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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0.17 14:11:0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혜진

옥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딸아이가 결혼을 하여 멀리 타지방으로 떠나지 않고 청주에서 같은 하늘을 이고 살게 되어 참 다행이다. 그래도 허전한 마음 어쩔 수 없어 저녁이면 딸아이가 쓰던 빈방에 들어가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놓고 간 대학졸업 사진을 한없이 쳐다보기도 하고, 딸이 쓰던 침대에 걸터앉아서 허공을 바라보곤 한다. 딸의 웃음이 베어있는 벽과 천정에 시선을 주다가 비어있는 옷장도 열어보고 괜스레 딸아이가 쓰던 컴퓨터도 만지작 거려본다. 함께하던 행복한 시간들을 더듬으며 추억에 잠기다보면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얼른 방을 나오곤 한다. 갑자기 친정어머니가 많이 그리워져 전화기를 든다.

"엄마∼"

다짜고짜 어머니를 부르면 수화기 너머로 힘없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전파를 탄다. 어쩐 일이냐고 걱정스레 물으니 그냥 전화 드렸다면서 딴소리를 하고 만다. 친정어머니는 심상치 않은 딸의 마음을 눈치 채셨는지 무슨 일 있느냐고 되물으시며 걱정 하신다. 지금 어머니는 건강이 별로 안 좋으시다. 정신도 맑지 못하고 힘이 없어서 우리에게 맛난 음식도 못해주신다. 뇌수술 이후 느린 회복으로 아버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아버지 그림자처럼 하루하루를 살고 계신다.

그런 어머니가 요즘은 참 많이 생각난다. 내 딸을 시집보내고 나서야 30년 전의 어머니 심정을 읽는다. 그 때 천리 길 멀리 시집보내는 딸이 얼마나 걱정되셨을까· 얼마나 염려스럽고 안타까우셨을까· 애지중지 키우고 공부시켜서 떠나보내는 섭섭한 심정을 지금에야 깨닫게 되어 친정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죄스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 때 먼 곳에 계시는 어머니를 자주 찾아뵐 수는 없었더라도 문안전화 자주 드리고 행복한 목소리라도 자주 들려드릴 걸. 그 쉬운 전화도 미루고 미루었다가 내가 아쉽고 필요할 때에만 했으니 말이다. 팔남매 낳아 시집 장가보내면서 그 때마다 허전함 마음 달래시느라 마음으로 늘 울고 계셨을 어머니 모습 떠올리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자식은 품에 끼고 있을 때 보다 품을 떠나보내고 나서 걱정이 더 많다하시던 어머니. 시집가서 때 되면 아들 딸 잘 낳고 시부모님 사랑 받고 잘 사는지 한시도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고 하시던 어머니의 마음이 오늘은 절절하게 내 가슴으로 파고든다. 그 때는 어머니의 걱정도 귀에 들리지 않았고 어머니의 한숨소리도 느끼지 못했다. 직장 일을 핑계 삼고, 사랑하기 바빠서 부모님의 걱정이나 염려를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었다.

얼마 전에는 결혼한 딸이 전화를 했다. 손님 접대를 해야 하는데 부엌용품이 부족할 것 같다는 것이다. 갑자기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릇 가게로 달려가 제일 값비싸고 질 좋은 부엌용품을 이것저것 마구 골랐다. 딸의 집으로 가서 여러 가지 준비해간 용품을 정리해 주고 나서니 마음은 조금 안정되었지만 손님 접대는 잘 할까하고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자식에게는 그리도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는 내 자신을 보고 스스로 놀랐다. 전에 친정어머니가 무얼 부탁하면 내 할일 볼일 다 끝내고 나서야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드렸는데 말이다. 흔히들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부모님 대하는 태도와 자식을 대하는 태도가 어쩌면 그리도 다른지 내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세상 어머니들에게 있어서 딸은 어쩌면 애물단지 인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세상 떠나는 날까지 세상의 어머니들은 모두 그렇게 자식에 대한 사랑과 연민과 걱정으로 삶을 채울 것이다. 내가 딸에게 그리하듯이 나의 친정어머니가 내게 그리 사랑하셨고 외할머니도 어머니께 그리하셨듯이 말이다.

딸이 전화하면 나는 또 모든 일 제쳐 두고 딸을 위하여 필요한 것 챙겨 달려가겠지· 나의 어머니가 내게 그리하셨던 것처럼.

아! 어머니, 나의 어머니!

이제야, 어머니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이 죄송하고 많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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