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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1.31 15:05:27
  • 최종수정2024.01.31 15:05:27

최한식

수필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우신 여인입니다. 처연한 얼굴에 한을 지닌 것 같네요, 몇 마디 나눠 보겠습니다.

-초면에 실례합니다. 뭔가 하실 말씀이 많아 보이십니다.

"다 털어놓으면 열 권 책도 넘을 겁니다."

-자기소개를 해 주실 수 있나요?

"내 이름보다 사위가 유명해요. 왜 다들 계백장군이라 하잖아요."

-그럼, 계백장군의 장모가 되시나요?

"그렇지요. 내가 그 놈의 장모지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 노래에도 나오는 훌륭한 장군 아닌가요?

"훌륭하긴 개뿔…, 살인마야, 살인마."

-나라를 사랑한 장군, 자기희생의 본이 되는 분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 가정 하나 못 지키는 놈이 무슨 나라를 지켜, 지키긴…."

-듣기 민망한, 너무 과격한 말씀이시네요.

"아니, 죽을 거면 저 혼자 죽지 왜 불쌍한 처자식을 죽여요. 그게 살인마 아니면 누가 살인마요?"

-계백 장군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모르시나요?

"정황은 무슨? 죽으려면 저 혼자나 죽지 처자식을 왜 죽여, 처자식이 제 소유물이야?"

-따님과 손주들을 무척 아끼셨나 봐요?

"이 양반도 별 수 없네, 지 자식 사랑 안 하고 손주 미워하는 할머니 있어?"

-계백장군이 평소 좀 과격했나요?

"맨날 전쟁 생각하고 훈련하니 거칠었지, 게다가 뻑 하면 술이니 안 봐도 뻔하지. 처가에 와도 진득하니 못 있어. 비상이네, 친구가 찾네, 늘 그랬지."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데 사랑스럽진 않으셨어요.

"초반에 아무 것도 몰랐을 때는 남자다워 보이고 듬직하다 생각했어."

-사위가 황산벌에서 싸우다 죽었어요. 마음이 아프시지 않았나요?

"죽을 줄 알았어. 살면 뭐해, 처자식 다 죽여 놓고…. 잘 죽었어."

-장군이 그 싸움에 가기 전 가족에게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뭘 어떻게 해. 난 죽을지 모르니 잘 살라고 했어야지. 나한테 데려다 주던지, 어디든 가서 잘 살라고 했어야지. 다 제 목숨 타고나는 거잖아?"

-정말 사위가 조금도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끔찍해, 군인이 적군을 죽여야지, 왜 지 가족을 죽이냐고."

-나라 없이 사는 백성들 얼마나 불쌍해요?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잖아요?

"그럼 국경근처 사람은 다 죽어야겠네? 내 저 세상에서 봐도 고려가 조선돼도 사람들 살고, 청나라에 항복하고도 살고, 일제 식민지 때도 여전히 사람들 살더라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거여. 그게 생명(生命)이야."

-그럼, 전쟁은 왜 하는 것 같으세요?

"내가 볼 땐, 높은 양반들 욕심이야, 백성들만 죽어나지 말짱 헛것이여."

-딴 나라가 쳐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잖아요?

"그땐 할 수 없지만 지 나라서 농사나 짓고 조용히 살지 왜 쳐들어와."

-따님과 손주들을 그렇게 잃고 어떻게 사셨어요?

"나 죽을 때까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녔어.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꽉 막히고 눈물이 쏟아지더라고."

-저 세상에서 사위 만나셨어요?

"내가 미쳤다고 저를 봐, 안 봐. 딸과 손주들이나 가끔 보는 거지."

-거기는 지낼 만 하신가요?

"큰 근심 걱정은 없으니까, 가끔 이렇게 이 세상에도 한 번씩 와 보고…."

-왜 그런 일은 알려지지 않을까요? 저 세상에서 사람들이 온다고.

"서로 몰라보잖아, 그러니 문제가 안 돼. 우리도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있어."

-현대인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죠?

"다 잘 나고, 다 똑똑한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 게 있어?"

-그러지 마시고 한 마디만 해주세요.

"자기 일과 남의 일 구분해서 자기 일 하면 돼. 말 많이 하고 나니 좀 낫네."

-오늘은 백제 말기 계백장군의 장모라는 여인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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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