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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청초하기보다 원숙해 보이는, 대단한 미모의 여인이네요. 저절로 눈이 가 민망합니다. "미인"이라는 노래가 생각나요. 자기소개 좀 해 주시죠?

"소개라니 생소하네요. 많은 이들이 날 보면 대충 짐작하고 얘길 듣고는 고개를 끄덕여요. 한번쯤 들었을 겁니다. 장희빈 혹은 장옥정이라고 하지요."

-저도 짐작했어요. 문중이 미모로 유명한가 봐요. 왜 장녹수라는 이도 있지 않나요?

"성이 같으니 뭔가 연관이 있을 듯도 해요. 그분과는 200여 년 차이가 나요. 그분은 연산군과, 나는 숙종과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할 얘기가 많겠어요, 유년시절 가정형편은 어땠나요?

"부친이 역관이어서 어렵지는 않았지요. 조금은 여유가 있었지요. 하지만 모친이 천출이라 늘 비교의식과 열등감을 떨치기 어려웠어요."

-양친 중 어느 쪽을 닮은 것 같아요?

"지적인 것은 부친을, 미모는 모친을 닮았어요. 최상의 조합이지요."

-어머니도 미모가 출중하셨나 봐요?

"그랬으니 노비신분으로 부친 눈에 들었을 테지요. 모친은 바느질을 아주 잘 하셨어요. 그것도 내가 물려받았어요."

-궁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가요?

"그게 간단하지 않아요. 나를 알아본 건 부친의 사촌인 장현이라는 분이예요, 그분도 역관으로 재산이 어마어마했어요. 재벌은 늘 권력에 영향을 받잖아요. 그분 눈에 내 쓸모가 보였던 게지요."

-어떤 면이 눈에 들었을까요?

"용모와 재치, 끼 뭐 그런 거였겠지요."

-은근히 거침이 없네요.

"다 아는 사실인데요, 다른 얘기해요."

-궁궐 생활은 어땠나요?

"열다섯 즈음에 입궁했는데 궁중 옷을 만드는 '침방나인' 으로 시작했어요."

-언제 왕의 눈에 띄신 건가요? 왕의 첫인상은 어떻던가요?

"어떤 계기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누구든 나를 한번 보면 빠졌어요. 그분도, 그랬어요. 첫인상은 똑똑하고 건장하고 추진력이 엄청나 보였어요."

-첫 눈에 그게 보이나요? 선생도 대단하네요.

"궁에서 살려면 그 정도는 갖추어야지요. 서로 얼마나 강하게 불길이 일었는지 끌 수 없었어요. 그래서 내가 궁에서 쫓겨나요. 왕조실록에 후궁의 미모에 대한 기록은 내가 유일해요. 미모가 위험했다는 거지요. 경국지색이랄까?"

-그런데 감히 누가 쫓아낼 수 있었나요?

"그분의 어머니, 명성왕후였어요. 나를 밀어주던 이들과 치열하게 맞서는 분이었지요. 왕비가 천연두로 죽었는데 그 때 그분과 사랑에 불이 붙었어요. 그게 눈 밖에 난 것 같아요. 그분 모친 태도가 노골적이었어요."

-왕비는 죽고 연인은 출궁당하고 왕이 무척 외로웠겠어요?

"곧 왕비가 간택되지요, 왕은 외로울 틈이 없어요. 왕궁은 늘 후사에 민감한데 그분께 그때 후손이 없었어요. 힘이 뻗칠 때고, 수많은 미인들이 그분만 보고 있는데 외로울 수 없지요."

-언제 다시 입궁하셨나요?

"육 년의 세월이 흘렀지요, 그분이 너무 그리워하니 다시 부른 거예요. 더 강하게 불이 붙었어요. 내게서 기다리던 아들이 태어났고요. 나중에 경종이 되지요. 그분 의지로 아이를 원자로 삼고 내 신분을 높여요. 반대파들을 내치고 급기야 내가 왕비가 되지요. 내 생애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어요."

-그 후로 평탄한 삶을 사셨나요?

"다 아시잖아요? 인생이 그렇게 만만치 않지요. 궁중여인의 삶은 왕의 손에 달렸는데 그분은 철저히 정치적이었어요. 당파의 상징이 왕비였고 한 쪽으로 기울면 환국을 일으켜 자신의 권력을 강화했지요. 서로 이용한 거지요."

-최후가 너무 불쌍해요, 사약 마시잖아요?

"예상했었어요. 그래도 파란만장, 화려한 한 평생이었어요. 후회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신다면?

"원하는 일을 먼저 능동적으로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무는 것 같은 여인, 장희빈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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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내륙특별법 연내 제정 11월 마지노선…최선 다할 터"

[충북일보]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 특별법'(중부내륙특별법) 연내 제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다루기로 했던 중부내륙특별법이 논의조차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 법을 대표발의 한 국민의힘 정우택(청주 상당) 국회부의장을 25일 만나 연내 제정이 가능한지 여부를 들어보았다. 지역민심과 청주권 총선 전략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 민생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역민심은 어떠한가. "우선, 우리민족의 최대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지친 마음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느끼고, 그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과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라며, 주변의 이웃과도 따뜻하고 풍요로운 마음을 나누시길 바란다. 국회일정이 없는 날이면 될 수 있으면 지역에 내려와 지역주민들과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한가위를 맞아 청주육거리시장에서 장보기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추석을 맞아 어려움에 빠져있는 우리 소상공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드리기 위해서 마련하였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등 3고(高)와 함께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