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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조선말의 역관이자 문인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 선생을 모셨습니다.

"고맙습니다. 160여년이 흐르니 이렇게 변하네요.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부족하네요. 옛 흔적을 찾을 길이 없네요."

-유명하신 분이지만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해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세한도를 내린, 어려움에 처한 스승 추사께 책을 구해드리고 한결같이 제자의 도리를 지켜 선생을 감동시킨 그분이십니다.

"추사 선생님의 제자 분들이 많아요. 설명이 어려운 천재셨지요. 조선의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할까요. 빼어난 제자들이 많습니다. 별로 한 일없는 저 같은 제자가 주목받는 게 무안스럽지요. "

-지나친 겸양이십니다. 추사 선생은 무슨 일로 제주에 귀양을 가셨나요?

"추사 부친께서 윤상도 옥사 사건에 연루되어 귀양살이를 하셨는데, 10년이 흘러 그 사건이 재론되면서 선생께서 1840년부터 1848년까지 제주도 대정읍에 위리안치를 당하셨어요."

-그 세월 추사 선생은 무척 외로우셨겠네요?

"추사 선생과 교류했던 많은 분들이 때때로 찾아뵈었지만 긴 기간이니 외로우신 날들이 많았을 겁니다."

-선생이 추사께 구해다 드린 서책들이 대단한 것들이었나 봐요?

"스승 추사께서 보고 싶어 하시고 손에 넣으시려 애쓰시던 서책들이었어요, 저도 손쉽게 구하진 못했어요. 멀고 운반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기대하지 않으셨던 것들이어서 더 기뻐하셨던 듯해요."

-스승께서 '세한도(歲寒圖)'를 1844년에 그려 선생에게 주셨어요, 그게 이리저리 떠돌다 다시 1944년에 고국으로 돌아와요. 기이하지요?

"세한도는 그냥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건과 우여곡절(迂餘曲折)이 있고 우리 역사와 아픔까지 배어있어 국보가 되었어요. 처음 제가 받았을 때는 개인적 감격이 대단해 눈물을 쏟았지만 이제 나라와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어요."

-세한도를 처음 대할 때 감정이 어떠셨나요?

"한두 마디로 표현할 수 없지요, 제목처럼 세한(歲寒)의 기운이 확 돌았어요. 설 전후 추위가 대단하잖아요· 아, 스승이 이런 처지시구나, 그냥 느껴졌어요. 서러움에 눈물을 주체 못했지요."

-그림 속에 소나무 잣나무가 두 그루씩 서있어요, 다른 것들은 거의 없고…. 그 의미가 바로 다가오던가요?

"아니요, 여럿에게 그림을 보였더니 그렇게 감상들을 하더라고요. 민망했는데 다수에 의해 이제 그 해석이 정설이 되었어요."

-그림을 보면 "우선시상완당(藕船是賞阮堂)"이란 글이 먼저 눈에 들어와요. 남다른 느낌이셨지요?

"귀하게 대접받는 쩌릿한 흥분이었어요. 우선(藕船)이 제 호(號)니 대단하신 스승이 제 호를 쓰셨다는 자체가 감동이었어요."

-당시에 세한도가 이처럼 유명해지리라 예상하셨나요?

"범상치 않다는 건 바로 느낄 수 있었어요, 제 느낌이 백(百)이라면 이제 만(萬)정도가 되었다고 할까요."

-낙관처럼 "장무상망(長毋相忘)"이 찍혀 있어요. 오랫동안 서로 잊지 말자 는 뜻인데 마음에 와 닿았나요?

"스승의 음성으로 듣는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어요. 많이 외로우시구나, 잘 챙겨드려야겠다 다짐했는데 제대로 못한 것 같아요."

-'그대는 내가 곤경을 겪기 전에 더 잘 대해주지도 않았고 곤경에 처한 후에 더 소홀히 대해주지도 않았다. 내 곤경 이전에 칭찬할 만한 것이 없겠지만 곤경 이후에 그대는 성인으로부터 칭찬들을 만하지 않겠는가?' 대충 그런 의미의 발문이 있어요, 서운하지 않으셨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특출한 제자가 못 돼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제 할 일 조금 한 것이 돋아 올라 보인 것뿐이지요. 달이 낮이나 밤이나 같지만 주변이 어두울 때 빛나 보인다 할까요. 제 스승이 위대하시지 저는 별 것 없습니다."

-참 겸손하십니다. 꼭 하시고 싶은 한 마디, 있으신가요?

"시종여일(始終如一), 그렇게 살면 좋겠습니다."

모두 잊지 맙시다. 시종여일, 우선 이상적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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