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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취객이 발차 대기 중인 버스에 올라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 똥차 언제 떠나요·"

흙발로 좌석을 툭툭 건드리며 같잖게 꼴값을 떠는 취객을 향해 운전기사가 눈을 흘겼다. "똥이 다 차야 출발하지"

온갖 주접 끝에 정리된 국민의 힘 후보교체 촌극을 보며 한참 전에 들었던 우스개가 떠오른다. 제가 탈 버스를 똥차로 비하하며 무례한 발길질을 하다 오히려 제가 똥이 된 취객의 정체와 우회적으로 욕을 뱉은 운전기사가 누구일지는 각자 짐작해 볼 일이다. 다만 의도치 않게 싸잡아 똥이 된 승객의 입장이 더럽고 분하다.

똥을 시원찮은 짓거리에 버무리면 더욱 볼품없는 허섭스레기가 된다. 욕이라기보다 욕도 아까운 변변치 않은 상황을 손가락질할 때 알맞다.

한 예로 축구 경기 중 선수가 공을 잘못 차 헛발질을 하면 똥볼을 내질렀다며 혀를 찬다. 실수로 골문을 크게 벗어난 슛을 일컫는 똥볼은 미스 킥이란 서양말보다 훨씬 더 차지게 귀에 붙는다.

정치인의 비상식적 행태를 지적할 때도 '똥볼을 찬다'라는 말을 쓴다. 똥볼은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슛이다. 공이 제대로 발에 맞지 않아 구르다 말거나 골문을 비켜 제멋대로 날아가면 모두 '똥볼'이 된다.

한국축구의 선진형 지도자양성을 위해 대한축구협회가 영입했던 축구지도자 전문강사 '로버트 레네 앨버츠'는 '지도자를 잘 지도하는 것이 축구 발전의 기본'이라고 했다.

'한국 지도자들은 기술적인 면과 체력적인 면에는 강한데 비해 전술운용능력에서 뒤쳐진다'며 '그들은 현대축구의 흐름에 부응하는 전술과 선수들의 위치선정, 수비와 공격의 조화 등을 배워야 한다'라고 밝혔던 그의 분석을 정치인들의 리더십과 처세에 대입해보면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앨버츠는 툭하면 '똥볼'을 날리는 한국축구의 약점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 바 있다. 빠르고 투지가 넘치지만 쉽게 흥분하는 선수들의 특성이 문제라며, 허둥대다가 경기속도가 빨라지면 조직력이 깨져 똥볼을 남발하게 된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똥볼을 계속 차는 이유는 이러한 특성에 한 가지가 더 플러스된다. 똥볼을 차도 오직 발길질에만 열광하는 지지자들의 응원이 그것이다. 딱한 점은 관전을 하는 팬 중에 시시비비를 가려줄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똥볼을 차고도 반성은커녕 제 편의 환호에만 취한 소위 정치지도자들의 행태는 '똥 싼 주제에 매화타령 한다'는 욕을 소환시킨다. 제 똥 위에 주저앉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매화타령이 웬 말인가.

존엄한 왕의 똥을 조선시대에는 '매화'라 존칭했다. 매화(梅花)꽃의 매화가 맞다. 그 시절 왕의 변은 매화처럼 향기로웠나보다. 매화열매를 받는 그릇이라 하여 왕의 변기는 '매화틀' 혹은 '매우틀(梅雨틀)'로 불렀는데, 매우의 우(雨)는 소변이다.

그래서 매화타령을 똥타령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수풀이나 들에서 똥을 싸 놓고는 어이없게 똥타령을 불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매화타령이 조선후기의 평양기생 '매화'의 시조에서 비롯됐다고 믿으면 훨씬 심상치 않아진다.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온다/옛 피던 가지마다 핌 직도 하다마는/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흩날리는 춘설이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매화를 피워보겠다는 의지는 아무나 지닐 수 있는 배짱이 아니다. 어쨌든 어설프게 찬 똥볼에 맞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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