵"을 선택하고 "동작"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3시간 40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기계는 혼자서 휙~휙~ 돌아가면서 반죽을 하고 발효하고 휴지시간을 가졌다가 다시 공기를 빼고 발효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쑥~~하고 부풀어 오른다. 조그맣던 한 덩이의 반죽이 부풀어 올라 유리뚜껑을 뚫고 나올 듯 커지면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 때 쯤 되면 그 색깔과 빵 굽는 냄새에 모두들 와아~ 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며칠 동안 한두 개씩 빵을 구워 먹더니 선생님 아니랄까봐 교실에 가져가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싶다고 하신다. 아이들의 궁금증도 극에 달했을 때 제빵기를 교실로 보냈다. 순서는 맏언니들인 6학년부터다. 대여비 무료, 우유는 자체 조달, 계란은 교무실무사님이 가져오셨다.

6학년들이 분주해졌다. 특별교실을 다녀올 때도 발걸음이 빨라졌고 제빵기 주변에 머리를 둥글게 모으고 지켜보고 서있었다. 들썩들썩 혼자 반죽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했다. 빵이 발효되면서 내는 이스트 냄새에 킁킁거리고, 쉬는 시간마다 그 앞을 들락거렸다. 빵이 쑤~~욱 부풀어 올랐을 때는 환호성 소리가 교무실까지 들렸다. 빵이 구워지면서 점점 갈색으로 색이 짙어질 때에는 과학시간에 배운 냄새 맡는 법을 실천하며 냄새를 코끝으로 가져왔다며 선생님들이 웃으신다. 안타깝게도 빵이 점심시간 직전에 완성되었다. 밥 먹고 바로 빵을 먹을 수 있으려나· 걱정하니, 뭐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요! 아이들은 점심을 먹자마자 교실로 달려가 따끈따끈 막 구워진 식빵을 쭉~ 찢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한다.

다음 순서는 4학년이었다. 전날 예고를 했더니 재준이는 초코우유를 가져왔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입맛을 다시며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에 볼까지 빨개졌단다. 초코맛 식빵을 만들었던 4학년은 세 명이라 실컷 먹을 수 있다고 흡족해했다는 후문이다.

다른 학년들도 순서를 기다리며 빵 냄새가 나는 교실을 기웃거리는 요즘, 우리 학교는 고소한 빵 굽는 냄새로 맛있는 학교다.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요즘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이 연중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체험활동이라고 하면 예산을 들여 새로운 곳에 가야 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굳어져 있는 우리의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바꾸어 생각을 전환하면 더 다양하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집에서 쓰지 않는 제빵기 하나를 가져왔을 뿐인데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했다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아이들은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봄날, 학교에서 만들어 먹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빵을 오래오래 기억하겠지· 아이들과 또 어떤 즐거운 체험을 할까 주변을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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