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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안녕하세요? 토정 이지함 선생님 모십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요즘도 토정비결 자주 보나요?"

-아무래도 덜 하지요. 젊은이들은 별점, 타로카드 같은 걸 보는 듯해요.

"젊은이들이 그런 것들도 의지하지 않는다면 더 좋을 텐데. 어디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

-선생은 역술가라기보다 학자잖아요? 인물 지리 산술 의학 경제 등 모르는분야가 없어요. 원래 천재셨어요?

"남들이 하는 얘기지, 난 한 번도 그리 생각한 적 없어요. 한 개인이 안다고해야 무얼 얼마나 알 수 있겠어? 좀 알려지면 부풀려지기 십상이지. 내 호가 토정(土亭)이잖아, 그냥 흙집에 산다는 거야, 다 그런 거지."

-제 윗세대만 해도 설날 즈음에 토정비결 참 많이 봤거든요, 질문이 그렇긴하지만 그거 잘 맞나요?

"허어, 당황스럽네. 그럼 내 거꾸로 물어볼게, 예전 델포이 신탁은 정확했나"

-와아, 델포이 신탁을 아세요? 하여튼, 그건 애매해서 지나고 보면 그랬구나,하는 것 아니었나요?

"내 책에도 족집게 같은 건 없어요. '23세 춘자와 바람난다' 이럴 순 없잖아. 수많은 이들이 같은 운수를 볼 테니. 그러니 '귀인(貴人)', '구설수(口舌數)' '춘풍(春風)' 식으로 보편성을 띨 수밖에 더 있어?"

-그럼 안 맞는 경우도 꽤 많겠어요

"이러지 말아요. 본래 그런 걸 보려는 이들은 힘들고 어려운 서민들이야. 잘나가고 떵떵거리며 사는 것들이 왜 그런 걸 보겠어? 그러니 기대고 비빌 언덕을 주고 싶었던 거야. 막연히, 보다는 한발 더 나간 설레는 기대랄까."

-선생은 학식 있는 '도사(道士)'느낌이 들어요, 그 분들은 어디 얽매이지 않는자유인 같고요. 그런 선생이 보실 때 현대인은 어떤가요?

"너무 아는 게 많고 이기적이야, 예전이 함께 사는 시대였다면, 이젠 모두가 혼자 살아간다고 할까· 살맛, 덜 할게야, 그러니 펫(pet)에 죽고 못 살지."

-하아, 펫을 아세요? 그럼 세상 돌아가는 걸 다 아시는 거예요?

"놀라긴…, 한 마디만 더 할까.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이 분리된 게 아니야,서로 묘하게 얽히고 통해 있어. 몸을 가지고 있을 때보다 더 명료하게 알수도 있지."

-여러 번 놀라네요. 어떻게 살면 선생처럼 자유로울까요

"나처럼? 그건 어려울 걸…, 그래도 돈 사랑 자리에서 한두 걸음 물러나 살면 좀 더 자유로울 순 있겠지."

-말년에 현감을 하면서 지역민들에게 인기가 대단했어요. 양어장을 폐쇄하고, 걸인청(乞人廳)을 세우는 일 같은 걸 어떻게 해낼 수 있었나요?

"분노와 연민이지, 내가 그 중 한 사람이라면 의외로 답이 쉬울 수 있어. 딴 얘기지만 국회가 서민들 애환을 풀어주지 못하는 건 국회의원들이 서민이 아니라서 그래. 결정적인 때 손해 보지 않으려는 게 인간 본능이니까."

-선생이니까 묻고 싶어요. 운명이 있나요? 대단한 역술인은 그걸 알까요?

"그런 분야 최고의 책이 주역(周易)이야, 난 그냥 쉽게 생각해. 주역(周易),그 책 이름 뜻이 "두루 바뀐다"는 거잖아.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거지. 어떤이들은 '경험의 통계치'라고도 하더라고, 운명이 있어도 그걸 바꿀 수 있는 게 사람이지."

-또 이상한 질문인데, 올해는 좀 살만할까요?

"참 뭐한 질문이네, 백신과 치료제가 나왔으니 작년보다 낫겠지. 바닥을 쳤다면 이제 올라가는 거 아니겠어"

-이 시대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 주신다면…?

"소의 해니, 순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족하겠지…."

감사합니다. 토정 이지함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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