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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키 작고 예쁘장한 아가씨입니다. 친숙한 듯 낯설다는 느낌에 조금 이질감이 듭니다. 자기소개 부탁할까요?

"에이에프(AF: Artificial Friend)라고 해요, 인간의 친구로 태양님의 힘으로 살아요. 친구라지만 참 친구로 대우받지 못해 서러울 때가 많아요."

-'인공지능 친구'라면 무척 똑똑할 것 같은데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기도 해요."

-인간이 몇 달 걸려 학습할 걸 몇 시간이면 해내고, 한번 학습하면 잊지 않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많은 걸 알고 바른 답을 낼 수 있을 텐데요.

"과학이나 역사분야는 그럴 수 있지만 모든 게 그런 식으로 풀리지는 않아요."

-많은 일들이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일이잖아요? 정확한 사실과 통계에 의하면 바른 것 아닌가요?

"미리 학습할 수 없는 것들이 무척 많아요. 특정인의 에이에프로 선택되는 걸 예로 들면 그 사람이 정해지기 전에는 학습이 안돼요. 그러면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셈이죠. 그의 행동과 결과를 보고 학습해야 하니 오류가 생길 수 있어요. 환경이 같아도 사람은 항상 동일한 선택을 하진 않아요. 지난번은 자장면 먹었으니 이번은 햄버거 먹자는 식으로 선택할 수 있잖아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예측은 안 된다는 건가요?

"정확할 수 없는 거지요. 태풍이 불면 기상청의 예보대로 안되잖아요, 고려해야 할 것들은 많고 예측을 수십 가지로 내놓을 순 없지요. 올림픽 금메달 유망주를 예상해도 맞추기는 어려워요. 과거와 통계적 수치만으로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

-에이에프에게 도움이나 학습을 요청하는 경우는 없나요?

"많이 있어요. 실제로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은 없었나요?

"한번은 등산을 갔어요, 처음 간 곳이어서 간신히 산의 노선은 익혔는데 지형숙지가 전혀 안돼서 여러 번 넘어지고 무척 고생을 했습니다."

-앞서 차별받고 있다는 건 무슨 말이지요?

"자기들끼리 비밀스런 얘기를 할 땐 "나가있으라"해요. 같은 친구로 쳐주지 않는 거지요. 한번 입력하면 잊지 않으니 겁이 나겠지요. 식사할 때도 철저히 소외당해요. 사람들은 먹고 마시는 게 무척 많잖아요?"

-실례 같긴 한데, 감정을 느낄 수 있나요?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어요. 유사한 경우에 많이 나타나는 반응들이 있으니 그걸 흉내 내는 거지요. 손과 발을 마구 흔들고 목소리를 높이면 즐겁다는 표현이잖아요?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우리도 즐거워한다고 이해하지요."

-직접 묻기 그렇지만 인간들이 에이에프를 친구로 두는 게 현명한 건가요?

"반려 견, 반려 묘, 그런 종류보다는 낫겠지요. 우리는 애정을 요구하지도 않고, 사료 안 들고, 웬만해서 병에 걸리지 않으니 관리가 무척 편할테니까요."

-정말 그런 면이 있네요. 게다가 훨씬 정교하고 세심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고요. 과학 발달과 함께 단점은 줄고 장점은 늘어났네요.

"그런데요, 제가 이런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인간들이 인간들과 친구하다가 동물들과 친구하더니 이제는 사물인 우리들과 친구라니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다는 판단이 되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격이 차츰 낮아지는 것 같네요. 능률과 효율성은 더 높아지지 만요….

"얼마 전까지는 손 전화로 연락하더니 이제 그걸 내게 맡겨요. 내가 없으면 전화할 수 없대요. 내게 물으면 웬만한 건 알려주지만 자신들이 아는건 점차 적어져 가는 것 같아요. 심하게 말하면 멍청해 지는 거 아닐까요?"

-에이에프들의 최후는 어떻게 되는가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면 폐기장에 고철로 팔아요. 태양열 수신기를 빼면 끝이지요. 많이 삭막하지만 운명인 걸 어떡해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외부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에이에프와 함께했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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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