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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재판 중인 동학농민운동의 지도자며 사상가인 전봉준 선생과 잠깐 말씀을 나눌까 합니다. 녹두대장님,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죽지 못해 살아 있소, 좋을 리야 없지요. 심문이 계속되네요."

-동학이 35년쯤 되었는데 선생은 입교한지 5년여 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도 중책을 맡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온 몸을 바치려는 이들,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적은 탓 아닐까요?"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고 예상하나요?

"모르긴 하지만, 여러 정황을 보면 살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해요."

-이렇게 될 걸 처음부터 짐작하고 하신 일인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난 서당의 훈장이고 동학교인일뿐이었지요."

-동학의 핵심이 뭔가요?

"한 마디로 시천주(侍天主), 주인을 내 삶에 모시는 거예요. 좀 더 말하면 수심(守心), 충효(忠孝), 보국안민(輔國安民), 곧 내 마음을 지키고 나라와 부모를 받들며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케 하는 거지요."

-그런 가르침을 따라 행한 것이 나라에 큰 죄인이 되었다니 허탈하시겠어요?

"시대가 험악하지요. 평범하게 살거나, 그렇게 죽기가 어려운 세상이네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요?

"한두 가문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니 큰 문제일 수밖에요, 왕과 신하관계가 뒤집히고 돈으로 관리가 되니 돈을 모으려 할 밖에요. 삼정이 어지럽고 신의가 없어요. 사람이 다 귀한데 양반만 귀한 줄 알아 문제지요."

-그렇다고 농민이 일어나 관리를 치고, 세상을 뒤집는 건 아니잖아요?

"세상이 뒤집혀져 바로 하려는 거지요, 우리가 나라와 맞서려는 게 아니요. 최소한의 요구를 들어달라는 걸, 청나라와 일본을 끌어들여 어쩌자는 건지 몰라요. 그렇잖아도 개항으로 나라가 어수선한데…. 우리 주장이 척양척왜(斥洋斥倭)와 폐정개혁(弊政改革)이지 다른 거 아니지요. 근 백여 년 나라가 어지러우면 그 원인을 찾아 바로잡아야지요."

-훈장을 하셨는데 이렇게까지 난리를 일으켜야 하셨나요?

"부친이 탐관오리에게 억울하게 곤장을 맞고 끝내 숨을 거두셨지요. 피가 끓어오르고 눈이 뒤집혔지요. 1천여 명이 몰려갔더니 쥐새끼처럼 도망갔어요. 무기를 차지하고 늑탈한 물건들을 돌려줬지요. 일단 해산했더니 안핵사(按?使)라고 온 놈이 하나도 다를 게 없었어요. 우리가 많이 속고 많이 참았어요."

-이렇게 됐는데 억울하지 않으세요?

"시대 탓이지요. 하늘이 부르고 나는 그에 따랐을 뿐이네요. 어차피 한 번은 죽는 건데, 후회는 없어요. 부친 앞에 떳떳하고요."

-선생을 따르던 많은 이들이 죽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마음인가요?

"다같이 좋은 세상 한번 살아보려 했지요. 신념대로 살다 죽었으니 잘 산거지요. 구차하게 사느니 깨끗이 죽는 게 바로 사는 거지요. 우리의 죽음으로 좋은 세상이 조금은 앞당겨지겠지요."

-미안함을 전하고 싶은 이들은 없나요?

"나와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미안하지요. 한 뜻으로 나섰다 목숨을 잃은 이들과 어려움을 당하는 그 가족들, 우리 가문, 혼란을 겪은 이들, 이루 말할수 없이 많은 이들 앞에 내 죽음으로 용서를 비는 거지요."

-동료들 고발로 체포가 되었어요, 그들을 어찌 생각하나요?

"나름대로 판단을 했겠지요, 언제까지 숨어 살 순 없어요. 원망하진 않아요."

-뒤에 오는 후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시대의 부름, 하늘의 부름을 거역하지 말아요. 또 그 일에는 목숨을 걸어야한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남의 앞에 서는 것은 죽을 각오가 필요하니까요."

-시대의 사상가이자 행동가, 152㎝의 작은 거인, 역사에 너무도 큰 발자국을 남긴 전봉준 선생을 만나 보았습니다. 엄숙한 삶과 죽음의 본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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