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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깊은 산으로 가는 길 자그마한 바위에서 쉬고 있던 중 산으로 드는 청년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불안한 듯 편안해 보이고, 무거운 듯 가벼운 발걸음이 뭔가 사연을 지닌 것 같아 말을 붙여 보았습니다.

-젊은이 조금 쉬며 물 한 잔 마시고 가지?

"(약간 망설이다가) 고맙습니다, 폐가 안 될까 모르겠습니다."

-명산대천을 유람 중인가, 산에 들어가야 할 사연이 있는가?

"(한동안 말이 없다가) 세상살이가 쉽기만이야 한가요?"

-한 칠십 된 노인의 말투 같네…. 세월 가면 모든 게 둥그레지고 순화된다네. 오늘 슬프고 유별난 일도 나중에는 덤덤한 일상이 되지.

"그럴 수 있을까요, 정말로 모든 일이 다 그럴까요?"

-그러고 보니 베옷을 입었네, 최근에 부모님을 여의었는가?

"이야기하자면 깁니다."

-아픔과 고통은 드러내 말만 해도 반은 해결이 된다네, 내 별 수는 없지만 젊은이 사연을 들어볼 수 없을까?

"(한참 말이 없다가)해결책은 기대하지 않고요, 다 끝난 일입니다. 세상일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데요. 그냥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게지요."

-노인네 소리 그만하게, 내가 자네보다 세상을 세 배는 더 살았을 걸세.

"저는 사리를 분별할 만한 십대에 외가 쪽으로 큰아버지뻘 되는 분이 타의로 자결하는 걸 보아야 했고 그분의 부인이 지아비의 원수에게 겁탈 당한다는 걸 가까운 곳에서 듣고만 있었습니다."

-안됐긴 하네만 '한 치 건너 두 치'라 하지 않던가, 자네보다 더 가까운 그 분들의 자녀들도 있었을 것 아닌가?

"그들은 이미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 분이 돌아가시고 그 분의 이종동생이 왕이 되었지요. 그 후로 팔 년여가 지나 힘이 약해져 천년 사직을 남의 나라에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젊은이, 일을 나무 확대해석해 자신을 학대하지 마, 높은 분들의 결정에 자네가 무슨 영향을 끼칠 수 있나? 그러니 젊은이 잘못이 아니야. 길게 보면 나라는 생기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는 게야.

"그 분이 제 부친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않은가요?"

-(한참 말이 없다가) 다르지 않아! 자네가 부친을 대신할 수 없고 부친이 젊은이도 아니잖은가? 간언이나 충언은 항상 상식과 근본원리를 넘을 수 없고 결정은 당사자가 하는 거야. 부친은 왜 나라를 넘기자 하시던가?

"지키기엔 힘이 없고 싸우기엔 백성들 피해가 너무 크다고 하셨지요."

-이치에 맞고만…, 백성들이야 왕이 김 씨, 박 씨, 왕 씨 또 무슨 씨면 어떤가? 다 친인척도 될 수 있고 단군의 후손 아닌가? 군병으로 나가 싸우다 죽고 다치는 것보다 제 땅 일구며 평화롭게 사는 게 좋지. 안 그런가?

"제 처지는 그들과 다르지 않습니까? 끝까지 종묘사직을 지키자는 제가 잘못된 것인가요?"

-조금 감정을 가라앉히게, 심하게 말하면 자네는 자네고 부친은 부친이야. 자네의 주장이 잘못되지 않았듯이 부친도 그릇 판단했다 할 수 없는 거야. 서로 생각이 그러하고 결정권은 부친에게 있었던 게지. 서로, 아니 모두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거야. 젊은이도 자학과 죄책감을 이제 내려놓아!

"사람이 죽고 나라가 망하는 것을 보았으니 이보다 더 흉한 일이 있을까요? 전 삶의 의미와 의욕을 다 잃었습니다."

-그럼 뭣 하러 이 산골짝에 찾아드는가, 서라벌 근방에서 세상을 하직하지?

"너무 심하신 말씀 아닌가요, 그래도 숨이 붙어있는 한 살아야 하지 않나요?"

-이제 자넨 왕자가 아냐, 부담을 떨치고 평민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라는 게야.

"그러려고 합니다. 잡초처럼 비 오면 비 맞고 바람 불면 누우며 살 겁니다. 누구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남의 눈에 안 띄게 살 겁니다."

-도통한 노인처럼 말하네만 내가 한 수 가르쳐 줌세. 모든 걸 내려놓고 욕심을 버리게. 그러면 어디든 무릉도원일세. 많은 이들이 권세와 명예와 물욕에 묶여 있다네, 깊은 산에서도 벗어나기 어렵지. 다 비우고 살아 보게.

"감사합니다, 노인장. 제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많이 정리 됐습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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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