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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3.01 15:33:56
  • 최종수정2023.03.01 15:33:56

최한식

수필가

-허름한 농사꾼 차림에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는 분입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사람들이 '바보 이반'이라 부릅니다. 손에 굳은 살 백이도록 농사짓는 일 밖에 모릅니다."

-아, 예. 삼형제가 모두 황제이셨던 분이시죠? 세 작은 악귀, 늙은 마귀도 당할 수 없었던 대단한 분 아닌가요?

"난 복잡한 건 몰라요, 그때그때 옳다고 여긴 대로 했을 뿐이지요. 대단한 결정도 아니었어요. 대단한 건 우리 형들입니다."

-먼저 형제분들에 대해 한 마디씩 해 주시지요.

"큰 형은 용기가 엄청난 군인이고요, 작은형은 계산 빠르고 사람이 잘 따르는 사업가지요. 여동생은 착해서 내 말에 반대한 적이 없고요."

-두 형들이 살림을 난 후에 재산을 더 달라고 찾아와요. 부친이 선생께 의견을 물었는데 허락했어요, 안 줘도 되는 것 아니었나요?

"왜 안 줘요? 줘도 내 것 남아요. 그것만 있어도 먹고 살 수 있고요."

-재산 가지고 형제들이 안 싸우니 '늙은 마귀'가 '세 작은 악귀'를 보내 싸움을 시키려 해요. 그때도 두 형은 넘어갔는데 선생은 악귀를 물리쳤죠?

"잘 몰라요, 나는 내 일만 해요. 배가 아프고 밭이 쟁기질이 안될 만큼 단단해도 끝까지 했어요. 쟁기를 바꿔 끼우고 간신히 다 갈았어요."

-선생은 쟁기에 걸린 작은 악귀가 원하는 걸 줄 테니 살려달라 하자 살려줬어요.

"살려줘야 좋잖아요? 작은 악귀 죽는다고 내게 별 좋을 게 없어요."

-집에 큰 형이 와서 자신과 아내를 먹여 살리라 해요, 안 된다 할 수 없었나요?

"형과 형순데요? 같이 살아야죠. 그때 먹을 것, 잘 곳 다 있었어요."

-형수는 선생에게서 나쁜 냄새가 난다고 문간방으로 가라고 했어요. 선생집이니 그분들을 문간방으로 가라고 했으면 어땠을까요?

"내게서 악취가 났고 그분들은 큰형님, 형수님이고 손님이잖아요, 또 말을 방목해야해서 그곳에 있을 수 없었어요."

-작은 악귀들에게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를"라고 축복해요, 그들이 그 말을 싫어하지 않을까요?

"그건 모르지요, 그래도 좋은 말은 하는 거예요."

-그렇게 잘 해줬는데 잔치에 형들과 형수들은 오지도 않아요, 밉지 않았나요?

"오고 안 오는 걸 어떻게 내 맘대로 하나요? 그분들의 선택이지요. 대신 농사꾼과 아낙들과 잔치를 했지요."

-그들에게 병사들을 만들어 노래를 들려주고 금화를 나눠줬어요. 혼자만 노래 듣고금화를 가질 순 없었나요?

"그러면 하나도 재미없어요, 난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는 게 더 좋아요."

-두 형들이 병사들과 금화를 만들어 달라니까 만들어 줬어요, 왜 그렇게 해 달라는걸 다 해 줘요?

"내게 손해될 게 없었어요. 더구나 형들이니까요."

-형들이 다시 선생께 와서 병사와 금화를 더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요, 그때는 왜 거절했나요?

"형들이 나쁜 일에 썼어요, 병사들로 사람을 죽이고 돈을 주고 젖소를 가져갔어요.나쁜 일을 더 하도록 할 수는 없잖아요, 좋은 일을 해야지."

-세 형제가 모두 황제가 되자 '늙은 마귀'가 직접 나서서 두 형을 망가뜨렸어요. 큰형의 나라는 군사대국을 만들고, 작은 형의 나라는 경제대국을 만들어서….

"그런 거 몰라요. 내 나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늙은 마귀가 선생나라를 군사대국을 만들려 할 때 잘 안됐어요, 이유가 뭐지요?

"군대는 농부가 아니잖아요, 우리는 농사만 지으면 돼요."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해요?

"맞서 싸우지 않으면 전쟁이 안 돼요."

-경제대국을 만들려 했을 땐요?

"부자 필요 없어요, 먹을 만큼만 있으면 돼요."

-손에 굳은살이 없으면 차별했어요, 잘못하는 것 아닌가요?

"일하지 않는 사람을 대우할 순 없어요. "

-늙은 마귀가 머리로 일하는 것을 가르치다 굶어 죽어요, 살려야 했지 않나요?

"우리보다 똑똑해 잘 할지 알았지요, 죽을지 몰랐어요."

-선생의 나라로 오는 모든 이들을 받아들여 살렸어요.

"할 수 있으면 같이 잘 사는 게 난 좋아요."

-큰 어리석음이 큰 포용성이네요, 포용성이 모두를 살게 합니다. 바보 이반을 만나좋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크게 포용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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