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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10.28 15:49:48
  • 최종수정2020.10.28 15:49:47

최한식

수필가

오늘은 황산벌 싸움에서 큰 역할을 한 관창의 부친 김품일 장군을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불러 주셔서 더없이 영광입니다."

-요즘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해줘서 말이 많습니다.

"부모야 항상 자녀들에게 죄인이지요.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결혼 후에도 손자 돌봐주고, 어렵다면 또 도와주고…."

-그런 면에서 장군님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본보기시잖아요

"뭐, 뭐가요- 제가 뭐 잘한 게 있어야 말이죠."

-아드님을 격전지에 거푸 보내, 나라에 바쳐 통일의 초석을 놓았지요

"그렇게 하는 게 아들을 살리는 일이었어요."

-아드님이 그 전투에서 장렬히 죽었는데요

"사람은 다 죽어요,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지금도 관창을 기억하니 제 아들이 산거지요."

-아드님은 죽어서 살고 오늘날 많은 이들은 살아서 죽는 셈이네요

"유식한척 하자면 시대의 사고방식, 시대정신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자녀들을 위해 부모가 해 줘서 문제가 됐어요, 아시죠? 그런 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게 자녀에게 유익하다고 판단한 거지요. 드러나지 않았다면 유익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길게 보면 바른 것이 자녀를 위하는 일이지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 아드님을 전투에 내보낼 생각을 하셨나요

"그 전에 김유신 장군의 조카이자 사위인 화랑 반굴이 먼저 전사해요, 그 소식이 알려지고 군의 사기가 떨어지니 이제 자신이 나설 차례라고 관창이 내게 먼저 눈으로 요청했어요."

-김유신 장군을 원망하지 않으셨나요

"그 분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허락해 준 게 고마웠지요."

-첫 싸움에 "당연히" 패하고 "다행히" 살아 돌아왔잖아요? 다시 싸움터로 보낸 건 아비로서 해서는 안 되는 너무 잔인한 일 아니었나요

"그렇지 않아요. 죽으러 간 싸움에서 살아왔으니 목적을 못 이룬 거지요. 죽 어야 살아요. 충무공도 그런 말을 했잖아요.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라던가…."

-아드님의 죽음에 마음이 아프지 않으셨나요

"어느 부몬들 자식 죽음에 피눈물 나지 않겠어요? 가슴에 묻었지요."

-오늘이라면 장군님은 죽을 게 뻔한 전쟁터에 자식을 보내실까요

"쉽지 않겠지요. 여러 번 생각하겠지만 결론은 같을 거예요."

-어떻게 하면 온 국민이 장군님처럼 생각할까요

"모두 저처럼 보다 스스로의 결론이 필요하지요. 법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신 념에 따라 행동하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요- 그렇게 행동하는 게 합리적이고 유익하다는 시대의식을 만들어야지요."

-결국 시대정신이 문젠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 시대 다수가 책임이 있지요. 가치관이 혼란스럽고, 멀리 보는 힘이 약한 거지요."

-김유신 장군이 기생 천관녀에게 간 애마의 목을 쳤어요. 잘 한 일인가요

"7세기 일을 21세기 관점에서 판단하기 어려워요. 그 시대 가치관이라면 잘한 일이지만 지금은 다르지요. 지금은 말 대신 차를 타잖아요"

-적장이지만 처자를 목 벤 계백의 행동은 어떻게 보시나요

"어렵네요. 무장들은 어떤 면에서 단순해요. 옳다고 판단하면 행동하는 거지요. 그분도 생각이 많았겠고 결론적 선택이었겠죠. 거칠게 사는 게 무인들이 지요. 요즘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지요."

-이 시대에 태어나신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우선 이 시대에 산다는 게 무척 어려울 것 같아요. 할 수 있다면 컴퓨터 전문가로 살고 싶어요."

-부모 찬스에 대해 끝으로 한 말씀 해 주시죠.

"길게 봐야지요. 역시 충무공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필사즉생(必死卽生)이요, 필생즉사(必生卽死)라 생각합니다."

긴 시간 감사합니다. 김품일 장군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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