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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구십이 넘은 지적인 노인이십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20세기를 산 빅터 프랭클이라고 합니다."

-어느 분야의 분이신가요? 제가 좀 과문하고 무식합니다.

"정신의학입니다. 보통 프로이드와 아들러, 그리고 저를 정신의학의 세 거장이라고 합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이거 큰 실례를 했습니다. 오늘 힘든 인터뷰가 될 듯합니다. 어떤 업적이 있으신지요?

"로고테라피라고 들어 보셨나요? 제가 그걸 창안했습니다."

-'의미요법'이라는 것이지요? 들어보기도 했고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차 대전 말에 아우슈비츠 생활을 하셨다는 심리정신과 의사 분이시죠?

"예, 제가 그 사람입니다. 책도 여러 권 썼고, 꽤 유명한 책이 있습니다. 현대인으로 저를 모르면 교양인, 지성인이라 할 수 없을 겁니다."

-예에, 그런데 어떻게 찾아오셨나요, 인터뷰가 필요하신가요?

"오늘의 한국인들에게 저와 제 이론이 도움이 될 겁니다. 이 나라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라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합니다만…?

"제 수용소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2년 정도는 한정된 지역에서만 살도록 강요받았고, 6개월 정도 삶과 죽음이 순간에 엇갈리는 수용소에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살았습니다. 그런 순간들을 견디고 살았어요."

-구체적 사례를 요청해도 될까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어요, 이를 오랫동안 닦지 못할 때도 있었고, 셔츠 한벌로 육 개월을 버티기기도 했지요, 세수는커녕 손도 못 씻을 때도 많았어요."

-죽음이 코앞에서 빗겨간 경우도 있었지요?

"수용소를 옮기는 경우나, 처형할 이들을 부르는 때가 있었는데, 그 차이나 구별이 별 게 아니었어요. 요구하는 수량만큼 번호를 부르면 그걸로 운명이 갈렸어요. 불리는 게 죽음인지 삶인지도 몰랐어요."

-선생은 무척 운이 좋으셨군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반드시 죽는 이들이 보이는 절망적인 행태도 있었거든요. 그런 모습을 끝까지 보이지 않은 것이기도 하지요."

-죽을 이들이 보이는 행동이라뇨?

"절망 혹은 의미를 잃은 것이지요. 아침에 일어나지 않고, 일하러 가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거예요. "될 대로 돼라", "너네 마음대로 하라"는 식이지요. 삶을 포기해서, 그들이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면 죽임에 던져지는 거지요."

-그러면 살려는 의지는 어떻게 나타났나요?

"유리로라도 매일 면도하고, 항상 똑바로 걷고, 뺨을 문질러 혈색이 돌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어요. 일을 할 만큼 건강함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앞에서 "의미요법" 창안자라 하셨잖아요? 그걸 설명해 주시죠?

"삶의 의미, 목적이 분명하면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 좀 더 설명해 주시죠.

"제가 수용소에서 아내와 자식을 모두 잃었어요, 그렇지만 써야 할 책,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 살아남은 겁니다."

-선생은 자신의 수용소 생활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내 생애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의미 있는 시기이자 체험이었어요."

-어떤 의미가 있었다는 건가요?

"인간의 본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개인의 선택과 책임,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보았다고 생각해요. 그곳의 체험이 제 여생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거든요."

-선생의 치료법에서 의미가 왜 그토록 중요한 것인가요?

"쉬운 예를 들어볼게요. 자신의 고생이 자녀에게 큰 유익이 된다면 한국의 부모들은 웬만한 고통을 견딜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 고통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무의미한 고생이라면 포기하고 말겠지요."

-삶에서 의미를 찾기는 쉬운가요?

사색을 해야지요.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빅터 프랭클 박사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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