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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인형처럼 예쁘고 멋진 여인이 계시네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노라입니다. 다들 저를 《인형의 집》 주인공이라고 하지요. 혹시 《인형의 집》 읽어보셨어요?

-읽어보았지요, 현실과 쉽게 연결이 안 되네요. 몇 가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너무 곤란한 질문만 아니면 무엇이든 좋아요.

-변호사 남편과 세 자녀, 가정생활에 아무 문제를 느끼지 못했잖아요? 유모와 하녀까지, 그런 유복한 삶에 무엇이 불만이었어요?

남편과의 마지막 날 대화 전까지는 행복했어요. 내 생활이 복 받은 것이고 선택된 은총이라 여겼어요. 남편과 자녀들도 자랑스러웠지요.

-그럼, 학창 시절 친구 크리스티네가 와서 문제가 시작된 건가요?

부친 대신 서명해 대출 받은 게 출발이지만, 그게 뭐 큰 잘못인지는 모르겠어요. 남편 위해 대출받고 고생하며 빚 갚은 게 잘못한 걸까요?

-친구가 와서 힘든 이야기를 하고 또 댁이 은근 자랑한 결과로 취직을 요청하고 그 여파로 크로그스타드가 일자리를 잃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고 봐야지요. 크로그스타드도 그래서 내게 협박을 했다고 할 수 있고요. 그를 해고 안 되게 하려고 나도 무척 애썼는데…, 예전의 일들이 드러나고 보여준 남편의 반응이 극히 실망스러웠어요.

-그래도 잘 해결됐잖아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나요?

나에 대한 자각이 생긴 거예요. 언제 어디서나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위한 인형으로만 있을 수는 없다고 깨달은 거지요. 내 지난날이 인격적이거나, 인간적이지 않았다는 것, 내 삶이 아니었음을 안 거지요.

-그때 남편이 말리기도 하고 사정도 하잖아요,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어떡하든 그 순간을 넘기면 다시 예전처럼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내 결심도 어떤 때보다 강했지요.

-지금도 그 순간 세 자녀와 남편을 두고 집을 나간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무의미했어요.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었지요. 누구나 그런 순간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까지가 작품 내용이잖아요, 그 후 사정을 말해주실 수 있나요? 그때 집을 나가 어디로 가셨나요?

크리스티네에게 갔어요. 그 밤에 극도로 피곤했는데 그녀는 밤새도록 내게 얘기했어요. 쉬고 싶었지만 못 쉬고 다음날 친정으로 갔지요. 날 내버려두라 하고는 하루 종일 잠만 잤어요.

-계속 친정에서 사셨어요?

나 때문에 친정에 비상이 걸렸지요. 며칠 지나 풀렸지만 늘 같은 이야기와 눈치 보기에 일주일 지나니 바늘방석이었어요. 아는 이 없는 다른 도시로 도망치듯 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곳에서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처음에는 막막했어요. 집밖에 나서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어떤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날품팔이나 거리의 여인으로 나설 수도 없고…. 그래도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았어요.

-그럼 어떻게…,

구인광고 보고 어느 집에 하녀로 들어갔어요. 처음에는 하녀 할 사람 같지 않다고 쓰려하지 않아서 사정을 했어요. 뭐든 열심히 하겠으니 맡겨만 달라고.

-잘 할 수 있었나요? 그 후로 남편과 자녀들 소식은 들을 수 없었나요?

당연히 잘 할 수 없었지요. 안 하던 일을 금방 잘 할 수 있나요? 아무데도 연락하지 않았지만 남편은 내 행방을 계속 수소문했더라고요. 두어 달 지나 연락이 닿았어요. 내가 뜻을 굽히지 않아 반 년 가까이 그 일을 했어요. 쉽진 않더라고요.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주인집에 내 남편이 변호사이자 은행총재라는 게 알려져 서로 거북해, 그 일을 더는 못했어요.

-그럼, 그 후론 어떻게 하신 거예요?

남편이 특별마차로 찾아와 지난날을 사과하고 앞일을 보증하는 식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오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남편의 약속은 그 후로 잘 지켜졌나요?

비교적 잘 지켜졌어요, 애써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가정이 편해야 세상이 평화롭지요. 《인형의 집》 노라여사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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