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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연세가 있어 보이시네요.

꽤 되지요, 하루하루 살다보니 민망한 세월만 흘렀어요.

-체념과 달관의 모습을 뵙는 듯해요. 혹시 본인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여산 송씨라 했어요. 보통은… 그랬지요.

-어느 시대에 사셨던가요.

어렵지 않은 때가 있었나요. 험악한 세월을 살았어요.

-사연이 많으신 것 같군요. 유년 중년 노년으로 나눈다면 각각 어떠셨나요.

유년은 꿈속에 살았고, 중년은 그리웠고 노년은 긴 기다림이었지요. 온갖 못 볼 것 보며 오래 살았어요.

-부군은 어떤 분이셨나요.

조선의 왕이셨지요, 나는 정순왕후고요.

-그럼, 단종의 왕후셨다고요. 그 숙부 세조에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해요. 너무 무서웠어요.

-당시에 왕비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였나요. 굉장한 영광이었겠지요.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어요, 가문엔 커다란 위기, 개인에겐 외로움과 끝없는 구설수, 우여곡절을 부르는 삶이었지요.

-가까이에서 겪은 왕들의 삶은 어떠했나요.

더 불쌍하지요. 개인 삶이 없고 늘 긴장 속에 공적인 일들뿐, 눈에 보이지 않는 신하들과의 알력, 권좌와 죽음에의 압박이 끊이지 않는 자리지요.

-단종께서 애통하게 삶을 마치셨는데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정말 몰라서 물으시는 건가요…. 생각해보면 험악한 시절 탓이지요. 그분은 너무 어렸고 숙부들은 일생에 가장 왕성한 시기였으니 불행은 예견된 것이었지요.

-그분을 회상할 때 가장 가슴 아픈 기억은 무엇인가요.

이별다리에서 헤어진 후 제게 따뜻한 말 한 마디 듣지 못하고 두려움 속에 명을 달리하신 그날의 무너지는 슬픔이지요.

-왕과 왕비 시절엔 어떠셨나요.

계유정난 이전과 이후에 늘 숙부를 의식해야 했어요. 계유정난의 순간에는 공포와 분노가 극에 달했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현실을 부정할 수 없으니 절망과 체념으로 살았어요.

-단종께서는 일찍 가셨지만 왕후의 고생이 극심했다고 알고 있는데요.

말로 다하기 어려웠지요. 왕궁서 쫓겨나 초가에서 시녀들 동냥으로 살다시피 했어요. 하루 이틀이 아니니 나중에는 염색으로 끼니를 이어갔지요.

-그런 형편에서도 세조가 내리는 거처와 양식을 거절하셨지요.

그걸 받으면 사람 아니지요. 악연으로 이어진 몇은 잠시도 한자리에 있고 싶지 않고 이름을 듣는 것조차 혐오스러웠어요.

-세인들이 권좌라 일컫는 그곳을, 그렇다면 왜 그리 피를 부르면서까지 그 자리에 오르려 할까요.

불나방 같은 짓이지요. 뻔한 결말을 알면서 달려드는 중독, 탐닉 그런 것이라 생각해요.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이제는 어떤 마음이세요.

가는 세월 잠깐이지요. 별 의미야 있을까만 역사가 어떻게 기억하는가도 생각하고…. 그분은 아수라 같은 왕궁에서 먼 강원도 별장같이 넓은 곳 장릉(莊陵)에 계시고, 나는 멀리 떨어진 남양주 사릉(思陵)에 있어 죽어서도 그분을 생각하니 그리움에 묻혀있지요. 긴 세월 그분 생전엔 기다림으로, 사후엔 그리움으로 지낸 셈이네요.

-이젠 그분과 거리낌 없이 자주 만나시겠네요.

설명이 거의 불가능하지요. 붕어가 민들레를, 개미가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 세계가 너무 다르니 이 땅의 관계와 감정으론 설명도 이해도 할 수 없는 정말 다른 세계지요.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지나고 보면 한 순간, 부질없어요. 한 바탕 꿈이랄까요.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요. 짧은 세월, 길게 보고 사세요. 그리 두려울 것도 애달플 것도 없어요. 다 견딜만하고 있음직한, 시냇물 속 물거품 같은 것들이지요.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이 다 그 속에 있어요.

-삶의 연륜이 어린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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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