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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처음으로 인터뷰를 원하는 이가 찾아왔습니다. 본인 소개해주시죠.

"'알렉 더버빌'입니다. 소설 '테스'에서 테스의 순결을 빼앗은 나쁜 놈이죠. 하지만 정 많고 착한 놈입니다. 세상에 온 지 130년가량 되는데 오해만 받았습니다. 그걸 조금이라도 풀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선생이 살던 시대는 남성중심 사회였지요? 요즘 같으면 감옥 가요.

"저는 생명을 잃었습니다. 한 번 잘못한 걸로 천하에 몹쓸 놈이 되었고요, 한번 실수 않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한 번으로 끝입니다. 범죄가 되풀이 된다면 끔찍한 악몽이지요. 그렇지만 자신을 변호해 보시죠. 좋은 기회니까요.

"처음부터 말씀드릴게요. 한 아가씨가 친척이라고 찾아왔어요. 일자리나 경제적 도움을 원했어요. 귀엽고 예뻐 잘 대해 주었어요. 우리는 살 만했으니까요. 모친과 상의해 일자리를 마련해 함께 지냈어요. 그 아가씨네 집에서도 좋아하고 둘이 결혼하기를 원하는 것 같았어요."

-그 아가씨가 '테스'였던 거지요? 그래 둘 사이는 잘 진전되었나요?

"저는 늘 테스를 챙기고 그녀 주변을 그림자처럼 따랐어요. 다른 이들에게 피해당할까봐, 또 제게 호감을 갖도록 눈에 안 띄게 신경을 썼지요. 그런데 그녀는 왠지 모르게 나를 피하고 멀리했어요."

-사고는 어떻게 일어났나요?

"테스가 이웃 마을 주막모임에 자주 갔어요. 그때도 은밀히 가까이서 살펴 주었지요. 그날은 축제가 겹쳐 모임이 길어졌어요. 게다가 다툼이 생겨 테스가 곤경에 처했어요. 그냥 두면 곤란할 것 같아 그녀를 곤경에서 건져내 말에 태워 위기를 벗어났어요. 밤에 밖에서 그녀와 둘만 있으니 설렜지요. 그녀가 추워해 외투를 벗어주고 마음을 진정시키려 주변을 걷다 돌아와 보니 잠들었더라고요. 귀엽고 사랑스러워 얼굴을 쓰다듬고 하다 보니 일이 났지요. 한편은 그런 일로 결혼이 쉽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테스만 허락하면 문제될게 없었으니까요. 저는 정말 테스를 사랑했거든요."

-그럼 언제부터 관계가 악화되었나요?

"그 일 후로 저를 더 멀리하고 집으로 가겠다고 했어요. 함께 그녀 집에 가서 결혼승낙을 받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도중에 테스는 혼자 집으로 갔고 얼마 후 아이를 출산해 몇 달 후 아이가 죽었어요."

-그 후로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녀는 새 일자리를 구하고 상류층 청년과 사랑에 빠졌어요. 소식을 늘 듣고 있었지만 잘 되기를 바라 찾아가지 않았어요. 그녀는 결혼 후 불행해졌어요. 고생한다는 소문을 들었죠. 그때는 저도 신앙에 귀의해 전도사가 되었어요. 순회설교로 그곳에 들렀다 그녀를 보고는 마음이 흔들려 전도사도 그만 두었지요. 돕고 싶다했지만 테스는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녀 가정이 위기를 맞아 살던 곳을 떠나야 했을 때 다시 호소했지만 거절당했어요. 거처마저 없어지자 내 설득으로 마침내 우리는 함께 살게 되었지요. 그때까지 전 결혼도 안했어요. 하지만 꿈을 이뤘지요."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테스와 결혼했던 녀석이 돌아왔어요. 거지꼴로 나타나 몇 시간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사라진 뒤, 갑자기 테스가 내게 다가와 말다툼 끝에 나를 찔렀어요. 이게 제 이야기의 전부예요. 청년기 이후로 그녀만을 사랑했고 함께 잘 살고 싶었는데 결국 모두 다 불행해졌어요. 예쁘고 사랑스러운 게 모든 것은 아니잖아요. 저는 할 만큼 했는데 숱한 비난만 받았어요. 너무나 억울합니다."

-선생의 일방적 주장이 아닌가 싶네요. 상대가 있는 관계는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합니다. 나 때문에 상처받는 이는 없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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