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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햄릿의 모친, 덴마크의 왕비 거트루드님을 모셨습니다.

"불러주시니 감사합니다. 할 말이 많고도, 없습니다."

-아드님인 햄릿은 돈키호테와 대비되어 많이 언급되지만 왕비님이 잘 회자되지는 않았지요?

"구설수에는 많이 올랐어요. "남편 죽인 시동생이 그리 좋으냐?", "그게 왕비로서 할 행실이냐?", "아들 보기에 민망하지도 않느냐?" 귀를 막아도 죽는 순간까지 들리는 듯했지요."

-바로 본론이네요? 단도직입적으로 시동생 클로디우스는 어떤 사람인가요?

"잔인하고 냉철한 권력에 눈먼 사람이지요, 사람이라 하기도 민망해요. 형을 살해하고 형수를 취하는 게 말이 되나요? 자신의 일에 방해가 되니 조카를 죽이려 했어요.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선왕이 어떤 부덕(不德)이나 결함 혹은 결정적 실수가 있었나요?

"전혀 없어요, 클로디우스와 비할 수 없는 덕과 인품을 지녔지요. 권력에 눈먼 잔인한 동생을 둔 게 문제였어요."

-어찌 그런 시동생을 왕으로 받들고 그의 아내가 될 수 있나요? 너무 아픈 부분이면 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400여 년이 더 지난 일이니 털어놓지요. 무얼 숨길까요. 함부로 날뛰는 건 달걀로 바위치기, 혼란만 부를 뿐이었어요. 죽는 날까지 편히 자본 날이 없어요. 하룻밤에도 몇 가지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며 숱한 밤을 새웠어요. 누구도 믿기 어려우니 숨쉬기도 조심스러웠지요."

-선왕의 유령이 나타나고 햄릿이 연극을 공연하고 미친 척 할 때, 어머니로서 어떤 심정이었나요?

"'큰 일 났다' 생각했어요. 피바람이 불 걸 직감했지요. 대개 남자들은 목표에만 집착하고 단순하거든요. 날 찾아왔을 때도 그래서 의견을 수용했어요. 최소의 희생으로 아무도 몰래 왕만 제거하려 했지요."

-햄릿의 방법이 거칠었다는 말씀인가요?

"무모했어요. 나를 찾아왔을 때, 자신의 장인이 될 수도 있었던 폴로니우스를 죽였어요. 사람은 서로 얽혀있어 혼자만 죽는 일은 드물어요. 이미 비극이 내포된 거지요."

-매형과 처남이 될 뻔한 이들이 결투를 해요. 너무 극단적이지 않아요?

"철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결과지요. 오해는 제때 풀지 않으면 확대재생산 돼요. 너무도 서글픈 일이어요."

-좀 더 과거로 가 봐요. 왜 클로디우스는 선왕과 연결된 왕비와 햄릿을 죽이지 않았을까요? 왕비를 향한 사랑과 조카에 대한 정이었을까요?

"전혀 아니에요. 그렇다면 선왕을 죽이지 않았겠지요. 권력찬탈을 위한 판단을 한 것이고 어느 정도 맞았어요. 신하들과 백성에게 틈을 주면 실패하고 그것은 곧 죽음을 뜻하지요."

-결과가 이렇게 철저히 비극이 될 걸 예상하셨나요?

"운명 같은 게 있잖아요? 폴로니우스가 죽고 그 딸도 죽고 레어티스와 햄릿이 결투를 한다고 할 때 느꼈어요. 반은 체념상태였지요. 덴마크와 백성들이 걱정이었어요."

-왕비님은 독이 든 술잔을 혹시 알고 의도적으로 마신건가요?

"상황판단과 눈치에 민감했어요. 시동생 성격도 알고 레어티스와 상의하는 것도 모르지 않았지요. 이미 모든 결과를 알았어요. 선왕께 가는 게 그나마 최선이라 판단했어요. 레어티스와 햄릿에게 진실을 알리려는 것도 있었고요."

-클로디우스의 죽음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필귀정(事必歸正)이자 최소한의 정의(正義)를 세운 일이지요. 선왕이 눈을 감을 수 있었을 거예요."

-호라시오가 살아남아 진실을 밝힌 게 다행이지요?

"불행 중 다행이어요. 악한 마음이 얼마나 흉한 결과를 낳는지 보여줬어요. 사람이 양심과 순한 마음으로 살아야지요. 무난하게만 살아도 잘사는 거예요."

-덴마크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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