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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옥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꽃샘추위가 몸속으로 파고드는 새벽이다. 단단히 차려입고 새벽기도에 동참했다. 기도실이 훈훈하게 느껴졌다.

나는 날마다 이 기도실에서 이기적인 기도를 열심히 했다. 나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직장을 위해 날마다 하나님께 자꾸 뭔가를 달라고 떼썼다. 건강도 챙겨주시라고 주문하고, 자녀들의 앞길도 열어달라고 간구하고, 매일 매일 아무 탈 없이 행복하게 해달라고 부탁만 하는 기도였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는 눈감고 조용히 그 동안의 기도 내용을 생각해봤다.

하나님이 내게 더 이상 줄 복이 무엇인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주어야 내가 만족하게 될까·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내가 가진 것이 너무나 많아서 다 헤아릴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추운 날에도 따뜻한 잠을 잘 수 있는 집이 있고, 외롭지 않게 가족이 함께 있으며, 날마다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는데 이 보다 더 이상의 무얼 바라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자상하고 마음 따뜻한 남편이 있고, 예쁜 두 딸이 있고 큰 사위까지 얻었는데 더 이상 욕심을 내면 벌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친정 부모님 또한 살아계셔서 큰 딸인 나를 늘 염려해 주시고, 형제들 모두 건강하게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말이다. 너무나 많은 축복을 받아서 주체 할 수 없음을 진즉 눈치 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끝없는 욕심을 부리며 오늘에 까지 이르렀다.

왜 나에게 물질로 건강으로 좋은 직장으로 과분한 축복을 하셨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건 나 혼자 아니, 우리 가족만 누리라고 주신 축복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어려운 이웃 일일이 다 챙기지 못할 수 있으니 선량한 청지기 되어 어려운 이웃이나 부모 형제를 알아서 챙겨 주라는 뜻임을 느끼게 되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 동안 형제들의 어려움을 잘 챙기지 못하고 살아온 모습이 부끄럽고 마음 아파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은 나와는 무관하며 처음부터 가난한 운명으로 태어난 거라고 생각할 뿐 도움의 손길을 펼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가난이 내 눈 안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내가 나서서 다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형제와 이웃들에게 진정으로 사랑을 쏟지 못함이 참으로 죄스러웠다.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표현하지 못하고 내 처신만 기다렸을 동생들의 선한 눈매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내게 주어진 여러 가지 축복을 그저 당연하게 내 것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엄습해왔다. 청지기 역할 제대로 하라는 뜻을 참으로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래도 이제라도 알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 더 늦기 전에 깨달음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감사란 참 아이러니컬한 것이다. 정말 감사하며 살아야 할 사람들은 감사할 줄 모르고, 거의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은 감사하며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매번 같은 행동을 해도 느껴지는 감동은 늘 다르다. 새벽 기도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같은 시간 비슷한 내용으로 기도를 해도 마음에 감동이 솟구칠 때가 있고 덤덤한 마음일 때가 그렇다. 오늘은 참으로 기도가 잘 된 새벽이었다.

기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새벽 찬바람이 전혀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이 따뜻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발걸음이 가볍고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지고 신났다. 행복감이 충만해서 뭔가 좋은 일이 금방 생길 것 같았다. 출근 전 처리해야 할 크고 작은 집안일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일할 수 있는 건강함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일상의 수고로움이 축복으로 생각되었다. 생각의 차이가 이렇듯 사람을 크게 변화시키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음에 감사 또 감사드렸다. 마음의 변화를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기적은 꽤나 가까이에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대단한 것만을 기대하기 때문에 기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지금부터 나는 그 기적을 용감하게 만들어서 실천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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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