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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오늘은 19세기 조선을 이끌었던 흥선대원군과 함께 합니다.

"고맙습니다, 세상이 엄청 달라졌어요, 뭐가 뭔지 통 모르겠습니다."

-선생에 대한 평가가 너무 달라 진실을 알기 어렵습니다. 본인을 어떻게 자평하시는지요?

"어려운 시대를 만나 고생 많이 했습니다. 생각과 행동을 같이하기 어려웠고 평생을 떼거리에 시달리며 살았습니다."

-78세를 사셨어요. 당시로서 장수하신 것이지요, 무슨 비결이 있으셨나요?

"욕먹으면 오래 산다잖아요. 여기저기서 내가 욕을 무척 먹었어요."

-청·장년기 선생의 삶에 말들이 많아요. '상갓집 개'니 '파락호'니, 그렇게 밖에 살 수 없으셨나요?

"본인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당시에는 그게 내가 살아갈 최선이라고 판단했어요. 낙담과 체념도 많이 했어요."

-철종 승하 후에 둘째 아드님이 고종이 됩니다. 갑자기 된 건 아니지요?

"다 아는 얘기를 다시 할 필요가 있나요?"

-그 과정은 짧게 요약하면 어떻게 될까요?

"조대비와 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겁니다. 그게 다지요."

-왕후인 며느리를 선택하는데 선생의 역할이 컸는데, 나중에 두 분의 알력이 굉장했어요. 첫인상은 어땠나요?

"참하고 영리하고 당당해 보였어요. 여간내기가 아니겠다 싶어 좋았어요. 왕비인데 그 정도는 돼야지요. 게다가 친인척이 별로 없어 세도가문에 데인 나는 맞춤이라 생각했지요. 집사람 권유도 있었고요."

-생존한 대원군으로 실권을 갖게 되었을 때, 내가 이건 반드시 해야지 하는 게 있었나요?

"그랬어요, 그것 때문에 긴 세월을 수모를 겪으며 살아왔다고 해야지요. 최근에 야구를 더러 보니 한 타자만 처리하는 투수(one point relief)가 있더라고요.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권문세가로 상징되는 적폐를 일소하고 강한 왕권을 아들에게 인계하려 했지요. 그거 하나였어요."

-그 결심을 실행해 달성하셨나요?

"나름대로 웬만큼은 이뤘다고 자부합니다. 안동 김 씨 세력과 풍양 조 씨들을 밀어냈고 양반들 폐단의 근원지인 서원을 대폭 정리하고 비변사를 없애고 양반에게 세금을 물리고, 경복궁 재건하고…. 할 만큼 한 것 아니요?"

-처음 뜻을 이뤘으면 물러나셔야 했지 않나요?

"그러려고 했지. 그런데 쉽지 않아요. 물러나면 금방 예전으로 돌아가. 밀려난 이들이 우루루 다시 나와 많은 이들과 내가 위험할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해도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고 쇄국정책을 했잖아요. 개화로 방향을 틀었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요?

"충분한 정보도 없었고 나라 안이 흉흉했어요. 세도정치가 길어지고 삼정이 문란해져 먹고 살기 힘드니 여기저기서 농민봉기가 일어나고 동학 서학 난리치지, 양반들은 자기들 주장해 정신이 없었어요. 내환(內患)이 심한데 외우(外憂)까지 감당할 형편이 전혀 아니었어요."

-쇄국으로 결국 한일합방까지 갔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니지요, 어차피 병자조약으로 개국이 되고 그 후론 타의에 의해 통제 불능일 정도로 개화가 되었지요."

-명성황후가 된 며느리와의 권력투쟁에 대해 한 마디 해 주실 수 있나요?

"돌이켜보면 미안하지요, 더구나 너무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잖아요. 다시 만나면 서로 잘 살아보고 싶어요. 그 때는 장모와 사위로 살아보고 싶네요."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한 마디만 해 주시지요.

"자기 고집만 세우지 말고 너무 많은 원수 만들지 말고 뭘 많이 하려고 욕심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만 두는 것도 쉽지 않다는 얘기가 가슴에 남네요. 모두가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수준 높은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19세기 풍운의 흥선대원군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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