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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4.01 14:17:26
  • 최종수정2024.04.01 14:17:26

최한식

수필가

-비행조종사 옷을 입은 푸른 눈의 젊은이입니다. 자신을 소개해 주실까요?

파비앵입니다. 이름 듣고도 저를 모르는 분들은 무식한 거예요.

-예에,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시죠.

생텍쥐페리 '야간비행'의 주인공입니다. 얼굴을 공개한 적 없으니 못 알아보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아, 예. 그러면 평소 궁금했던 것 몇 가지 여쭤 봐도 될까요?

그러세요, 알려드릴 수 있는 거라면 답을 드리지요.

-야간비행 나설 때 심정은 어떤가?

예민하지만 표현하진 않아요. 위험한 일이라 신경이 많이 쓰이지요. 그걸 드러내면 주변에서 걱정을 하니, 늘 밝고 덤덤한 표정으로 집을 나서지요. 결혼한 후로는 아내와 집 생각이 많았고요.

-운명의 그날, 비행책임자에게 한 마디 들었지요. 마음이 언짢지 않았나요?

늘 있는 일이었어요. 자신감 갖고 용기 내라는 격려로 생각해요, 내 느낌보다 계기판이 정확하니까요. 애매하거나 불안하다고 물러설 수만은 없지요. 많은 일들이 우여곡절을 겪지만 좋은 결말로 끝났거든요.

-그날도 출발 후 한동안은 상황이 아주 좋았어요, 폭풍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런 게 인생 아닐까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만날지 모르는 게 우리 삶이니까요. 그 밤 비행을 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도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죠.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젠가 그런 일을 만났을 거예요. 그렇지 않다 해도 얼마 후에는 모두 영원으로 돌아가지 않나요?

-속항과 회항, 결정의 순간에 리비에르의 말이 영향을 준 것은 아닌가요?

전혀 아니랄 수 없지만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요. 비슷한 경험이 있었고 소심하게 보이기 싫었어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거니까요.

-승객들이 있었다면 절체절명의 순간에 덜 외롭지 않았을까요?

무슨 말씀이어요? 무선사가 희생된 것만도 마음 아프고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인데…. 야간비행사에겐 외로움이 친구지요. 사실 기내에서는 외로움을 느끼지도 못해요.

-높은 하늘에서 그것도 캄캄한 밤에 벌이는 사투를 누가 알까요?

본인과, 같은 일을 하는 이들만 알겠지요. 아내나 자녀도 겪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전문직 사람들은 다 조금씩은 느끼겠지요. 결국은 혼자 겪어야 하는 일, 절대 고독이지요. 질병과 죽음, 실패와 좌절 그런 것을 함께 느끼기는 어렵죠. 각자 감당할 몫이지요.

-어디에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때, 밝은 빛을 보고 고도를 높였어요, 위험하단 생각을 하지 못했나요?

안전과 위험을 넘어서는 본능이었어요. 목이 탈 때 물 마시듯, 참았던 숨이 터지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극도로 외로운 백설 공주가 마녀를 붙잡는 것과 같지요.

-고도를 높인 후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나도 정확히는 몰라요, 그 밝고 고요한 세계를 계속 비행했겠지요. 연료가 다할 때까지. 그 후 어느 순간에 자연법칙을 따라 고도가 낮아지고 어딘가에 추락했겠지요. 불가항력적 일이었으니까요.

-그 순간 야간비행사가 된 걸 후회하지 않았나요?

전혀 아니었어요. 직업을 다시 선택해도 비행사가 될 겁니다. 인생은 결정의 연속이고 그 때마다 최선의 선택을 했어요. 후회는 없어요.

-그날 영향을 준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나요?

전혀요, 사람들이 조언을 할 수는 있지만 결정은 늘 내 책임이지요. 그러니 결과도 온전히 내 몫이 되는 거구요.

-오늘 여기서 꼭 하고 싶은 말씀은 뭐예요?

결정의 순간마다 최선의 선택을 하고 결과를 운명으로 수용하며 후회하지 말라는 겁니다. 삶에 멈춤은 없어요. 시간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야간비행의 주인공 파비앵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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