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1.11.03 16:16:01
  • 최종수정2021.11.03 16:16:01

최한식

수필가

-안녕하세요. '타히티의 여인들'의 화가, 폴 고갱을 만나봅니다.

"반갑습니다. 아시아의 코리아에서 나를 불러주네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면 우리는 누구든 초대합니다.

"제 이야기는 쑥스러운 것 밖에 없어 좀 그러네요."

-시작해 볼까요? 청년기에 꽤 오래 배를 타신 걸로 아는데요?

"여섯 해쯤 되나 보네요, 뭘 제대로 알았거나 선원생활을 동경해서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경험이 두려움을 없애 주었어요. 내가 본래 야성적인 면이 있지만 그 기억이 자주 바다로, 섬으로 날 부른 게 아닌가 생각해요."

-파리로 돌아와 주식중개인을 했어요, 할만 했나요?

"막막했던 시절에 큰 도움을 준 이가 어머니의 지인이던 '구스타브 아로자'라는 분이었어요. 내 생애에 잊을 수 없는 분이지요. 그분이 주식중개인이 되도록 힘써 주고 아내인 '메테 가트'를 소개해 주었지요."

-부인과 결혼한 이야기를 해 주시죠.

"별로 할 얘기는 없어요, 그 사람은 덴마크 출신이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마음이 기울었지요. 그 나이 때에는 사리분별도 안 되고 모든 게 좋아 보이잖아요. 그녀가 예쁘고 단아한데다 나는 젊어 피가 끓어 욕망이 넘치고 분출하는 열정을 통제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으니 보이는 게 없었지요. 열렬히 구애하고 청혼해서 이듬해 결혼했고 행복했어요."

-자녀들은 얼마나 두셨나요?

"그녀와 10여년 살았는데 자녀가 5명이었어요. 경제적인 여유도 있어서 그림을 수집하고 직접 그리기도 해 꽤 인정을 받았으니 지낼 만 했지요."

-잘 지내다 왜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화가가 됐나요?

"세상사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요. 내 나이 서른둘에 주식시장이 붕괴했어요. 갑자기 직장을 잃은 셈이야, 그때 그림을 제대로 해보자고 결심했지요. 내 핏속에 끼가 있었다고 봐야지요. 그러나 전혀 순탄하진 못했어요. 취미활동과 직업은 평가 잣대가 너무 달랐지. 긴 방황이 시작됐어요. 그게 서른다섯 살 때예요."

-퐁타방 시대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때도 좋았지요,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던 때니까요. '마들렌'도 그곳에 있었고…. 결국 나 혼자 좋아한 거였지요, 그녀는 내 제자를 좋아했고 일찍 죽었어요."

-빈센트 반 고흐와 지내던 시절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좋은 시작, 나쁜 끝'이었지, 언제부턴가 고흐가 '화가공동체'를 자주 언급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아를'이 무척 좋다며 초청했어요. 나를 좋게 봤지요. 망설였어요. 그런 게 오래 가기는 어렵거든요. 예술인들이 함께 사는 게 만만치 않아요. 차이가 많았지요. 그가 자기 귀를 자르고 나중엔 자살했잖아요, 내 잘못은 없었나 돌아보게 되었지요."



-타히티 섬에는 왜 간 거예요? 현실 도피인 셈인가요?

"전혀 아니에요. 오히려 도시 중심의 유럽문명에 숨이 막혀 영혼의 자유를 찾아 오염되지 않은 원시로 가자는 의미였지요. 청년시절 배 탔던 기억으로 푸른 바다, 인류의 고향인 에덴에 살고 싶었어요. 오스트레일리아와 남미대륙 중간쯤인 망망대해의 섬, 타히티가 제격이었지요."

-원하던 걸 얻었나요?

"완벽하달 순 없어도 그런대로요. 모든 게 건강한 여인 '테후라'와 꿈같은 세월을 보내고 그림도 꽤 그렸으니까요. 그 섬은 내게 '유토피아'였지요. 몸과 마음과 정서와 무의식의 때를 벗고 고향에 왔다고 할까. 내 생애 최고였어요…."

-살면서 가장 미안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누군가요?

"나를 알던 모든 이들에게 다 미안하지요, 그 중에도 자녀들, 함께 했던 여인들, 반 고흐…. 나처럼 안 되려면 지금 함께하는 이들에게 아주 잘 해야지요."

-긴 시간 진솔하게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폴 고갱과 함께 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