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한식

수필가

-단아함이 느껴지는 한 여인이 오셨네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에바라고 해요."

-실례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실롄지 알면 묻지 말아야지요."

-성함을 들어도 잘 모르겠네요, 조금 더 소개를 해주시죠.

"헤르만 해세가 1919년 발표한 데미안에 나오는 데미안 어미입니다."

-그 책이 소설이지요, 주인공이 누구였지요?

"자기계발을 안 하나 봐요, 싱클레어가 주인공이지요."

-그렇네요, 잠시 깜빡 했습니다. 잘 알려진 성장소설이지요.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하셨어요?"

"데미안의 어미라니까요. 나중에 싱클레어가 사랑하잖아요?"

-뭔가 이상해요, 데미안이 싱클레어보다 나이가 많은 걸로 아는데 그 어머니를 싱클레어가 사랑하다니요?

"작가가 의도하는 게 있겠지요. 싱클레어에게 많은 영향을 끼쳐요."

-시작이 싱클레어가 프란츠 클라머에게 객기를 부렸다 한동안 어려움을 당하는 장면인 것 같은데, 무슨 의미인가요?

"유년에서 사춘기로의 진입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싱클레어를 그 고통에서 건져주는 게 사춘기를 통과한 데미안이예요.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혼란과 성장을 함께 가져다줘요."

-싱클레어가 상급학교에 진학해 한동안 혼란과 좌절을 겪는 장면이 있어요. 그건 무얼 의미할까요?

"지은이의 체험이기도 하겠고 당시의 교육에 대한 문제제기도 되겠죠. 또 혼란을 겪지 않고 창조가 이루어질 순 없지요."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정확한 의미는 없어요. 각자의 해석이 다 근접한 의미지요. 내 해석은 새는 각 사람, 알은 고정관념, 그걸 깨야 새 안목이 생긴다. 뭐 그렇게 생각해요."

-싱클레어가 혼란을 겪다가 '베아트리체'라는 여인 때문에 그 늪에서 벗어나요. 그건 또 뭐지요?

"유치하게 자꾸 묻지 마세요. 무엇이든 몰입하는 목표가 생기면 예전 것은 잊히는 거예요. 더구나 이성이면 그 힘이 얼마나 세겠어요?

-피아니스트를 만나 아프락사스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눠요. 간단히 뭘까요?

"소설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지요. 피스트리우스도 혼란을 겪지요. 스스로 신학도라지만 일탈한 것이지요. 그 이름 뜻을 '신실한 자'로 볼 수 있어요. 모든 것을 고민하며 포용하는 게 신앙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

-왜 지은이는 전쟁에 데미안이 죽는 것으로 그렸을까요?

"참 답답하시네. 그건 작가 마음이고 답은 독자의 사색이라니까요. 당시 정세가 그랬고, 전쟁은 한 세계의 파괴이며, 죽어야 새 세계가 건설되지요."

-책망은 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시네요?

"답답해서 그래요, 답답해서…."

-갑자기 생각나요, 카인은 누군가요?

"인정받고 싶고 질투심에 불타는 모든 이들이지요. 세상을 주도하려는 의욕적 인 강자라고 할 수도 있고요."

-앞부분에서 말도 안 된다고 했던 에바 부인, 곧 선생은 누구신가요?

"'창세기'의 이브, 곧 하와예요. 에바를 '만물의 어머니'라고 설명하잖아요. 좀 더 확장하면 선악, 미추, 양음을 포괄하는 아프락사스의 상징이랄 수 있겠지요. 신앙의 총체적 대상이라 하면 합일을 이루려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지요. 데미안이 주인공인 것은 싱클레어의 숨겨진 자아일 수 있어서 일 거예요. 오늘은 내가 소설 '데미안'을 너무 축소하고 왜곡해 망쳐놓았네요.

-괜찮아요, 제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지은이의 진의를 조금 엿본 기분이라 할까요.

"나는 "헤르만 해세"가 아니라 그가 그려놓은 에바 일뿐이네요. 내 해석이 전혀 헛다리짚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좋아요, 난 헛다리도 못 짚었으니까요. 오늘은 데미안 속 에바 부인과 함께 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