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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허름한 농사꾼 차림에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는 분입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사람들이 '바보 이반'이라 부릅니다. 손에 굳은 살 백이도록 농사짓는 일 밖에 모릅니다."

-아, 예. 삼형제가 모두 황제이셨던 분이시죠? 세 작은 악귀, 늙은 마귀도 당할 수 없었던 대단한 분 아닌가요?

"난 복잡한 건 몰라요, 그때그때 옳다고 여긴 대로 했을 뿐이지요. 대단한 결정도 아니었어요. 대단한 건 우리 형들입니다."

-먼저 형제분들에 대해 한 마디씩 해 주시지요.

"큰 형은 용기가 엄청난 군인이고요, 작은형은 계산 빠르고 사람이 잘 따르는 사업가지요. 여동생은 착해서 내 말에 반대한 적이 없고요."

-두 형들이 살림을 난 후에 재산을 더 달라고 찾아와요. 부친이 선생께 의견을 물었는데 허락했어요, 안 줘도 되는 것 아니었나요?

"왜 안 줘요? 줘도 내 것 남아요. 그것만 있어도 먹고 살 수 있고요."

-재산 가지고 형제들이 안 싸우니 '늙은 마귀'가 '세 작은 악귀'를 보내 싸움을 시키려 해요. 그때도 두 형은 넘어갔는데 선생은 악귀를 물리쳤죠?

"잘 몰라요, 나는 내 일만 해요. 배가 아프고 밭이 쟁기질이 안될 만큼 단단해도 끝까지 했어요. 쟁기를 바꿔 끼우고 간신히 다 갈았어요."

-선생은 쟁기에 걸린 작은 악귀가 원하는 걸 줄 테니 살려달라 하자 살려줬어요.

"살려줘야 좋잖아요? 작은 악귀 죽는다고 내게 별 좋을 게 없어요."

-집에 큰 형이 와서 자신과 아내를 먹여 살리라 해요, 안 된다 할 수 없었나요?

"형과 형순데요? 같이 살아야죠. 그때 먹을 것, 잘 곳 다 있었어요."

-형수는 선생에게서 나쁜 냄새가 난다고 문간방으로 가라고 했어요. 선생집이니 그분들을 문간방으로 가라고 했으면 어땠을까요?

"내게서 악취가 났고 그분들은 큰형님, 형수님이고 손님이잖아요, 또 말을 방목해야해서 그곳에 있을 수 없었어요."

-작은 악귀들에게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를"라고 축복해요, 그들이 그 말을 싫어하지 않을까요?

"그건 모르지요, 그래도 좋은 말은 하는 거예요."

-그렇게 잘 해줬는데 잔치에 형들과 형수들은 오지도 않아요, 밉지 않았나요?

"오고 안 오는 걸 어떻게 내 맘대로 하나요? 그분들의 선택이지요. 대신 농사꾼과 아낙들과 잔치를 했지요."

-그들에게 병사들을 만들어 노래를 들려주고 금화를 나눠줬어요. 혼자만 노래 듣고금화를 가질 순 없었나요?

"그러면 하나도 재미없어요, 난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는 게 더 좋아요."

-두 형들이 병사들과 금화를 만들어 달라니까 만들어 줬어요, 왜 그렇게 해 달라는걸 다 해 줘요?

"내게 손해될 게 없었어요. 더구나 형들이니까요."

-형들이 다시 선생께 와서 병사와 금화를 더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요, 그때는 왜 거절했나요?

"형들이 나쁜 일에 썼어요, 병사들로 사람을 죽이고 돈을 주고 젖소를 가져갔어요.나쁜 일을 더 하도록 할 수는 없잖아요, 좋은 일을 해야지."

-세 형제가 모두 황제가 되자 '늙은 마귀'가 직접 나서서 두 형을 망가뜨렸어요. 큰형의 나라는 군사대국을 만들고, 작은 형의 나라는 경제대국을 만들어서….

"그런 거 몰라요. 내 나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늙은 마귀가 선생나라를 군사대국을 만들려 할 때 잘 안됐어요, 이유가 뭐지요?

"군대는 농부가 아니잖아요, 우리는 농사만 지으면 돼요."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해요?

"맞서 싸우지 않으면 전쟁이 안 돼요."

-경제대국을 만들려 했을 땐요?

"부자 필요 없어요, 먹을 만큼만 있으면 돼요."

-손에 굳은살이 없으면 차별했어요, 잘못하는 것 아닌가요?

"일하지 않는 사람을 대우할 순 없어요. "

-늙은 마귀가 머리로 일하는 것을 가르치다 굶어 죽어요, 살려야 했지 않나요?

"우리보다 똑똑해 잘 할지 알았지요, 죽을지 몰랐어요."

-선생의 나라로 오는 모든 이들을 받아들여 살렸어요.

"할 수 있으면 같이 잘 사는 게 난 좋아요."

-큰 어리석음이 큰 포용성이네요, 포용성이 모두를 살게 합니다. 바보 이반을 만나좋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크게 포용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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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