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한식

수필가

-전문가 냄새가 물씬 나는 작업복에 달관과 체념의 표정을 함께 지닌 분을 만납니다. 자신을 직접 소개해주시죠.

"다이달로스입니다. 대충 다 아실 테니 더 이상 소개가 필요 없겠죠?"

-크레타 미궁의 설계자이자 건축가, 하늘을 날았던 이카로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입니다. 시대의 장인,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호들갑떨 거 없어, 재주 많은 게 자랑이 될 순 없으니까."

-아테네의 귀족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크레타로 가셨어요?

"부끄러운 일이지, 내가 감정 통제가 잘 안 돼. 누이가 아들, 그러니까 내게는 조카를 기술 좀 가르쳐달라고 내게 맡겼는데 그 녀석이 보통내기가 아니었어. 나를 능가할 조짐이 보이더라고. 그게 질투가 나 해코지하려다 추방당해 섬으로 가게 됐지.

-마음이 관대하지는 않았나 봐요? 그래도 조칸데….

"나라고 완벽할 순 없잖아? 시기와 질투가 오히려 더 많았지.

-크레타에 가서는 대단한 건축물 '미궁'을 지었어요. 미노스 왕의 영웅 심리였나요? 축조 동기가 궁금해요.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내가 왕비 파시파에의 간청을 들어주지 말았어야했는데, 내 불찰이지. 왕비가 나를 정말 대단하다고 치켜세우고 몇 번이나 간청을 해 나무 암소를 만들어 주었어. 그랬더니 그 안에 왕비가 들어가 옴팍 빠졌던 황소와 그런 짓을 해서 '소사람'을 낳았지 뭐야. 왕이 알고 나를 몰아붙이며 어떻게 할 거냐고…, '우인(牛人)'을 가두고, 그 속에 들어가면 누구도 못 나올 미궁을 지으라고 을러대 지은 게 그 건축물이야.

-미궁에 갇혔던 우인(牛人)이 "미노타우루스"라는 거지요? 그 괴물에게 아테네의 청년들이 먹이로 주어졌잖아요, 간접 복수라고 할 수 있나요?

"내가 그렇게까지 악하지는 않아. 살아나올 수 없으니 그 안에서 죽은 거지, 불쌍하고 안타까웠어.

-급기야는 선생도 아드님과 함께 그곳에 갇히잖아요, 어떻게 된 건가요?

"다 내가 모질지 못해 그랬지. 테세우스가 아테네의 선남선녀들을 데려와 미노타우루스의 밥이 될 처지가 되자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에 홀딱 빠져 내게 그를 살릴 방법을 알려달라고 조르는 거야. 그 어미에 그 딸이라고 얼마나 졸라대던지 실타래를 줘버렸더니 테세우스와 그 일행이 살아나온 거야. 화가 머리끝까지 난 미노스 왕이 나와 아들을 가둔 거지. 내가 만든 미궁에 내가 갇힌 거야, 자업자득이지.

-또 대탈출을 시도해 성공했잖아요?

"아들을 잃었는데 뭐가 성공이야, 더 없는 비극이지. 계획은 완벽했지만 아들놈의 성미 파악을 제대로 못해 크게 일을 그르친 게지.

-새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탈출할 생각을 선생 아니면 그 누구도 못하지요. 그 자체로 대단해요, 결국 선생은 시칠리아로 날아갔어요. 그 곳에서 잘 지내는 선생한테 감정풀이를 하려는 미노스에게 결국 탄로가 나지만 선생이 아닌 미노스 왕이 죽임을 당하잖아요, 선생이 이긴 것 아닌가요?

"나를 자꾸 못된 인간으로 만들지 마. 내가 관여한 일마다 다 비극적인 일이 생기는데 승리가 어디 있고 그게 무슨 승리여, 아주 완벽한 패배지.

-안 좋은 일들이 그렇게나 많았나요?

"조카가 죽을 뻔했다 새가 되고 나는 본토에서 추방당해, 괴물이 태어나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고 나와 아들은 감옥에 갇혀, 아들이 물에 빠져 죽고 모셨던 왕이 끓는 물에 죽었는데 철저한 비극이지. 게다가 그 비극의 원인이 나라는 게 저주지 저주….

-그 모든 게 선생의 재주 때문이라는 건가요?

"분명하잖아? 그런 재주가 없었다면 나도 평범한 삶을 살았겠지….

-빼어난 재주를 가진 이들을 너무 부러워할 일도 아니네요?

"그런 재주는 없는 게 좋아, 대단한 재주는 절대 복이 아니라 재앙덩어리야.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에게 한 마디만 해 주시죠.

"대단한 재주 부러워 말아요, 평범한 게 제일 좋고 행복한 거예요.

-의외군요, 고맙습니다. 다이달로스와 함께 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신년>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인터뷰

[충북일보] ◇취임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 말씀해 달라 2016년 국회 저출산고령사화특귀 위원장을 하면서 출산율 제고와 고령화 정책에 집중했다. 지난 6년간 대한민국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로 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인구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의 인구미래전략이 필요하다. 취임 후 위원회가 해온 일을 살펴보고 관계부처, 관련 전문가, 지자체, 종교계, 경제단체 등 각계각층과 의견을 나눴는데 아직 연계와 협력이 부족하다. 위원회가 정책을 사전에 제안하고 부처 간 조정 역할을 강화해 인구정책 추진에 매진할 계획이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위원회의 인구미래전략 비전과 방향은 현재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위원회는 피할 수 없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미래 100년 준비'를 시작한다. 인구구조에 영향을 받는 산업, 교육, 국방, 지역 등 전 분야의 준비를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탄탄한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 인구구조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출산율 제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새해에는 '2023년 응애! 응애! 응애!' 구호를 펼친다. 젊은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