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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9.29 16:59:05
  • 최종수정2021.09.29 16:59:05

최한식

수필가

-수호지 양산박(梁山泊)의 최고 두령, 급시우(及時雨) 송강(宋江) 모셨습니다.

"영광이면서 두렵고 떨립니다. 인물 선택을 잘못한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분 맞네요. 늘 작은 키에 검은 얼굴로 소개되던데, 직접 뵈니 봐드릴 만합니다. 외모 때문에 마음 상하신 적 많았을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외모는 내 잘못이 아니니 그냥 받아 들여요. 제게는 그런 면들이 경계심을 없애고 인간관계를 사과(辭過) 받으며 시작할 수 있어 좋았던 때가 더 많았어요."

-그렇게도 이해할 수 있네요. 말이 나왔으니 여쭤볼게요. 많은 이들이 왜 선생을 그렇게 좋아하고 따를까요?

"저도 궁금해요, 다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이 제게 앞장서라고 하시니 이상한데, 그것도 반복되니 익숙해지데요. 굳이 찾자면 '만만함'이나 '내편 의식' 정도가 아닐까요?"

-항복하는 장수들에게 선생이 손수 일으키며 주인이 돼달라고 요청할 때가 많아요, 처음 통성명 할 때도 자주 과해 보이던데 연기(演技)하신 건가요?

"전 '연기(演技)'에 '연(演)'자도 몰라요. 늘 제 진심을 표할 뿐입니다."

-뜻밖이네요.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선생의 호가 급시우(及時雨) 곧 '때맞춘 단비'라는 뜻이죠, 상대에게 꼭 필요한 걸 적기에 준다는 건데 그게 돈일 경우가 많았어요. 그 많은 돈의 출처가 궁금해요. 가문이나 월급만으론 불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그랬어요. 저는 공과 사를 떠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힘닿는 데까지 도왔어요. 그래선지 많은 분들이 후원해줬어요. 제 통장에 늘 적지 않은 잔고가 있었고, 저는 항상 비상금으로 꽤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 일로도 많은 분들께 늘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공과 사, 의와 불의, 이해타산을 떠나 어려움 당한 이들을 돕고 그들의 후원을 받았다. 전형적인 '검은 돈'에 '내로남불' 아닌가요?

"난 복잡한 것 몰라. 상대가 어렵고, 내가 도와야한다 싶으면 내 일로 알고 도우며 살아왔어…."

-양산박의 행동강령이 체천행도(替天行道)입니다.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한다'는 것인데 그 말에 부끄러운 적은 없었나요?

"워낙 거칠고 사나운 이들이 모여 있으니 자기통제(自己統制)가 힘들어요. 흑선풍(黑旋風) 이규(李逵)가 대표적이지요. 늘 당부하고 주의를 줘도 그 성정을 고치기 어려웠어요. 염려가 많았습니다. "

-그런 걸 알면서 이규를 끝까지 데리고 다녀요. 그럴만한 이유라도 있나요?

"착하고 사심이 없어요. 충성심이 대단하고 단순하며 직선적이지요. 난 그런 사람이 너무 좋아요. 죽는 순간까지 같이 했으니 그런 동료도 드물지요."

-국가 귀속의식이 너무 강한 것 같아요, 양산박 시절이 더 낫지 않았나요?

"충(忠)과 효(孝)는 인간의 근본(根本)이야. 비록 내게 불이익이 있다 해도 충효를 어길 순 없지."

-어느 곳, 누구든 급시우 송강이라면 껌뻑 죽었어요. 그 절대적 카리스마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어떤 경우에도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이겠지요. 그게 의리라고 생각해요. 때론 관리나 관군과 부딪치기도 했지만 내가 속한 무리가 먼저였어요."

-이해되지 않는 면도 있네요. 산적단, 폭력조직 같다는 느낌이 있어요.

"억울하게 죄짓고 쫓기는 이들이 모이니 울분이 컸어요. 양산박 외에 기댈 곳이 없었고요. 그나마 힘이 있으니 살아남았지요."

-이 시대 힘겹게 사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하늘을 거스르는 일은 하지 마세요. 하늘은 어려운 이들 편입니다. 어려운 이들끼리 의지하고 사는 게 행복입니다."

한 시대 서민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했던 급시우 송강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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