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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8.31 16:00:28
  • 최종수정2022.08.31 16:00:28

최한식

수필가

품격 있는 식당에 일가친척들이 모여 저녁을 들고 있고 팔순을 축하하는 걸개그림이 걸려있다. 자리 한 가운데 조금은 마른 주인공이 앉아있다.

-팔순을 축하드립니다. 몇 마디 여쭤보아도 실례가 안 될까요?

"아, 예. 내가 아는 게 없지만 뭔지 몰라도 물어봐요,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

-팔십년을 사셨다는 건데, 실감이 나시나요?

"몰라, 오래 산 듯도 하고 얼마 안 산 것도 같아. 마음은 이십대 후반이야."

-어느 시절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으세요?

"난 초등학교 시절 같아, 그 육년이 엄청 길게 느껴졌어. 그 시절 친구들이 순수했던 것 같아. 다 어려웠을 때였는데도."

-자손들은 어떻게 두셨나요?

"어떻게? 다 똑같지, 그렇지 않기도 하겠네. 나도 그렇게 2남1여를 두었어, 위로 하나를 잃었고…, 또 손주가 아들 딸 둘이 있어. 손이 좀 귀한 편인가?"

-자녀들로 속상한 적은 없으셨나요?

"왜 없겠어? 그래도 나는 동생들 때문에 더 속상한 일이 많았어, 내가 장남이었거든…. 남동생 둘에 여동생 하나였는데 다 힘들었어. 남동생은, 하나는 생활을 안정시켜 보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 안됐고 또 하나는 내 말을 안 듣고 고집이 세서 힘들었고, 여동생은 결혼을 이상하게 해서 어려웠어."

-부모님에 대해서는 어떤 기억을 갖고 계신가요?

"너무 고생만 하시고 좋은 시절을 못 살고 돌아가셔서 안 되셨지, 먹고 사는 일, 자녀 걱정이 그칠 날이 없으셨어. 효도 한번 못 받으시고, 생각하면 너무 불쌍하게 느껴져."

-가장 기뻤거나 기억에 남는 날은 언제였던 것 같나요?

"허름한 집에서 어렵게 살다가 내 손으로 돈을 벌어 예쁘게 집을 지어 처음으로 들어가던 날이 생각나요. 내가 서른여섯이었지 아마, 그 때가 가장 기뻤던 것 같아. 부모님도 무척 흐뭇해 하셨지."

-젊었을 때는 무슨 일을 하셨어요?

"나는 지금도 젊다고 생각해, 그 집을 지을 때는 아마 닭 장사를 하던 시절이었을 거야. 그 일을 한 사십년은 했을 거야. 한 때는 서울로 닭을 납품도 하고, 나름 열심히 살았어."

-세월이 참 느리게 간다고 느꼈던 시절도 있었나요?

"남자들은 다 알거야. 군대에서 제대를 앞두고 있으면 생각은 많아지고 하루하루 날짜를 세고 살잖아, 그때 참 시간 안 가더라고…. 내가 강원도 전방에서 그 시절을 보냈는데 제대 날짜가 '내일 모레' 인데 '1·21 사태'가 난 거야. 김신조 일행이 청와대를 부수러 온 거지, 제대가 차일피일 기약 없이 미뤄지는데 죽겠더라고. 그게 벌써 50년이 훌쩍 넘은 얘기네."

-빠른 시일 내에 이런 건 이뤄지는 걸 보았으면 좋겠다하는 것 있나요?

"아들 좋은 짝 만나 얼른 장가갔으면 좋겠고 나라가 통일됐으면 정말 좋겠어."

-혹시 후회되는 일은 없으세요, '지금이라면 그렇게 안 할 텐데' 하는 일요?

"글쎄…, 있긴 할 건데 금방 생각이 안 나네. 아, 이건 공개된 비밀인데 내가 한때 주식을 해서 돈을 좀 잃었어, 개미들이 딸 가능성은 별로 없을 텐데, 그 때는 내 머리로 하면 될 줄 알았지."

-이제 팔순을 지나시는데 건강을 위해 특별히 남들에게 권하고 싶은 거 있으신가요?

"내 한 몸 추스르기도 어려운 걸 누구에게 뭘 권해, 남들 다 하는 말로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 운동해야지, 운동.' 자주 걷고 되는 대로 맨손체조 하는 게 좋아."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글쎄…, 사람들이 어떻게 들을지 모르겠는데, 난 왜 살수록 "삶은 개인적인 체험이다"라고 느껴지나 몰라. 아무리 가까운 이들에게 얘기해도 내 말을 잘 안 받아 들이고, 나도 다른 사람 얘기 들어도 그대로 잘 안 되더라고. 그리고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자"는 거야. 조금 시시하지."

-오늘 모인 가족 친지 분들께 한 마디 해 주시죠?

"그 낯간지럽고 상투적인 말? 해본 적 없는데….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 질문에 긴 시간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팔순을 맞은 분과 함께 했습니다. 모든 분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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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