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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카페 한 구석에서 젊고 단아한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소개랄 것도 없어요. 싱글인 16년 차 직장인입니다."

-16년 차라고요? 그럼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민망한 질문이에요, 그렇다고 못 밝힐 건 없지요. 마흔 둘입니다.

-실례되는 말이지만 정말 놀랐어요, 20대 후반이나 많아야 30대 초라고 짐작했습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할 이야기가 적지 않을 텐데요."

-예,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죠. 왜 결혼하지 않으셨어요?

"'이 사람이다' 하는 이를 못 만났어요. 대충 결혼할 순 없는 거잖아요."

-결혼이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여기시나요?

"결혼에 유·불리를 따지는 게 그렇지만 여성에게 불리하죠."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간단하죠, 요즘 결혼했다고 맞벌이를 안 할 수 있나요? 결혼 후 자연스레 출산이 이어질 텐데 출산 후 육아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더 커요, 당연히 그런 일이 직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할 순 없죠."

-자녀들이 노후에 큰 위로와 힘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 기대가 자신과 자녀 모두를 불행하게 할 것 같아요."

-다른 불이익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여성에게 결혼은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며느리가 되는 일이라 할 수 있잖아요? 남성에게는 남편과 아버지 또 사위가 되는 거구요, 그에 따른 부담을 연상하면 어떤 역할이 더 힘들지 금방 알 수 있지 않나요?

-그렇긴 하네요, 그러면 결혼을 안 하면 불이익이 없을까요?

"부모님과 친인척 그리고 사회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것도 같고…. 조금은 불안하기도 해요. 허전할 때도 적지 않고요. 크게 보면 안 한다기보다 그냥 세월이 흐른다고 할까요."

-결혼을 안 하면 편한 게 있나요?

"너무 결혼 이야기만 하는 것 아닌가요? 편한 게 많지요. 현상을 유지할 수있다는 게 편하지요. 잘 몰랐던 이들과 새로 관계를 맺기보다는 익숙한 이들과 이어지는 게 무난하고, 혼자 있으면 의견충돌이나 싸울 일이 없어요. 하고 싶은 일들, 취미나 자기계발을 간섭받지 않고 할 수도 있고요."

-시간이 나거나 주말 같은 때에는 무얼 하시나요?

"아이 참, 똑 같아요, 유별난 사람으로 안 봤으면 좋겠어요. TV 보고 책 읽고 가끔 게임하고 잠을 자요. 어쩌다 영화보고 요리도 하고요. 일방적으로 질문만 받았네요, 한번 바꿔볼까요? 제 질문에 답해보세요."

-그건 아닌데요. 질문이 제 일이예요. 어디 그럼 질문해 보세요.

"본인과 가족 구성원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쉰셋, 직장인이고요, 세 살 차이 나는 부인과 고1인 딸과 초등생 아들이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지금의 아내분과 왜 결혼하셨나요?"

-'어떻게'라는 질문은 가끔 있었는데 '왜'는 처음인 것 같네요. 사귀다 아내가 임신을 해서 떠밀리듯 했어요. 이렇게 대답해도 되나 당황스럽네요.

"시간이 나거나 주말에는 뭐 하세요?"

-집에서는 TV 보고 어쩌다 청소나 설거지 한번 하고, 낮잠 자는 게 고작인 것 같네요. 책도 안 보고 영화본 지는 정말 오래 됐네요.

"싱글 때보다 자유롭고 행복하신가요?"

-당황스럽고 무척 어렵네요. 자유롭다고 하긴 어렵고, 가장으로 책임이 더 무겁다고 할 수 있겠네요.

"부부싸움이나 심하게 다툰 일은 없나요?"

-없달 수 없지요, 왜 없겠어요. 있어야 정상 아닌가요? 지금도 가끔, 부정기적으로 서로 부딪힐 때가 있지요.

"싱글들에게 자신 있게 결혼하라고 권할 수 있나요?"

-싱글 분들은 결혼경험이 없지만 저는 싱글경험이 있으니 조언할 자격이 되는 건가요? 한두 마디로 뭐라 할 순 없으니 인류를 위해 결혼하라고 해야겠네요. 그래야 인류가 지속적으로 존재하잖아요?

"인류의 지속적 존속이 지구나 우주에 유익을 줄까요?

-아, 어렵네요. 안 되겠어요. 오늘은 싱글 숙녀분과 여러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앞으로 더 신중히 질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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