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3.05.23 15:23:26
  • 최종수정2023.05.23 15:23:25

최한식

수필가

-육십쯤 되어 보이는 키가 크고 골격이 굵고 마르신 분이 찾아주셨습니다.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슈타인이라고 합니다. 병원 의사, 대학교수로 20세기 초·중반을 살았습니다."

-예에, 그런데 어떤 일로 찾아주셨는지요? 제가 잘 모르니 무슨 질문을 할 수 있을지 애매하네요.

"제가 무척 후회스런 삶을 살았습니다. 한 여인은 험하지만 멋진 삶을 살았고요, 제 삶이 너무나 한스러워 용기를 냈습니다."

-혹시 그 여인 이름을 알려줄 수 있나요?

"'니나 부슈만', 그냥 '니나'라고 불러요. 나보다 스무 살 어렸지요."

-그 분도 잘 모르겠네요. 혹시 보충 설명할 거라도 없을까요?

"'생의 한가운데'라는 소설 속 여주인공이지요, 저는 그 여인 주변을 18년 동안 맴돈 유약한 지식인이라 할까요."

-아이고, 반갑습니다. 제가 무식합니다. 꼭 봐야지 하면서 못 읽은 소설입니다. 많은 분들이 친숙할 겁니다. 선생의 가족을 소개해 주실까요?

"동생 헬레네와 시골집을 관리하는 아네트 아주머니, 친구로는 알렉산더와 브라운이 있습니다."

-선생의 삶 가운데 어떤 면이 그렇게 한스럽고 후회가 되었나요?

"내 뜻대로 못 살고 독신이면서 사랑했던 '니나'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했어요. 행복한 삶이 아니었지요. 늘 자기변명, 합리화, 도덕에 갇혀 살았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삶을 살지 못한 거지요."

-'니나'라는 분은 선생의 눈과 마음을 가릴 만큼 아름다웠나요?

"외적 아름다움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매력적이었지요. 활력, 야성, 개성 같은 말로하기 어려운 독특함이었지요. 주변 남성들이 다 좋아하고 가까이 하려 했어요."

-어떤 일을 하는 분이었나요?

"글쎄요, 좀 애매하네요. 가게, 서점 점원도 했고, 작가, 칼럼니스트, 반 나치운동가 정도였어요. 그런데 하는 일을 넘어서 영향력이 있었어요."

-그 분을 가장 대단하게 보시는 면이 무엇인가요?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자기 결정력과 두려움 없는 실천이었어요."

-실제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너무 극단적인 예라서 적절할지 모르지만 어느 시골 연구소의 한 학자를 만나 그의 가정에 어려움을 초래했고 당시에도 해결이 어려운 성적인 고민을 듣고 야외에서 함께 했다고 합니다. 시비와 선악판단이 어렵지만 자신의 판단으로 윤리적 벽과 이해관계를 넘어 신념 따라 행동했다는 것은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일이지요."

-쉽게 동의가 되지는 않네요. 다른 예는 없나요?

"자신의 안위보다 옳다고 생각되는 '반 나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감옥에 갔습니다. 옛 남편의 처형을 앞둔 소식을 듣고는 그 비참함을 덜고 자존심을 세워주려 독약을 조달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의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지요."

-과격하게 들리네요, 실정법 위반 아닌가요?

"그렇지만 옳다고 확신하는 일을 행하고 위법에 대해서는 감수하는 거지요. 법이 다 선한 건 아니니까요."

-여인의 무엇이 주변인들로 그녀를 그토록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을까요?

"자유로움, 과격함, 틀을 깨는 신선함, 신념에 따르는 행동, 그녀만의 독특함뭐 그런 것들이겠지요. 처음엔 그녀를 비난하다가도 가만 생각하면 그녀가 옳고 내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곤 했어요."

-선생 같은 삶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살기도 쉽지 않은데….

"한 번 사는 삶을 너무 타인의 시선에 따라 산 것 같아요. 갈팡질팡, 좌충우돌, 전속력, 내가 원하는 삶, 이런 말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그렇게 살았으니 긴 세월 '니나'와 우정 같은 관계로 지낼 수 있지 않았나요? 격렬히 불타올랐으면 오래가지 못했겠지요.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그래서 나는 행복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한 마디 해 주시죠?

"조심스럽지만, 본인이 원하는 삶, 그런 행동을 하세요. 어려움을 겪더라도…, 그게 후회가 덜 남는 삶이라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어떻게 들으셨나요? '생의 한가운데'의 슈타인 박사와 함께 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