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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8.26 17:35:05
  • 최종수정2020.08.26 17:35:05

최한식

수필가

오늘은 인류의 영원한 스승이요 위로자라 할 노자선생님과 물에 관해 몇 마디 나누려 합니다. 제가 무척 존경하는 분이십니다. 환영해주세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뵙게 되어 너무도 영광입니다.

물 한 잔 줘요. 벌써 목이 마르네.

-해마다 인류가 수해를 당하는데 좋은 방비가 없는 건가요

인간의 유한성을 받아들여야지, 하늘과 싸워 이길 수는 없어. 물이 피해만 주는 건 아니잖아. 물과 불은 사람살이와 뗄 수 없어. 그러니 오행, 요일이름, 가까운 별이름에도 다 들어가 있잖아. 식물들 커서 열매 맺는데 꼭 필요한 게 햇빛과 물이야. 집터 잡는데도 젤 중요한 게 물이고.

-재해를 천재와 인재로 나누지요, 어떻게든 인재는 막아야지요.

그래서 댐 만들고 축대 쌓고 산림 정비도 하는 거지….

-그런데도 왜 해마다 수해가 반복될까요

그걸 누가 알겠어 하늘 뜻이지.

-좀 애매하면, 하늘 핑계를 대시네요, 노자 어른께서….

내가 본래 똑똑한 사람은 아니야. 자연의 이치를 존중하며 사는 사람이지. 명확히 모르면 하늘 뜻이라 하는 거야, 자네도 정확히 모르잖아

-아, 예! 선생님, 노자하면 누구나 지혜를 떠올려서요. 큰 비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피해야지. 살아만 있으면 뭐든지 해낼 수 있어. 폭우도 하루 종일 쏟아지지는 않아. 생명이 제일 소중한 거야.

-수해는 너무 힘들어요. 정말 막막해요, 그땐 어떻게 해야죠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이들이 도와야지. 수해를 당한 이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도움을 받는 거고…. 살다보면 또 그 은혜를 갚을 때가 와요.

-그런 모습이 인간사회가 약육강식의 자연계와 다른 점이죠

다른 생명체도 서로 돕고 살아, 왜 공생이라고 하잖아. 서로 다 연결되어 있는 거야. 혼자만 살려하면 자신도 죽어.

-물과 불을 떠나서 인간이 살아갈 수 없어요, 이들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까요

참 멍청한 질문이네, 좋은 관계를 가져야지, 좋은 관계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조심스레 사는 거야. 그걸 벗어나면 문제가 생기지. 왜 서양신화에 이카루스 나오잖아, 그걸 생각하면 돼.

-해마다 수해를 겪는 것 같아요, 좀 쉽게 지나갈 수 없을까요

마음을 키워야지, 비 안 오면 문전옥답도 사막처럼 될 거야. 전 지구적으로 보면 비가 와야지. 심한 말일 수 있는데 그런 게 역동적인 게야. 세월 지나 돌아보면 평범한 건 기억 잘 못해. 그런 일을 겪으며 공동체가 서로 얽히고 하나임을 확인하며 끈끈해 지는 거지.

-조금 벗어난 얘기지만 선생님께 물의 덕을 여쭙지 않을 수 없어요, 한 말씀해 주세요.

여러 사람이 다 한 말을 왜 내가 또 해 책 보면 다 있는 걸….

-그건 선생님께 들어야 진짜지요.

이 시대를 생각한다면 더러움을 씻어내고 낮은 데로 흐르는 게 물이지. 막히면 기다리고 돌아갈지언정 다투지 않고, 어떤 그릇에도 꼭 맞는 모습으로 채우는 넉넉한 융통성이 있어…. 그러니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거지.

-그런 좋기만 할 듯한 물에 큰 해를 입으니 더 고통스럽지요.

착하고 힘없어 보이는 민초들의 거대한 힘과 같은 거야, 늘 말없고 힘없어 보여도 그들이 분노하면 세상이 뒤집히잖아. 그 힘으로 인류의 역사가 한 걸음씩 내딛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런 때에 피해가 나기도 하네요.

모든 일에 원리는 비슷한 거야. 다산선생이 거하던 곳 이름이 여유당(與猶堂)이지. 겨울 개울을 건너듯 조심스럽게, 사방을 두려워하며 신중하게 살아가라는 뜻이지. 오늘날 특히 각 분야에서 가진 이들, 힘 있는 이들이 그렇게 살면 좋겠어.

분위기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뻔했어요. 좋은 말씀 감사했습니다. 수해 당하신 분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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