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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디스코 퀸, 도나 섬머(Donna Summer)는 전설의 디바다. 64년 생애를 불꽃처럼 뜨겁게 사르곤 간 그녀는 국내에도 팬층이 두텁다. 1970년대부터 80년대를 휩쓸며 당당히 문화현상으로 이름을 올린 디스코 열풍 덕택이다.

당시 젊은이들은 음악 감상실과 클럽의 현란한 디스코 음악에 젖어 지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도나 섬머가 있었다.

'레이디 오브 더 나이트'로 데뷔한 도나 섬머가 주목을 받았던 곡은 1975년에 발표한 16분 50초 분량의 대곡 '러브 투 러브 유 베이비'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리듬으로 디스코 음악의 출발을 보여주며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분위기 탓에 보수적인 몇몇 국가는 금지곡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도나 섬머는 이듬해인 1976년, 싱글 아이 필 러브(I Feel Love)로 단숨에 빌보드 싱글 차트 6위에 오르며 디스코의 여왕에 등극했다. 최고의 테크노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조지오 모로더와 피트 벨로트가 제작한 이 곡은 혁신적인 키보드와 술에 취한 듯 나른한 도나 섬머의 보컬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걸작이었다.

1979년 '배드 걸즈'를 발표한 도나 섬머는 '배드 걸즈'와 '핫 스터프'로 차트 1위를 차지,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여성 록 보컬상을 수상하며 2년 연속 그래미의 영예를 안는다.

도나 섬머가 19금 언저리의 아슬아슬한 곡만을 발표했던 것은 아니다. 1983년엔 잠시 섹시 디바의 옷을 벗고 경건한 크리스찬의 모습으로 돌아가 소울 가스펠 음반인 '쉬 웍스 하드 포 더 머니(She Works Hard For The Money)'를 발표하는 깜작 쇼를 연출한 바 있다.

도나 섬머가 발표한 수많은 히트곡 중에서 요즘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곡이 '핫 스터프(Hot Stuff)'다. 홍준표 한국당 후보가 이 곡을 즐겨 듣는다는 기사를 보고 오랜만에 앨범을 찾아보았다.

핫 스터프, 제목만으로도 무언가 뜨거운 느낌이 확 치민다. 강렬한 기가 전해지는 자극적인 곡이다. 미국의 빌보드지에서 '역대 가장 섹시한 노래' 50곡을 선정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도나 섬머의 '핫 스터프'는 6위를 차지했다.

I need some hot stuff baby tonight 오늘밤 뜨거운 사랑이 필요해요/ looking for the hot stuff 뜨거운 사랑을 찾고 있어요/ baby this evenin' I need hot stuff baby tonight /그대여 오늘 저녁, 그대여 오늘밤 뜨거운 사랑이 필요해요

아무 생각 없이 즐겼던 노래가 이처럼 공격적인 내용이었다니, 민망함보다 웃음이 터진다. 스무 살 처녀들이 I need hot stuff baby tonight을 목청껏 따라 불렀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홍준표 후보가 도나 섬머의 '핫 스터프(Hot stuff)'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3월 초 경남도청 신관 대강당에서 열린 직원조회에서였다. 이날 직원 정례조회에 앞서 '핫 스터프'를 틀게 한 홍 지사는 "이 노래 전체에 흐르는 기조는 '불같은 사랑'이다"라며 곡을 소개했다. "4000여 도청 공무원들이 도민에 대한 '불같은 사랑'을 가져 줄 것 당부하기 위해 선곡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유 한국당 대선 후보로 나서며 4년 4개월간의 경남지사직을 마무리한 4월 10일 퇴임식장에서도 '핫 스터프'가 배경으로 울려 퍼졌다. 이정도면 도나 섬머도 감복할만한 불같은 사랑이다.

선거철이 아니라도 정치인의 애청곡이나 애창곡은 종종 관심을 받는다. 그 중 특별히 박수를 받았던 예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노래실력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이탈리아 여가수 질리올라 칭케티와 멕시코의 트리오 로스 판쵸스가 스페인어로 불러 널리 알려진 '베사메무쵸(Besame Mucho)'를 멋지게 불러 이미지에 큰 보탬이 됐다.

홍준표의 '핫 스터프'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흥미롭다는 선이다. 희극인이 되고 싶었다는 의외의 고백이 진보적 음악취향과 함께 거론되기도 한다. 좋은 징조인지는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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