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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뚱뚱한 듯, 시원한 모시옷을 입고 긴 담뱃대를 물고 있는 조금은 완고해 보이는 노인을 만납니다. 안녕하세요? 자신을 좀 소개해 주시죠.

"새삼스레 소개는 무슨, 나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소? 나 놀부요, 놀부"

-아, 흥부 형님 놀부신가요? 그 심술 많고 욕심 많은…?

"그건 나를 오해하고 있는 거여,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나처럼 살고 싶어 하는데, 나랑 이야기해 본 사람들은 다 생각이 달라진대"

-슬슬 진짜 얘기를 시작해 볼까요, 왜 동생네를 내쫓았나요?

"그건 흥부와 제수씨가 결단력이 부족해서 결행을 촉구한 거야. 가정을 꾸렸으면 독립하는 게 당연한 거지. 내가 도와준 거야"

-억지가 여전하네요, 재산을 혼자 독차지하고 알거지로 내 보낸 건 뭔가요?

"세상이 험하잖아, 온전한 자수성가를 한번 해보라는 거였어. 그러면 나중에 할 말이 많잖아. 다 생각이 있어 그런 거야"

-동생네 조카들이 많잖아요, 눈치 못 채게 쌀섬이라도 보내줄 순 없었나요?

"스스로 살아가는 걸 배워야지, 그러라고 독립시킨 거잖아."

-찾아와 사정할 때 그렇게까지 야박하게 해야 했나요? 형과 형수가 때리기까지 하다니, 인정이라곤 약에 쓰려도 없어요?

"그럴 때 확실하게 해야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노력이 도로 아미타불 되는 거야. 그 후로 흥부 놈이 정신 차려 열심히 살았잖아, 그래봐야 별순 없었지만…"

-제비 다리 고쳐주고 큰 부자가 됐잖아요, 찾아가 화초장도 얻어왔지요?

"그랬긴 하지만, 일상적 방식은 아니지. 로또 당첨되기야, 그런 일이 흔한가?"

-심성이 착하니까 복 받은 거지요.

"그렇지 않아. 나와 동생이 함께 가면 어느 누가 동생에게 잘보이려 하겠어? 도움을 줘도 내가 주겠지. 둘아 같이 요청하면 내 부탁 들어줄 걸"

-곤경에 처한 제비를 구해준 게 동생이고, 멀쩡한 제비 다리 부러뜨린 게 놀부란 걸 모두가 알아요.

"그게 현실이지만 세상이 보는 건 그렇지 않아! 내게 많은 걸 기대해. 나는 의복이라도 멀끔하게 차려입고 다니고 지역 유지로 대우받잖아"

-어떻게 지역 유지로 행세하게 되었어요?

"가난한 이들은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늘 가난하잖아, 그만큼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워. 난 돈이 돈을 벌어주니 놀아도 재산이 늘어나지. 벼슬아치들이 내 재산 빼앗아가면서 허울 좋은 명분을 주는 거지. 내가 자원해 기부한 걸로…. 행사 있으면 앞자리에 앉혀주고"

-동생한테는 報恩(보은), 놀부에게는 報讐(보수)라고 박 씨에 쓰여 있었다는데 읽지 못한 거지요?

"그런 거 난 하나도 관심 없어, 글 몰라도 살아가는 데 불편한 것 없고 돈으로 안 되는 일 없었어"

-먹고 살만한데 왜 더 부자가 되려 했던 건가요?

"동생이 훨씬 더 부자니 눈꼴이 시잖아, 내가 형에다, 저보다 못한 게 뭐야?"

-결국 열등의식과 질투네요, 동생이라도 나보다 잘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건가요?

"내 자존심이지, 사람이라면 다 그런 거 아닌가?"

-그렇지 않아요, 놀부가 못난 거지요. 자기와 자식들밖에 모르잖아요?

"세상을 잘 봐, 사람들이 기를 쓰고 자식들 공부시키고,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 하는 게 왜 그러겠어, 자식들 고생 안 시키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게 하려는 거지, 내 말이 틀려?"

-그게 자식들을 더 어렵게 하는 거예요, 고생도 하고 실패도 해봐야 강해지고 인생이 뭔지 알지요, 답답하네, 답답해.

"부자 아버지한테서 부자 자식 나고, 가난한 부친에게서 가난 물려받는 거야, 뭘 알지도 못하면서 날 가르치려 해"

-아니, 세상에 돈이 다가 아니잖아요? 무식해 말이 안 통하네.

"난 '돈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해. 돈으로 안 되는 게 뭐야? 흥부 놈은 끝에 조금 살만해 진 거고, 나는 조금 고생하고 끝에도 살만하잖아. 동생하고 나 이름 안 밝히고 누구처럼 살고 싶은가 물어봐, 다 나처럼 살고 싶다고 할 걸…"

-물질주의에 완전히 물들었네요. 우리 모두가 돈에 매몰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닮아서는 안 될 못난 놀부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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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