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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1.06 14:12:42
  • 최종수정2025.01.06 14:12:42

최한식

수필가

-지적이고 귀여우신 외국분이시네요. 자신을 소개해 주시지요.

11세기에 이태리에서 산 여의사 트로툴라 플라테아리우스라고 합니다. 남편은 존 플라테아리우스였고 그도 의사였습니다.

-그냥 트로툴라로 불러도 괜찮을까요.

편하신 대로 하세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불렀어요.

-그 시대에 여성이 의사가 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대단하시네요. 어떤 질병을 전문으로 하셨나요.

여성들은 병이 걸려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여성 질병을 주로 치료했어요. 산부인과라 할 수 있겠지요.

-당시에 그런 교육을 받았다면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셨나요.

그렇습니다. 귀족가문에서 유복하게 자랐어요.

-당시에도 의사되기는 어려웠을 텐데, 편히 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요.

뭔가 일을 하고 싶었고 이왕이면 어려운 것, 제가 여성이니, 고통 겪는 여성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것이 의사였고 재능이 받쳐 주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의과대학이 있었나요.

그럼요, 제가 살던 살레르노에 그 당시 유럽 유일의 의과대학이 있었어요. 그곳에 입학했지요.

-공부는 할만 했나요.

그때나 지금이나 의학공부라는 게 어려워요. 당시까지 전해지는 의학서적을 봐야 하고, 의술과 약재와 그 조제법까지 익혀야 했으니 생각해 보세요.

-당시에도 언어가 중요했나요, 오늘의 영어처럼….

당시 사용되던 이태리어는 당연하고, 책들에 쓰인 고대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알아야 의학서적들을 볼 수가 있었어요, 간단한 일은 아니었지요.

-실제로 많은 분들을 치료해 주었나요.

여성들은 출산고통을 운명처럼 받아들였고 굉장히 위험했습니다. 죽음을 맞는 산모들도 많았습니다. 원죄에 대한 벌처럼 들어왔고,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생활이 시간적으로 여유 있지는 않으셨겠네요.

그렇지요. 저도 두 아이를 낳고, 그들을 기르고 남편을 챙기고 가사 일을 다 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대개 하녀들을 고용하지 않나요.

그렇긴 하지만, 육아와 가사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살레르노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일도 했어요.

-진료, 가사 일에 교수까지 하셨다고요, 거의 철인이셨네요.

그때까지 여성의 신체구조와 질병, 임신과 출산에 관한 서적들이 많지 않아 제가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을 인정받아 그 대학에서 주는 최고 훈장을 받았어요.

-입을 다물 수가 없네요. 일인삼사 역을 해내신 거네요. 혹시 책 이름을 기억하시나요.

약물의 조제, 여자의 질병과 치료… 그런 책들이었어요. 워낙 그런 책이 드물다 보니 꽤 오랫동안 의사들이 그 책들을 보았을 걸요. 대량으로 책을 인쇄하기 시작할 때, 내 책도 더 찍었다는 것 같았어요.

-아. 그런데, 어떻게 이곳을 찾아오신 건가요.

육체에 따른 물리적 제약이 없으니 여러 곳을 다니게 돼요. 신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최근에 이 나라가 여러모로 회제의 중심이 되더라고요… .

-혹시 미래에 대한 것도 알 수 있고 그런가요.

육체에 따른 욕망에서 자유로우니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뿐, 근본적으로 미래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없어요.

-그러면 계신 곳은 춥고 배고프고 병에 걸리는 일은 없는 건가요.

그런 건 없지만 여기는 또 다른 일들이 펼쳐지고 있어요.

-예상이 안돼요. 조금 설명해 주실 수 없나요.

유아기와 청년기, 장년기와 노년기의 걱정거리가 다 다르잖아요, 그와 비슷한 거지요. 장년이 구슬과 딱지로 고민하지 않고, 노년이 직업과 자녀양육으로 걱정하지 않지만 죽음에 대한 염려 같은 또 다른 일들이 있잖아요.

-눈물도 아픔도 없다는 게 그런 의미였네요. 참 오묘하네요. 현대를 사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어떤 것일까요.

현재를 열심히 살라는 거예요. 다시 오지 않는 시기, 지나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요. 후회를 줄이는 것은 오늘을 잘 살아내는 거지요.

-고맙습니다. 트로툴라 여의사처럼 우리도 오늘을 열심히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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