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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1.10 16:04:36
  • 최종수정2024.11.10 16:04:36

최한식

수필가

-현대와 어울리지 않는 의관을 하신 분이시네요. 본인소개를 해 주시지요.

나 한명회요. 웬만하면 이름은 들어봤을 거요, 청주 한씨고.

-그럼 연세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애매한데 한 600살이라고 할까.

-조선전기 분이시니 오늘날 일어나는 일들은 모르시겠네요.

대충은 알고 있어. 사람들이 끊임없이 내 사는 곳으로 오고 듣고 보기도 하니까. 어쩌면 공간적 제약이 없어 더 많이 알 수도 있지.

-평소에 궁금했던 것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래요, 뭐든지.

-선생은 '금수저' '흙수저' 중에 어디에 속하셨나요.

가문으로 보면 '금수저' 보다 '다이아수저'라고 했겠지만, 내 어릴 때 형편은 '나무수저' 정도였다고 봐야지.

-과거를 많이 보셨잖아요, 한 번도 안됐지만….

내가 놀기를 좋아했어, 그러니 실력도 달렸지. 그런 얘긴 하지 마.

-결국 문음으로 벼슬길을 시작하세요, 창피하진 않았나요.

안 되니 그렇게라도 해야지, 별 수 있남. 사실은 그래서 더 악착같이 살았어.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지. 공부만 실력은 아니잖아.

-수양대군 편에 착 붙었어요, 뭔가 미래가 보였나요.

확신이 있었지, 판을 읽은 거야. 그렇게 해야겠고 그렇게 되겠더라고.

-계유정란을 옳다고 보세요?

명분과 실리랄까, 이상과 현실 그런 거지. 난 실리와 현실을 중시했어. 든든한 왕을 중심으로 나라가 부국강병에 힘써야 했으니까.

-그럼 사육신 처형은 어떻게 설명하실 수 있을까요.

그건 나라를 뒤집자는 반역이니 처형 안 할 수 없었어.

-선생은 세조 때뿐 아니라 예종, 성종 때까지도 권력의 중심에 있었지요.

나라를 위해 내 할 일을 한 거지, 내 개인적 욕망은 없었어.

-길게 권력을 유지한 비결이라도 있었나요.

언제나 왕과 백성을 위해 살았어. 내 가문으로야 벼슬 안 해도 살만했지.

-왕과 백성을 위해 하신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많아, 왕께 두 딸을 시집보냈고, 국경을 튼튼히 했고 위기 때마다 힘을 아끼지 않았어. 오가작통이나 면리제도 다 내가 제안했던 거야.

-관직을 삭탈당한 적도 있잖아요.

나라 일을 오래 하다보면 오해도 있고 잘못도 있는 거지. 나중에 다 밝혀졌고 잘 되었잖아.

-자신만 너무 오래 하면 유능한 신진들 일할 기회를 막는 거 아닌가요.

적임자가 없었어, 늘 불안했던 거야. 그러니 사직을 해도 반려가 됐지. 나는 관직에 욕심이 별로 없었어. 나이 들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게 내 꿈이었어. 압구정도 그래서 만들었고.

-압구정 때문에 어려움도 꽤 많았었지요.

왕께서 오해하셨던 게야. 장소는 좁은데 내가 거듭 안 된다고 해도 외국 사신들이 자꾸 오겠다니 어떡해, 나라와 왕을 위한 결정들이었는데….

-일흔두 살을 사셨으니 장수하신 셈이지요.

내 사익 챙기지 않고 왕과 백성을 위해 산 것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해.

-오히려 사후에 어려움을 당하셨어요, 부관참시라고.

그거야,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통치자의 잘못이지. 다음 중종 때 그것도 바로잡혔잖아. 그런 게 사필귀정이라.

-선생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들으신 적 있나요.

그건 그들 몫이지, 나는 크게 마음 쓰지 않아.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거야.

-그럼 선생은 평생 크게 잘못하신 것이 없다는 건가요.

나는 내 신념대로 열심히 살았어. 할 수 있는 한 왕들과 백성 위해 힘껏.

-아, 그러시군요. 오늘을 사는 많은 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으신 말씀은 무엇일까요.

자기 확신을 따라 열심히 살라는 부탁이지. 딴 생각 말고 그냥 열심히 사는 거야.

-조선조 권력자 한명회와 함께 했습니다. 판단은 각자 내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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