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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한 고등학교의 급식반찬 갈치조림에서 고래회충이 나왔다. 학생이 SNS에 올린 사진을 확인하니 회충들이 엉킨 실타래 같다. 불쾌함을 넘어 소름이 돋는다.

아이들이 용케 발견한 기생충은 어류에 주로 기생하는 고래회충으로 밝혀졌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바다 생선에서 흔하게 발견하는 기생충이란다. 생각해보니 갈치구이 등의 살을 바르며 가느다란 실 같은 이물질을 종종 걷어냈던 것도 같다.

그러나 이처럼 다량의 기생충이 우글대는 모습은 처음이다. 상온에 방치됐다 냉동처리한 생선이라는 의심이 든다. 사태 파악에 나선 학교 측은 고래회충 갈치를 납품한 유통업체와 생산업체에 급식 공급 중단과 향후 입찰중지를 발 빠르게 조치했다고 한다.

학교 관계자는 "부식 공급업체가 갈치 머리를 자르고 내장을 잡아 뽑는데 문제의 회충은 냉동인 상태 그대로 학교에 넘어왔다. 9명의 급식 담당자들이 갈치를 해동하고 세척하는 과정에 1마리에 내장이 남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다행이 이 회충을 먹은 학생은 없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 많은 갈치를 세척하며 1마리만 내장을 제거 하지 않았다는 말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 회충을 먹은 학생이 단 한명도 없다는 변명도 의심스럽다.

고래회충 무더기가 들어 있던 갈치는 정말 사진으로 알려진 단 한 마리뿐이었을까. 한창 먹성이 좋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고래회충도 갈치의 일부로 알고 허겁지겁 시장기를 때우지 않았을까.

사실 광어, 우럭, 오징어, 고등어, 갈치 등 일반적인 생선에 기생하는 고래회충은 높은 열이나 냉동 상태에서는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냉동 생선에선 큰 해가 없다고 한다. 그 발표가 사실이라면 냉동갈치를 끓여 조림으로 만들었으니 아이들이 모르고 먹었다 해도 크게 걱정을 할 일은 아닌 듯싶다.

물고기의 기생충을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고래회충으로 인한 피해는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와 같다고 했다. 충분히 익혀서 나온 반찬을 가지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급식의 부식으로 제공됐던 고래회충이 든 갈치 내장의 사진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더 화가 난다고 해야 맞겠다.

잡은 즉시 급 냉동처리하지 않은 냉동생선의 상한 내장은 당연히 가려내서 버려야 한다. 그 다음에는 불순물이 섞여 있는가를 일일이 살피며 흐르는 물로 깨끗이 세척해야 한다. 문제의 급식담당자는 조리자라면 당연히 신경 써야할 일련의 과정을 대충 처리했다.

저급한 생선을 거칠게 손질해 납품한 업체가 우선 큰 잘못이다. 고래회충이 들어 찬 내장이 그대로 붙어 있는 갈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조리한 학교 급식소 역시 큰 잘못을 저질렀다.

누가 먹는 밥이든 위생에 신경을 써야하는 법이지만 아이들이 먹는 밥은 더욱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제 자식의 입에 들어 갈 생선이라면 그렇게 설렁설렁 재료를 손질하진 않았을 것이 아닌가.

급식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며 "회충이 살아있었던 것은 아니고 죽은 상태였다"고 밝힌 학교 측은 어쩌면 그리도 맑고 순수한 뇌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지, 관리 감독을 나 몰라라 한 그들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반성해야 한다.

학교급식은 학교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된다. 학생의 발육과 건강에 필요한 영양을 충족할 수 있는 식품으로 구성되어야 함은 물론 급식 관리에 있어서도 위생과 안전에 철저를 기하여야 한다. 영양 및 관리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한 구절도 버릴 데가 없는 똑 떨어진 규정이다. 정해진 대로 정직, 성실하게 관리한다면 아무 탈이 없을 일인데, 지금 학부모들은 생업보다 새끼 입에 들어가는 학교 급식의 질을 더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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