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한식

수필가

-고려시대 무신정변의 주역 정중부 장군을 만납니다. 안녕하세요.

"안녕이랄 게 뭐 있나요? 반갑습니다. 너무 달라져 정신 못 차리겠네요."

-그러실 겁니다. 이 시대 사람들도 적응이 어려워요. 남자다우시네요?

"부인하진 않을 게요. 체격과 외모로 덕을 본 일도 많아요."

-장군 시절에 문신들에게 무시와 차별을 당하는 일이 많았나요?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그랬어요. 전투를 해도 총대장은 항상 문신들이고 이겨도 최고 수훈은 그들 차지였어요. 승진의 한계도 분명했고요. 참기도 많이 참았는데 오랜 세월 되풀이되어 너무 힘들었어요.

-문신들이나 그들을 감싸는 왕을 많이 원망했겠어요?

"전쟁에 목숨 걸고 싸워 이겨도 무시를 당하니 억울하고 분했지요. 게다가 실제적인 힘은 무신들에게 있었으니까요."

-1144년 연말 사건을 언급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날 장군께서 김돈중에게 망신을 당했잖아요. 실세였던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에게 매질을 하셨다지요?

"그랬어요, 지금 생각해도 분노가 치밀어요. 다시 그런 상황이 오면 똑같이할 것 같아요. 잘못했다거나 후회하지 않아요. 그 녀석은 나이도 나보다 한참 어리고 서열로도 아래지요. 그 놈이 잘못한 거지요."

-그런데도 김부식은 왕에게 고해 장군을 벌주라 했다면서요?

"그 아비에 그 자식이지요. 오히려 내가 피해야 했으니까요."

-왕도 문신과 무신들을 차별했나요?

"무신들 마음에 들진 않았지요. 자기들은 먹고 마시고 즐기고 우리는 경비서고 뒤치다꺼리나 했으니까요. 모든 면에 불만이 많았어요."

-긴 세월이 흐르고 1170년에 둑이 무너지듯 사건이 터져요. 그때 그 일의 중심에 계셨지요?

"제 이름이 중부(仲夫)잖아요, '두 번째 사나이, 중재하는 사람', 이름값 한 거지요. 무신들이 항상 부추기고 원망했지만 늘 토닥이고 눌러왔어요. 아슬아슬 했어요. 터질 게 터진 게지요."

-그때도 있어서 안 될 일이 있었지요?

"많은 이들 앞에서 '수박희(手搏戱)'라고 무술 겨루기를 했는데 상대가 여러 면에서 안 맞았어요. 문신 한뢰(韓賴)의 행동은 전혀 상식 이하였고요. 무인들의 화에 기름을 부어 폭발시킨 셈이 됐지요."

-그래도 너무 많은 이들을 살육한 건 아닌가요?

"그 상황에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어요."

-왕을 폐하고 새 왕을 세우기까지 했잖아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그때 전반적인 상황이 어쩔 수 없었어요, 통제할 수 없이, 흘러가는 흐름이랄까…. 제지할 수 있는 이들은 없고, 요구는 강력했어요."

-본인 책임이 아니라고 한 발 빼는 거 아니신가요?

"850여 년 전 일에 발뺌할 게 뭐 있고, 이제 와서 문제될 건 또 뭔가요? 진실이 중요하지, 진실이…."

-그때 그 일을 후회하지는 않으셨나요?

"바르지 않으니 언젠가 한 번은 뒤집혀야지. 시간이 문제지 일어날 일이었어요. 고질병 같은 것이었지."

-1179년에는 스물다섯 새파란 경대승에게 장군과 아들과 사위가 모두 죽임을 당했어요, 삶이 참 허무하지요.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 아닌가? 내 손에 많은 이들이 죽었으니 나도 그렇게 당하는 거라 생각해. 그게 세상 이치지."

-경대승이 청주 사람예요, 그래서 눈이 번쩍 뜨이고 잘 됐으면 했는데 스물아홉에 요절하고 말아요. 많이 아쉬워요.

"아쉬운 게 인생이지, 살만하니 죽는다잖아? 모든 게 극단으로 치우치면 다음엔 반대편으로 기우는 거지."

-무인들이 통치할 때 원하는 대로 잘 됐나요?

"예전 일 다 알면서 뭘 물어. 준비가 없었으니 잘 될 리 없지. 한번 한을 풀어 본 거야,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안 되는 게 나라 일이더라고."

-그런 일들을 겪으며 깨닫게 된 건 뭔가요?

"어떤 일이든 정도를 넘으면 불행해진다는 거야. 모두 화를 당하는 거지. 특히 힘을 가진 이들, 위정자들이 잊지 말아야 해."

-꼭 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으시다면 해 주세요.

"역지사지(易地思之)야!"

-모두 역지사지하며 삽시다. 정중부 장군과 함께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